[최용재기자] 한국 축구의 '레전드', 박지성(33, PSV에인트호번)이 2014 브라질 월드컵에서 뛰게 된다면?
이를 반기지 않을 한국 축구인, 축구팬, 국민들은 없다. 박지성이 그동안 한국 축구에 선사한 환희와 영광은 잊을 수 없다. 또 박지성의 능력과 경험, 그리고 대표팀에서 보여줬던 '정신적 지주'로서의 역할과 영향력에 의심을 가질 이는 없다.
이런 박지성이 '유종의 미'를 위해 마지막 월드컵에 나선다는데 반기지 않을 이 없을 것이다. 박지성의 브라질 월드컵 대표팀 합류는 그야말로 '신의 한수'다. 한국 대표팀의 월드컵 선전을 기대할 수 있는 최고의 '묘수'다. 박지성의 합류 자체만으로도 월드컵 선전에 대한 기대감을 높일 수 있다.
그런데 박지성을 다시 대표팀으로 불러들이려는 최근의 움직임은 이해할 수 없는 과정의 연속이다. 홍명보 대표팀 감독이 박지성을 월드컵 대표팀에 다시 불러들이기 위한 판을 주도적으로 깔고 있는데, 대표팀에나 박지성에게나 오히려 해를 입힐 수 있는 형국으로 흘러가고 있다.
박지성을 대표팀에 데리고 오는 것은 좋으나 그 시점, 과정, 방법 모두 이상하게 흘러가고 있다. 홍명보 감독은 박지성 복귀를 위한 판에서 '악수'를 두고 있다. 홍 감독의 악수로 인해 대표팀과 박지성은 큰 부담감과 위험성을 안아야만 한다.
◆박지성 없으면 안되는 월드컵이 됐다
2011년 아시안컵 출전을 끝으로 국가대표팀에서 공식 은퇴를 선언한 박지성이다. 이후 한국 축구는 위기에 몰렸다. 박지성의 공백은 컸고, '제2의 박지성'은 쉽게 등장하지 않았다.
그렇지만 언제까지 박지성에게 의존할 수는 없었다. 박지성이 없어도 새로운 세대의 등장으로 대표팀은 잘 버텨나가고 있었다. 어떤 대표팀 감독도 박지성이 필요하지 않고 그립지 않은 감독이 없었다. 그런데도 박지성을 위해서, 또 한국 축구의 미래를 위해서 참고 인내했다. 박지성 없이도 월드컵 8회 연속 본선 진출을 일궈냈고, 월드컵 본선을 위한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었다.
그런데 홍명보 감독은 월드컵을 5개월여 남긴 상황에서 갑작스럽게 박지성이 필요하다는 말을 꺼냈다. 박지성을 직접 만나 대표팀 복귀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것이라 했다. 팀의 중심을 잡아줄 베테랑이 부족한 대표팀에 박지성의 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홍 감독의 발언 하나로 대표팀의 분위기는 단번에 바뀌었다. 대표팀을 바라보는 시각도 180도 바뀌었다. 이전까지는 박지성이 없지만 그래도 월드컵 본선에서 한 번 해볼 만하다는 인식이 강했지만, 홍 감독이 던진 한 수로 인해 이제는 박지성이 없으면 한국은 월드컵 본선에서 안될 것이라는 인식이 지배하고 있다.
홍 감독의 악수로 인해 월드컵을 바라보는 시선이 순식간에 뒤바뀐 것이다. 지난 3년 동안 박지성 없이 쌓아왔던 대표팀의 경쟁력은 한순간 물거품이 됐다. 또 '제2의 박지성' 등장에 대한 기대감도 원조의 출현으로 완전히 사라졌다. 그동안 현실로 느꼈던 박지성 없는 월드컵은 다시 현실에서 멀어졌다. 박지성에게 의존해야만 숨을 쉴 수 있는 한국 축구는 그의 대표팀 은퇴 선언 이전인 3년 전으로 돌아갔다.
홍 감독은 박지성의 필요성을 강조함으로 인해서 박지성이 없으면 대표팀의 경쟁력이 낮다는 것을 스스로 인정한 것이다. 박지성이 없으면 대표팀은 불안정 상태로 월드컵 본선에 가는 것이라고 만천하에 알린 것이다. 박지성이 없는 한국 월드컵 대표팀에 대한 기대감은 낮을 수밖에 없게 만들었다.
◆여론의 힘을 빌려 박지성을 부른다
홍 감독 악수의 '절정'은 박지성을 대표팀에 다시 부르는 방식이었다. 홍 감독은 박지성과 어떤 대화도 나눠보지 않은 채 언론에 박지성 필요성을 먼저 흘렸다. 그러자 박지성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박지성은 대표팀으로 돌아와야만 하는 것 아니냐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 그야말로 폭발적인 반응이다.
홍 감독은 혼자 힘으로 박지성을 부를 수 없었던 것이다. 이미 박지성은 공식적으로 국가대표팀 은퇴를 했고, 복귀는 없다고 못박았다. 또 홍 감독이 부른다고 해도 가지 않겠다고 말한 바 있다. 그래서인지 홍 감독은 슬쩍 여론의 힘을 빌렸다. 언론에 먼저 알리고 여론몰이를 유도했던 것이다. 여론은 당연히 박지성이 월드컵에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홍 감독은 박지성과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할 것이라고 말했지만 사실상 대표팀 복귀를 '강요'하는 것이다. 여론의 힘을 빌려 박지성을 압박하고 있는 것이다. 오는 3월에 박지성을 만나겠다고 한 홍 감독이다. 그 때까지 여론의 목소리를 듣고 박지성에게 여론대로 따라오라는 말과 같다.
박지성에게는 부담이 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홍 감독은 직접 듣지 못해서 박지성의 대표팀 은퇴의 진의를 모르겠다고 했지만, 박지성은 이미 공식 기자회견을 통해 대한민국 모든 국민들에게 은퇴의 뜻을 밝혔다. 게다가 박지성은 인륜지대사라는 결혼도 앞두고 있는 상황이다. 그런데 여론에서 박지성의 대표 복귀를 떠밀고 있다. 이를 거부한다면 박지성의 입장도 난처해질 수 있다. 대표팀이 필요로 하고, 여론이 원하는데, 이를 외면하는 이기적인 사람으로 비칠 수 있다.
홍 감독이 박지성을 원하고 박지성의 입장을 이해했다면, 이렇게 언론에 흘려 여론몰이를 할 것이 아니라 먼저 만나거나 대화에 나섰어야 한다. 박지성과 정말 허심탄회하게 대화하고, 필요하다면 설득을 해야 했다. 박지성이 복귀 의사를 밝힌다면 환영할 일이고, 박지성이 사양한다면 홍 감독만 알고 넘어갔으면 되는 일이다. 대표팀에도, 박지성에게도 부담이 없다. 이 방법이 묘수였다.
함께 무언가를 하고 싶을 때 상대방 의사를 먼저 물어보는 것이 상식 아닌가. 그런데 홍 감독은 다른 이들에게 모두 알린 후 나중에 당사자와 대화를 나누겠다고 한다. 어떤 의도를 가지고 있는지 짐작할 수 있는 부분이다.
◆박지성이 끝내 거부한다면?
박지성이 홍 감독의 강요와 같은 설득에도, 여론의 절박함에도 끝내 대표 복귀를 거부한다면? 월드컵 대표팀은 흔들릴 수 있다.
홍 감독은 박지성이 없으면 대표팀은 미완성 상태라고 이미 공표를 한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박지성이 합류하지 않는다면 대표팀은 미완성인 상태로 월드컵 본선에 나가야 한다. 박지성을 대신할 선수는 한국에 없다. 월드컵 본선 선전에 대한 기대감도 낮을 수밖에 없다.
다시 현실화될 것 같았던 박지성의 월드컵 출전이 수포로 돌아간다면. 팬들의 실망감도 클 것이고 특히 대표팀 선수들도 상실감이 클 것이다. 박지성이란 존재는 옆에 있는 것만으로도 의지가 될 수 있는 힘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일종의 '박지성 희망고문'만 당하다 월드컵 본선에 나서는 것이다. 또 끝내 태극마크를 다시 달기를 거부한 박지성의 마음은 얼마나 무겁겠는가.
묘수와 악수의 차이는 후에 나타나는 결과물의 위험 부담이 작고 크고의 차이라 할 수 있다. 박지성에게 먼저 의사를 물어보는 수를 뒀다면 묘수였다. 박지성이 합류한다면 박수치고 환영할 일이고, 박지성이 거부했다면 조용히 의사를 존중해줬으면 되는 일이다.
그런데 홍 감독은 기본적인 절차를 무시하는 악수로 일을 이렇게까지 만들었다. 위험 부담을 너무나 크게 만들었다. 박지성에 대한 배려는 전혀 찾아볼 수 없는 행동이다. 홍 감독이라 해도, 월드컵대표팀 감독이라 해도 박지성에게 희생을 강요할 수는 없다.
◆악수에 빠진 박지성을 위하여
이미 악수는 뒀다. 물리기도 힘들어졌다. 어떻게 해야 할까. 해결 방법은 '두 가지'다.
첫 번째, 악수에 빠진 박지성을 팬들과 대표팀 선수들이 구해주는 것이다. 박지성이 대표 복귀를 거부한다고 해도(사실상 이는 거부가 아니라, 박지성 스스로가 이미 공표했던 대표 은퇴 의지를 지키는 것이다) 비난과 비판을 해서는 안 된다. 그의 심정을 이해하고 받아들여야 한다. 선수들 역시 박지성이 합류하지 못하는 상황도 마음속으로 생각하고 있어야 한다.
그리고 두 번째, 박지성이 흔쾌히 대표팀으로 돌아오기를 간절히 바라는 것이다. 월드컵 본선에서의 경기력, 활약 여부, 체력 등은 생각하지도 않는다. 그가 돌아와준 것만으로도 감사하고 그의 마지막 대표선수 생활을 진심으로 응원하는 것이다. 동료 선수들도 박지성과 함께 월드컵에 참가하는 영광을 누리며, 박지성의 마지막을 아름답게 만들어줘야 한다.
조이뉴스24 최용재기자 indig80@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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