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한준기자] 롯데 자이언츠 김시진 감독은 지난해 12월 1일 사직구장에서 열린 구단 납회행사를 마친 뒤 취재진을 만났다. 김 감독은 그 직전 일본에서 진행됐던 팀 마무리 훈련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다.
김 감독은 "일본에서 젊은 선수들의 가능성을 확인했다"고 했다. 그 젊은 선수들 중에는 이제 프로 2년차 시즌을 맞는 내야수 임종혁도 포함됐다.
김 감독은 임종혁에 대해 "빠른 발을 가졌다"며 "주루 센스도 분명히 있다. 올 시즌 임종혁의 성장세를 지켜보는 일도 매우 재미가 있을 것 같다"고 얘기했다. 마무리 훈련 동안 실시한 주력 테스트에서 그는 참가 선수들 중에서 가장 빠른 기록을 냈다.
임종혁은 배명고와 동국대를 거쳐 지난해 롯데 유니폼을 입었다. 1군에서는 11경기에 출전했다. 퓨처스(2군)리그에서 뛰다 시즌 후반기에 1군 엔트리에 들었다.
임종혁의 프로 데뷔 시즌 기록은 크게 눈에 띄진 않았다. 주로 대주자로 나왔다. 타율은 0할. 아직 프로 첫 안타 신고도 못했다. 그러나 도루는 2개 기록했다. 박흥식 타격코치도 그의 주루를 눈여겨 봤다.
박 코치는 "마무리 훈련 기간 가장 주목을 받았던 선수"라며 "앞으로 스프링캠프와 시범경기를 거쳐야 하지만 야수 중에서 충분히 기대를 걸어볼 수 있는 선수"라고 기대했다. 임종혁의 빠른 발은 퓨처스리그에서 이미 증명됐다. 그는 지난 시즌 퓨처스에서 90경기에 출전해 18도루를 기록했다. 조홍석(20도루)에 이어 롯데 팀 내에서 두 번째다.
그러나 아직 타격을 좀 더 다듬어야 한다. 임종혁은 퓨처스에서 타율 2할5푼4리를 쳤다. 타율만 놓고 본다면 아직은 그저 그런 평범한 선수다. 하지만 박 코치는 "발전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평가했다.
마무리 훈련에서 가능성을 인정받았던 임종혁은 지난 15일 동료들과 함께 미국 애리조나로 건너갔다. 스프링캠프 참가 명단에 당당히 이름을 올렸다. 올 시즌을 맞으면서 일단 첫 번째 기회를 손에 넣은 셈이다.
임종혁의 포지션은 내야수다. 범위를 좁히면 2루수다. 박 코치는 "3루나 유격수 자원으로도 활용했으면 좋겠지만 아직은 두 자리에서 수비는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어쨌든 신예 선수가 2루수 자리에서 제 기량을 보여준다면 팀에게는 득이 된다.
롯데는 지난 시즌 정훈이 주전 2루수로 뛰었다. 베테랑 조성환은 컨디션이 좋지 못했고 문규현의 2루수 기용도 별 재미를 못봤다. 그런 가운데 퓨처스에서 땀을 흘린 정훈이 기회를 잡아 주전으로 도약했다. 이런 가운데 또 다른 포지션 경쟁자가 나온다는 건 팀을 위해 도움이 된다.
김 감독도 "모든 포지션에서 한 명 이상의 경쟁자가 있는게 없는 것보다 더 낫다"고 강조했다. 정훈의 뒤를 받칠 수 있는 백업 선수가 부족한 편인데 임종혁의 등장은 그래서 더 반가운 일이다.
임종혁이 (우투)좌타자라는 부분도 매력적이다. 임종혁은 야구를 시작하면서 좌우타석에 모두 들어서는 스위치히터였다. 그러나 지금은 오른쪽 타석을 접고 왼쪽 타석에만 집중하고 있다. 박 코치는 "그러는 게 더 낫다"며 "(임)종혁이에게도 더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임종혁은 아직은 주전감으로 꼽히진 않는다. 일단 1군 백업 전력에 들어가는 게 우선이다. 1군 대주자 자리를 두고도 입단 동기인 조홍석, 백민기 등과 경쟁을 해야 한다.
한편 임종혁은 올 시즌을 앞두고 배번을 변경했다. 지난 시즌을 끝으로 은퇴한 외야수 이인구가 사용하던 9번을 물려 받았다.
마무리 훈련에서 임종혁은 2루뿐 아니라 외야수 훈련도 함께 했다. 이번 스프링캠프에서도 마찬가지다. 박 코치는 "잘만 성장해준다면 서동욱(넥센 히어로즈)과 같은 '유틸리티 플레이어'로 쓰임새가 많은 선수가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조이뉴스24 류한준기자 hantaeng@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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