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태기자] 지난해 야구장에는 '서울의 찬가'가 우렁차게 울려퍼졌다. 프로야구 1군리그 9개팀 가운데 정확히 ⅓인 서울 연고 3팀이 모두 포스트시즌에 진출해 가을잔치를 '메트로 서울 시리즈'로 만들었다. 서울에 연고를 둔 두산, LG, 넥센은 올 시즌에도 저마다 4강진출이 유력한 팀으로 꼽힌다. 서울 삼국지는 과연 '시즌 2'로 이어질까. 2014 시즌 프로야구의 주요 관심사 중 하나다.
◆두산, 전력 누수가 없다
서울 3팀은 지난해에 비해 특별히 약해진 부분이 없다. 오히려 부족했던 부분을 보강하면서 저마다 업그레이드에 성공했다는 평가다. 지난해 한국시리즈 준우승을 차지한 두산은 가장 분주한 겨울을 보냈다. 이종욱, 손시헌, 이혜천(이상 NC), 김선우(LG), 김태영(KIA) 등 베테랑들과 줄줄이 결별했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김진욱 감독 체제를 끝내고 송일수 2군 감독을 1군 감독으로 승격시키며 분위기를 크게 바꿨다. 선수단 면모가 많이 바뀌었지만 전력에 큰 영향은 없다는 게 전반적인 평가다. 선수층이 워낙 두터운 데다 무엇보다 에이스 니퍼트와 보조를 맞춰줄 새 외인투수로 볼스테드가 합류하면서 선발 마운드가 한결 높아졌다. 4년 만에 마무리로 복귀한 이용찬이 9회를 안정적으로 막아준다면 올 시즌에도 우승을 노려볼 전력으로 꼽힌다.
◆LG, 20년만의 정상을 향해
지난해 10년만의 포스트시즌 진출이란 드라마를 쓴 LG는 자신감으로 무장했다. 지난해 성적을 넘어 지난 1994년 이후 20년만의 한국시리즈 우승을 내심 노리고 있다. LG의 가장 큰 강점은 풍부한 선수층이다. 10승 투수 3명을 배출한 선발진에 베테랑 김선우가 합류해 투수진이 더욱 풍성해졌다. 여기에 새 외국인 투수 리오단이 가세했고, 마무리 봉중근으로 대표되는 철벽 불펜이 여전하다.
"이름값만 떼놓고 보면 9개 구단 가운데 가장 짜임새 있는 투수진"이란 평가도 있다. 지난해 타격왕 이병규에 박용택, 이진영 등이 주축이 된 타선도 꾸준한 활약이 기대된다. 다만 미국으로 떠난 리즈를 대체할 새 외국인 투수를 하루빨리 찾아야 한다. 취임 3년째를 맞는 김기태 감독의 리더십이 이번엔 어떤 결실을 나타낼지 주목된다.
◆넥센, 현대 왕조의 부활인가
서울 3팀 가운데 개막 전부터 가장 큰 주목을 받는 팀이 넥센이다. 지난 2008년 히어로즈 창단 시절부터 차근차근 쌓아온 전력이 만개하며 지난해 준플레이오프에 오르는 성과를 거뒀다. 이번 겨울에도 착실하게 전력을 다진 넥센은 올 시즌 삼성과 함께 우승을 다툴 전력이란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넥센의 가장 큰 강점은 뭐니뭐니 해도 '핵타선'이다. 기존 강정호. 박병호, 이택근, 이성열의 중심타선에 새 거포 윤석민이 두산에서 합류했다.
여기에 용병 로티노가 타선의 깊이를 더하고 있다. "1번부터 9번까지 피해 갈 선수가 없다"는 말이 나오는 배경이다. 나이트, 밴헤켄을 축으로 하는 선발진에 마무리 손승락을 정점으로 하는 불펜진도 건재하다. 웬만큼 실점을 해도 타선이 언제든지 뒤집을 수 있는 힘을 보유하고 있어 넥센 투수들은 행복한 편이다. 지난해 넥센은 득점(662점) 3위, 실점(595점) 6위를 차지했다.
◆'막장 드라마'를 피하라
어느 팀이나 마찬가지이지만 이들 3팀은 '만약'이라는 단어를 피해야 한다. 정상적인 전력으로 풀시즌을 치른다면 저마다 4강권 진입이 가능한 반면 이런저런 악재가 터진다면 발목을 잡힐 수 있다. '불안한 불펜'이란 고민거리를 여전히 떠안은 두산, 노장 타자들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LG, 시즌 중반까지 잘 나가다가 후반 들어 처지는 모습이 반복되는 넥센은 여전히 숙제를 완벽하게 풀지 못했다. 특히 올 시즌에는 NC를 비롯해 한화 등 지난해 하위권 팀들도 전력을 대대적으로 보강해 격차가 별로 없는 상태다.
재미없는 드라마는 언제든지 폐지될 수 있는 위험을 안고 있다. 막장 드라마는 인기는 있을지언정 손가락질 받기 십상이다. '서울 삼국지'가 지난 시즌의 호평을 이어가려면 저마다 예측 가능하고, 안정적이며, 변수를 피하는 슬기로운 전략과 운영이 요구된다. 재미와 짜임새, 그리고 인기는 드라마 평가의 3대 요소다. 개봉을 앞둔 '서울 삼국지'의 시즌2가 궁금해진다.
조이뉴스24 김형태기자 tam@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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