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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수 감독 길 열어젖힌 '100승' 황선홍


역대 3번째 최연소 감독 100승, 열악한 지원 속 얻은 성과

[이성필기자] 포항 스틸러스 황선홍(46) 감독이 새로운 기록의 주인공이 됐다. 지난 26일 전북 현대와의 K리그 클래식 4라운드서 포항의 3-1 승리를 이끌어냄으로써 프로팀 감독이 된 후 100승을 채웠다. 231경기, 45세 8개월 12일 만에 이뤄낸 것이다. K리그 감독으로 역대 3번째 최단 경기, 역대 3번째 최연소 통산 100승이라는 값진 기록을 세웠다.

황 감독의 100승에는 여러가지 의미가 담겨있다. 2008년 부산 아이파크를 통해 K리그 감독으로 데뷔한 뒤 7년째 한 번도 경질당하는 일 없이 지휘봉을 휘두르고 있다는 점이다. 성적이 부진하면 칼같이 내치는 현실에서 황 감독은 장수하는 감독이 될 가능성을 열었다.

부산 사령탑 부임 초기 황 감독은 의욕만 넘치는 지도자로 불렸다. 선수 시절의 명성을 쉽게 이어갈 수 없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올 정도였고 성적도 그리 신통치 않았다. 2009년 부산이 리그컵 결승에 올라갔지만 포항에 대패하며 준우승의 쓴맛을 봤다. 이듬해 FA컵에서도 결승까지 가서 수원 삼성에게 무너지며 준우승에 그쳤다.

2011년 친정 포항 스틸러스로 옮긴 뒤부터 황 감독의 진가가 발휘되기 시작했다. 초반 부진을 딛고 정규리그 2위로 반전을 이뤄낸 뒤 2012년 FA컵 우승으로 절반의 한풀이에 성공했다. 지난해에는 마침내 정규리그와 FA컵 동반 우승의 위업을 달성하며 명장 대열에 합류했다.

황 감독은 실패에 대해 신경쓰지 않았다. 그는 "계속 이길 수 있다면 좋겠지만 실패를 모르면 안된다. 실패를 통해 얻는 것이 많다"라며 스스로에게 채찍질을 했다. 주변에서 스타 출신 감독은 성공할 수 없다는 말이 들려왔지만 귀를 닫고 자기만의 길을 걸어갔다.

냉혹한 현실도 인정했다. 부산에서는 인색한 지원에 애를 먹었다. 있는 자원으로 최대의 효과를 누리기 위해 힘을 쏟았다. 아이러니하게도 부산에서 겪은 어려운 경험이 포항을 이끄는데 큰 보탬이 됐다. 포항은 근년 들어 모기업의 재정난으로 성과를 낸 것과 상관없이 구단의 지원은 갈수록 줄어들었다.

물론 모기업의 경영악화라는 유탄을 맞는 바람에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지만 외국인 선수나 대형 선수 영입 없이 포항의 우승을 만들고 있다는 점은 황 감독이 지도자로 얼마나 발전했는지를 잘 보여주고 있다. 황 감독은 "어차피 경기는 선수들이 하는 것이다. 감독이 해줄 수 있는 것은 그들을 믿고 지켜보는 일이다"라며 자신을 낮췄다. 또, 외부 상황 악화에 대해서도 절대 불만을 터뜨리지 않으며 참았다.

40대 감독의 리더 자격도 확인했다. 비슷한 나이대의 감독들 대부분이 경질된 뒤 다시 감독 기회를 얻기 어려운 상황에서 황 감독은 꾸준한 지도력을 보여주며 신뢰를 쌓아가고 있다. 이제 남은 것은 얼마나 더 오래 사령탑 자리를 지키며 더 환한 빛을 발하느냐다.

조이뉴스24 이성필기자 elephant14@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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