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한준기자] 여자 프로배구 IBK 기업은행이 2년 연속 정규리그 우승에 한 걸음 더 다가섰다. IBK 기업은행은 19일 성남체육관에서 열린 한국도로공사와 원정경기에서 3-0 완승을 거뒀다. 이로써 IBK 기업은행은 V리그 남녀부를 통틀어 가장 먼저 시즌 20승 고지에 선착했고 승점 60 고지도 눈 앞에 두게 됐다.
오는 23일 열리는 2위팀 GS 칼텍스전에서 3-0 또는 3-1로 이겨 승점 3을 더할 경우 IBK 기업은행은 남은 정규리그 경기 결과에 상관 없이 챔피언결정전 직행 티켓이 주어지는 1위 자리를 확정한다.
지난 시즌 통합 우승을 달성한 IBK 기업은행은 전력 누수가 거의 없는 팀으로 꼽힌다. 알레시아(우크라이나)가 유럽리그로 떠난 뒤 외국인선수 영입 과정에서 교체 상황을 맞는 등 잠시 흔들린 적이 있었다. 하지만 카리나(푸에르토리코)가 그 빈 자리를 잘 메웠다. 여기에 김희진, 박정아로 구성된 토종 공격수들의 활약과 경험 많은 베테랑 세터 이효희와 리베로 남지연이 버티고 있기 때문에 이번 시즌에도 탄탄한 전력을 꾸렸다.
그렇지만 IBK 기업은행 이정철 감독은 두 시즌 연속 팀이 정규리그에서 순항하는 데 주역으로 이들이 아닌 레프트 채선아를 꼽았다. IBK 기업은행은 남자부 삼성화재와 전체적인 색깔이 가장 비슷한 여자팀으로 꼽힌다. 수비와 조직력을 무엇보다 우선순위에 놓고 경기를 풀어나가기 때문이다. 이 감독이 삼성화재 신치용 감독의 대학(성균관대) 후배라는 부분도 어느 정도 영향을 줬을 것이다.
이 감독은 화려한 조명을 받는 공격수도 필요하지만 서브 리시브와 수비 등 궂은 일을 하는 선수가 반드시 있어야 강팀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이다. 거기에 딱 맞는 선수가 IBK 기업은행에도 있다. 채선아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이 감독은 도로공사전이 끝난 뒤 채선아에 대해 얘기를 꺼냈다. 그는 "상대가 때린 강한 공에 대한 채선아의 처리가 아주 좋았다"며 "그런 공격에 대한 수비 컨트롤이 뛰어났다. 처리하기 힘든 공을 잘 버텼고 잘 잡아줬다. 괜찮은 수비였다"고 칭찬했다.
채선아는 팀내에서 화려한 주목을 받는 선수는 아니다. 카리나, 김희진, 박정아가 공격에 참가하면 뒤에서 이를 보조하고 리베로 남지연과 함께 수비를 돕는 역할을 주로 맡고 있다. 그는 19일 현재까지 올 시즌 리시브 부문 1위에 올라있다. 25경기를 치르는 동안 리시브를 956차례 받았고 세트 당 평균 4.5개를 기록했다. 둘 다 V리그 여자부에서 최다다.
디그 부문에서도 전체 3위인 팀 선배 남지연에 이어 5위에 이름을 올렸다. 수비 부문에서는 임명옥(KGC 인삼공사)에 이어 2위에 자리하고 있다. 기록만 놓고 봐도 IBK 기업은행의 1위 수성에 채선아가 숨은 일꾼이라는 걸 알 수 있다.
하지만 채선아도 처음부터 팀 수비의 중심으로 자리잡은 건 아니다. 그는 중앙여중과 중앙여고를 나와 2010-11시즌을 앞두고 신생팀 우선지명으로 IBK 기업은행 유니폼을 입었다. 입단 후 채선아는 이 감독에게 호된 조련을 받았다. 이 감독은 창단 초기부터 선수들에게 빈틈을 보이지 않았다. 좋은 소리보다는 쓴소리를 더 많이 했다. 통합우승을 달성한 지난 시즌도 그랬고 올 시즌도 비슷하다. 채선아도 경기를 치를 때나 팀 훈련에서 이 감독에게 많이 혼났다.
이 감독이 수비와 서브 리시브를 특히 강조하는 데는 분명한 이유가 있다. 기본이 되는 이 두 가지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면 세트 플레이는 '언감생심'이다. 수비와 리시브에서 비중이 큰 채선아는 이런 이유 때문에 쓴소리를 더 많이 들었다.
그 덕분에 기량은 늘었다. 이 감독은 "그 전에는 경기 중에 한 번 흔들리기 시작하면 안정을 찾지 못했는데 올 시즌에는 다르다"며 "회복 능력이 몰라보게 달라졌다"고 채선아의 발전된 기량을 설명했다. 구력이 늘어나면서 채선아가 바뀐 부분이다.
물론 아직 보완해야 할 단점도 분명히 있다. 이 감독은 "(채)선아가 리베로가 없는 상황이나 전위에 있을 때 플레이가 미흡하다"고 했다. 완벽한 득점 기회로 이어질 수 있는 볼처리가 아직은 매끄럽지 않다는 의미다.
이 감독은 "주로 블로킹에 가담할 때 지적을 많이 하는 편"이라며 "선아가 오른손잡이기 때문에 (블로킹시)왼손 손목에 좀 더 힘을 주라고 한다"고 했다. 상대의 직선 공격을 유효 블로킹으로 막기 위한 방법 중 하나다. 이 감독은 "예전과 견줘 선아에게 쓴소리를 덜 하고 칭찬도 많이 하는 편"이라며 껄껄 웃었다.
프로 4년차 시즌을 뛰고 있는 채선아는 경기를 치르며 기량이 늘어나고 있다. 이 감독도 잘 알고 있다. 1위를 독주하고 있는 팀 성적과 함께 채선아의 성장을 바라보는 이 감독이 흐뭇한 미소를 짓는 이유다.
조이뉴스24 성남=류한준기자 hantaeng@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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