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한준기자] 문성민(현대캐피탈)은 누구보다 우승에 목마르다. 대학 시절부터 그랬다. 그는 신영석(우리카드) 황동일(삼성화재) 곽승석(대한항공)과 함께 경기대 재학 시절 호화멤버를 꾸렸다.
그런데 당시 경기대의 앞길을 막은 팀이 있었다. 유광우(삼성화재)와 김요한(LIG 손해보험)이 주축이 된 인하대였다. 문성민은 "대학 시절 인하대를 넘지 못한 부분이 아쉽다"고 돌아봤다. 그는 경기대 졸업반이던 2008년 해외로 진출했다. 독일 분데스리가의 명문팀 Vfb 프리드리히스하펜 유니폼을 입었다.
대표팀 경기를 통해 국제적 스타로 떠오른 문성민이기에 그리스와 터키리그에서도 오퍼가 왔지만 그는 소속리그 우승 가능성이 가장 높았던 프리드리히스하펜 행을 선택했다. 분데스리가에서 문성민은 초반 반짝했지만 이후 슬럼프를 겪었다. 낯선 외국생활에 따른 적응에 힘들어했다. 문성민은 시즌 후반부터 제자리를 찾았고 소속팀의 정규리그와 챔피언결정전 통합우승에 보탬이 됐다.
프리드리히스하펜을 거쳐 터키 할크방크에서 뛰었던 그는 20010-11시즌 트레이드를 통해 한국전력에서 현대캐피탈 소속으로 옮겨 V리그에 데뷔했다. 국내 무대 우승에 대한 기대는 높았다. 현대캐피탈은 검증된 신인 문성민에 해외리그 경험이 풍부한 헥터 소토(푸에르토리코)로 공격진을 꾸렸다. 하지만 플레이오프에서 삼성화재의 벽에 막혀 챔피언결정전 진출에 실패했다.
그리고 지난 시즌까지 문성민과 현대캐피탈은 번번이 고비를 넘지 못했다.현대캐피탈은 올 시즌 4년 만에 다시 챔피언결정전에 진출했다. 2010-11시즌 플레이오프 탈락 책임을 지고 총감독으로 물러났던 김호철 감독도 다시 돌아왔다. 문성민에겐 이번 챔피언결정전이 더 남다르다. 공교롭게도 마지막 승부의 상대는 자신의 첫 V리그 데뷔 시즌 우승으로 향하던 길목에서 발목을 잡았던 삼성화재다.
문성민은 "유종의 미를 꼭 만들도록 하겠다"며 "챔피언결정전 우승이 바로 그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시즌 내내 많은 노력을 한 만큼 반드시 좋은 결과를 만들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그에겐 올 시즌이 유독 힘들었다. 지난해 6월 대표팀 소속으로 월드리그에 출전해 첫 경기 일본전에서 무릎을 크게 다쳤기 때문이다. 지루한 재활과정을 거쳐 예정보다 이른 시기에 코트에 복귀했지만 몸이 마음먹은 대로 따라주지 않았다.
문성민은 정규리그 후반부터야 조금씩 예전 컨디션을 찾았다. 대한항공과 치른 플레이오프에선 몸상태가 더 좋았다. V리그 데뷔 후 맞는 첫 챔피언결정전이 기대되는 이유다.
또한 두 팀은 전통의 라이벌답게 '인연'으로 얽힌 선수들이 많다. 지난 2010년 박철우(삼성화재)의 자유계약선수(FA) 이적으로 삼성화재에서 보상선수로 팀을 옮긴 베테랑 세터 최태웅, 그리고 역시 FA로 올 시즌 삼성화재에서 현대캐피탈로 자리를 옮긴 리베로 여오현은 친정팀과의 맞대결이 설레고 각오가 남다를 수밖에 없다. 현대캐피탈 입장에선 삼성화재의 우승 DNA를 누구보다 많이 갖고 있는 두 선수에게 거는 기대가 크다.
최태웅은 "영원한 강팀은 없다"고 했다. 누구보다 삼성화재를 꺾고 우승을 차지하고 싶은 마음이 크다. 여오현도 "꼭 우승한다"고 각오를 밝혔다. 현대캐피탈이 마지막에 웃는다면 여오현은 팀을 옮겨 다시 한 번 우승 트로피를 품에 안는다.
삼성화재에도 현대캐피탈과 인연이 있는 선수가 있다. 박철우가 대표적이다. 박철우는 현대캐피탈의 2005-06, 2006-07시즌 연속 우승 멤버였다. 당시만 해도 박철우는 왼손 거포 기대주였지만 우승 주역은 아니었다. 그는 후인정(한국전력)의 보조 공격수로 선배들의 뒤를 받쳤다.
삼성화재로 이적한 뒤 박철우는 3년 연속 챔피언결정전 우승이라는 달콤한 열매를 맛봤다. 이제는 제법 여유도 생겼다. 그는 "차근차근 잘 준비해 좋은 결과를 다시 만들겠다"고 했다.
2010년의 최태웅처럼 이선규도 이번 챔피언결정전을 맞는 의미는 새롭다. 여오현의 이적으로 보상선수로 삼성화재로 온 그는 "무조건 이긴다는 생각 뿐"이라며 "동료들과 하나가 돼 통합우승을 달성하겠다"고 했다.
저마가 각오가 뚜렷한 이들이 네트를 사이에 두고 오는 28일 삼성화재의 안방인 대전 충무체육관에서 챔피언 결정전 첫 번째 맞대결을 한다. 이런 저런 인연과 사연이 있는 선수들끼리의 격돌이다. 이번 챔피언결정전이 예전과 견줘 더 많은 관심을 받는 이유다.
조이뉴스24 류한준기자 hantaeng@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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