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태기자] 볼티모어 오리올스에 입단한 윤석민(28)은 스프링캠프에서 선발로테이션 진입을 위해 경쟁해야 할 처지다. 보직에 대한 보장을 받지 못한 만큼 시범경기에서 치열한 경쟁이 불가피해졌다.
이번 겨울 볼티모어는 선발 로테이션에 2자리가 비어 있었지만 상황이 급변했다. 최근 볼티모어가 4년 4천800만달러라는 거액에 우완 정통파 우발도 히메네스를 영입하면서 투수진이 크게 강화됐다. 지난해 클리블랜드에서13승9패 평균자책점 3.30을 기록한 히메네스는 선발 한 자리를 사실상 확정한 상태여서 윤석민의 부담이 더욱 커졌다. 현지에서는 윤석민을 5선발 후보 중 하나로 보고 있을 정도다.
볼티모어선의 에두아르도 엔시나 기자는 19일(한국시간) "윤석민은 잭 브리튼, 스티브 존슨, T.J 맥파랜드, 알프레도 아세베스, 브라이언 마투스, 케빈 고스먼 등과 함께 선발로테이션의 마지막 한 자리를 다퉈야 한다"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심지어 "윤석민이 지난해 한국에서 불펜투수로 꽤 잘 던진 만큼 구원투수가 가장 적합한 보직일 수도 있다"고도 덧붙였다. 전 소속팀 KIA의 사정상 시즌 도중 구원투수로 보직 이동한 점이 지금까지도 윤석민의 선발투수로서의 위상을 흔들고 있는 분위기다.
벅 쇼월터 감독도 윤석민 활용방안을 놓고 고민에 빠졌다. 이날 플로리다주 새러소타의 구단 캠프에서 열린 공식기자회견에서 그는 "아직 정해진 게 없다"며 "다만 윤석민의 능력에 대해 잘 알고 있다. 그는 팀에 충분히 공헌할 수 있는 투수다. 그가 어떤 위치에서 뛸 지에 대해서 고민을 해봐야겠다. 일단 더 지켜보고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캠프에서의 훈련과 시범경기 투구를 지켜본 뒤 팀 상황도 감안해 신중하게 결정하겠다는 것이다. 사실상 캠프 막바지인 다음달 말까지는 치열한 경쟁이 계속될 것임을 시사한 셈이다.
최악의 경우 마이너리그에서 시즌을 시작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엔시나 기자는 "윤석민이 트리플A 노퍽에서 선발투수로 시즌을 시작할 수 있다. 메이저리그의 스포트라이트를 피해 미국야구에 적응하기 위한 방법"이라며 "윤석민의 계약에는 마이너리그 강등 거부 조항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구단 관계자에게 파악한 바로는 그렇지 않다"고 했다.
볼티모어와 3년 575만달러에 계약한 윤석민은 내년과 2016년 메이저리그 25인 로스터를 보장받았지만 올 시즌에는 이 조항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적응 시간이 필요하다고 판단될 경우 볼티모어는 올 시즌 윤석민을 언제든지 마이너리그로 내려보낼 수 있다.
윤석민으로선 일단 메이저리그 직행이라는 꿈은 달성했지만 한치 앞을 알 수 없는 험난한 환경에 직면한 셈이다.
한편 윤석민은 이날 회견에서 "볼티모어에서 제시받은 금액보다 훨씬 많은 돈을 몇몇 한국 구단들로부터 보장받았다. 하지만 세계 최고의 무대에 도전하기 위해 볼티모어 입단을 선택했다"고 당차게 말했다.
그는 또 "상황은 바뀐 게 없다. 보직은 내 소관이 아니다. 일단 잘해서 감독님에게 잘 보일 필요가 있다. 맡은 역할을 충실히 하는 게 중요하다"고 각오를 밝혔다.
윤석민의 새로운 도전이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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