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명의기자] '예쁜 자식 매 한 대 더 때린다'는 속담이 있다. 아끼는 자식일수록 더욱 엄히 다스린다는 뜻이다. 한화 이글스 김응용(73) 감독이 신예 포수 엄태용(20)을 다루는 방법이 꼭 그렇다.
한화의 스프링캠프가 열리고 있는 일본 오키나와 고친다구장. 1일 훈련 중 김응용 감독이 엄태용을 따로 불러 포수 장비를 착용하게 했다. 엄태용은 무슨 영문인지 잘 몰라 고개를 갸우뚱하며 덕아웃에서 마스크 등 보호구를 찼다.
김 감독은 "저 앞으로 가 앉아. 오늘 넌 죽었어"라고 말하며 엄태용을 덕아웃 앞으로 내보내 포구 동작을 취하게 했다. 엄태용이 자세를 잡자 김 감독도 자세를 잡았다. 투수가 된 김 감독은 셋 포지션을 취한 뒤 엄태용에게 공을 던졌다.
김 감독과 엄태용의 거리는 불과 5~6m 정도. 김 감독은 엄청나게 빠른 스피드는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느리지도 않은 공을 엄태용을 향해 던졌다. 엄태용은 양 무릎 아래로 오는 공들을 블로킹하기에 바빴다. 가끔 공을 뒤로 빠뜨리기도 했고, 높게 날아오는 공은 팔을 쭉 뻗어 잡아냈다.
김 감독은 엄태용을 향해 "나한테 배우면 금방 늘어. 너 이런 훈련 해봤어"라고 물었다. 엄태용은 머뭇거리며 바로 대답을 하지 못했다. 김 감독은 몇 번 더 엄태용을 향해 공을 던진 뒤 "다음에 다시 하자. 오늘은 운 좋은 줄 알아"라며 엄태용을 돌려보냈다.
훈련을 마친 엄태용은 "가끔 감독님이 오늘같은 훈련을 시켜 주신다. 짧은 거리에서 공이 날아오다보니 잡기 힘들다. 수비력 향상에 도움이 되는 훈련"이라며 "아무나 받을 수 없는 훈련 아닌가. 감독님께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2012년 한화에 입단한 엄태용은 지난해 일약 한화의 1군 포수로 도약했다. 신인 시절을 2군에서만 보냈던 엄태용에게 기회가 찾아온 것이다. 엄태용의 포수로서의 수비 능력과 쏠쏠한 타격 실력을 눈여겨 본 김 감독의 선택이었다.
그렇게 엄태용은 지난해 39경기에 출전해 타율 2할3푼4리(64타수 15안타)를 기록했다. 타격보다는 블로킹 등 수비 능력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 올 시즌 역시 엄태용은 한화의 주전 포수 후보 중 한 명이다.
올 시즌 엄태용은 더욱 긴장을 늦출 수 없게 됐다. 영남대를 졸업한 신인 포수 김민수(23)의 등장 때문이다. 김 감독은 김민수를 극찬하며 최근 열리고 있는 연습경기에서 중용하고 있다. 김민수와 엄태용, 정범모가 번갈아 선발 포수로 나서고 있는 추세다.
엄태용은 자신감을 잃지 않았다. 김 감독이 김민수를 예뻐한다는 말에 엄태용은 "그래도 저를 1년 더 보셨으니까 절 더 예뻐하시지 않을까"라며 "민수 형이라는 경쟁자가 늘어나 동기부여가 더 된다. 하지만 경쟁에서 이길 자신이 있다"고 당차게 말했다.
올 시즌 한화는 마운드와 함께 포수 포지션이 성적의 열쇠를 쥐고 있다. 김 감독의 격한(?) 애정을 받고 있는 엄태용이 그 고민을 덜어줄 수 있을지 지켜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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