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한준기자] 롯데 자이언츠 정훈은 지난 시즌 처음으로 주전 자리를 꿰찼다. 그는 113경기에 출전해 타율 2할5푼8리 5홈런 37타점 7도루를 기록했다.
눈에 띄는 성적은 아니지만 베테랑 조성환이 부상으로 빠진 2루수 자리를 잘 메웠다. 정훈은 "2013년을 돌이켜 보면 정말 정신없이 지나가버렸다"고 했다. 정훈은 1년 전만 해도 자신이 주전 2루수가 될 거라고 상상을 못했다. 대수비나 대타 자원으로 1군에 계속 머무는 게 우선적인 목표였다.
그러나 한 시즌만에 상황은 바뀌었고, 이제는 어렵게 꿰찬 주전 자리를 지켜야 한다. 정훈은 "지난해 같은 시기와 견줘 긴장감은 두 배 더 늘었다"며 "썩 잘한 건 아니지만 올해도 과연 자리를 유지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든다"고 조심스러워했다.
당연히 정훈은 겨울철이라고 가만히 있을 순 없었다. 휴식기였지만 사직구장에 매일 나왔다. 그는 "(주전 자리를) 놓치고 싶지 않더라"고 말했다. 롯데는 지난 시즌 정훈과 신본기가 키스톤 콤비를 이뤘다. 유격수로 나선 신본기도 베테랑 박기혁과 문규현이 부상과 컨디션 난조로 빠진 틈을 타 그 자리를 메웠다. 올 시즌에도 두 선수가 나란히 주전으로 나설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현실에 안주하면 바로 밀려날 수 있다. 그게 프로의 세계다. 정훈은 "시즌 초반 부진하다면 바로 자리를 내줄 수 있다"고 했다. 그래서 이번 오프시즌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고 여겼다.
정훈은 지난해 자신이 거둔 성적에 대해 박하게 평가했다. 그는 "어정쩡한 선수였다"고 돌아봤다. 2006년 프로 데뷔 후 가장 많은 경기를 소화했지만 기록은 성에 차지 않았다. 정훈은 "내가 감독이라면 기용하지 않았을 것 같다"면서 "타율 2할5푼대에 그렇다고 홈런도 많지 않고 도루도 많은 편이 아니다. 한마디로 색깔이 없었다"고 스스로를 평가했다.
목표는 분명하게 세웠다. 경기 출전 횟수를 떠나 공격과 수비에서 지난해보다 더 나은 성적을 기록하자고 마음먹었다. 정훈은 "홈런보다는 안타를 더 많이 치도록 하겠다"면서 또한 "출루율에 신경을 쓰겠다"고 했다. 그는 시즌이 끝난 뒤 자신의 타격성적을 분석한 자료를 천천히 살폈다. 한 가지 사실이 눈에 들어왔다.
정훈은 "3볼 2스트라이크 상황에서 범타나 헛스윙 삼진으로 물러난 경우가 많았다"고 했다. 상대 투수가 던진 유인구에 쉽게 방망이가 나갔다는 의미다. 그는 "내가 왜 어중간한 성적을 냈는지 그 해답이 들어 있었다"고 강조했다. 병살타도 많았다. 정훈은 규정타석(396타석)을 채운 롯데 타자들 중 두 번째로 많은 8개의 병살타를 쳤다.
수비에서도 목표를 세웠다. 지난 시즌 기록된 실책은 9개다. 그러나 정훈은 "기록되지 않은, 즉 보이지 않은 실책이 종종 나왔다"고 했다. 수비 위치를 잘못 잡아 충분히 잡을 수 있는 타구를 안타로 만들어준 경우도 많았다.
정훈은 "올 시즌에는 색깔있는 선수가 되고 싶다"고 각오를 밝혔다. 그는 "마무리 훈련 때부터 준비를 많이 했다. 이제 곧 스프링캠프가 시작되는데 다가올 새 시즌이 기대가 되고 설레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정훈은 많은 시간을 들이고 어려운 길을 돌아 지금 이 자리까지 왔다. 그래서 더욱 그 자리를 지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오프시즌 때 흘린 땀이 정규시즌 성적으로 보상받는다는 걸 그 자신도 알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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