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한준기자] 롯데 자이언츠 전준우는 올 시즌 초반 다소 익숙하지 않은 자리에서 뛰고 있다. 수비위치와 타순 모두 그렇다.
전준우는 부상으로 다른 선수들에 비해 다소 늦게 시즌을 시작하면서 좌익수와 9번타자로 주로 나서고 있다. 원래대로라면 중견수에 상위 타순 또는 중심타선의 뒤를 받치는 6번 정도에 자리해야 한다. 그런데 전준우가 생소한 자리에 배치돼 출전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중견수는 수비 범위가 다른 외야수와 견줘 넓다. 전준우는 현재 러닝을 할 때 이상이 없을 정도로 컨디션을 회복했다. 그러나 아직까지는 부상이 재발할까봐 조심하고 있다. 전준우는 지난 시즌 후 발목 수술을 받았고 스프링캠프 때는 내성 발톱 때문에 고생했다.
김시진 롯데 감독은 그런 부분을 고려해 전준우에게 수비부담을 덜어주기로 했다. 수비력이 뛰어난 이승화를 중견수로 두고 전준우가 좌익수를 맡았다. 그런데 익숙하지 않은 자리이다 보니 수비에서 실수도 나왔다.
전준우는 "중견수로 뛸 때와 견줘 좌익수 쪽에서는 타구가 휘어지는 경우가 많다"며 "수비할 때 까다로운 부분"이라고 했다. 그리고 한 가지가 더 있다. 야간경기시 조명이다. 전준우는 지난 9일 사직구장에서 열린 LG 트윈스전에 좌익수로 나섰다가 8회초 LG 공격에서 정성훈의 플라이 타구를 잡지 못했다.
처리하기 쉬운 타구는 아니었지만 전준우는 낙구지점을 파악한 뒤 스텝을 밟아 포구 준비를 했다. 그러나 공은 글러브에 맞고 떨어졌다. 공식기록은 2루타가 됐지만 전준우의 수비 하나가 롯데에겐 아쉬운 순간이 됐다.
그는 "하필이면 타구가 순간 조명탑 안으로 들어가버렸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그러나 핑계는 대지 않는다. 전준우는 "내 실수로 경기를 그르친 셈"이라고 했다. 당시 롯데는 LG와 4-4로 팽팽히 맞서고 있었다. 정성훈의 이 2루타로 LG는 2, 3루 기회를 만들었고 이진영의 희생플라이로 5-4 역전에 성공했다. 이후 9회초 추가로 두 점을 더 뽑아 7-4로 롯데를 꺾었다.
전준우는 15일 사직구장에서 열린 NC 다이노스와 경기에서 히어로가 될 수도 있었다. 0-2로 끌려가고 있던 7회말 2사 만루 상황에서 주자를 모두 홈으로 불러들이는 3타점 2루타를 쳤다. 전준우의 한 방으로 롯데는 3-2로 역전했다. 그대로 경기가 종료됐다면 당연히 전준우가 수훈갑이었다. 하지만 롯데는 마무리 김성배가 9회 테임즈에게 동점 솔로홈런을 맞았고, 연장 12회까지 가 결국 NC에게 3-5로 졌다. 전준우의 어깨도 축 처질 수밖에 없었다.
아직 시즌 초반이고 뛰어야 할 경기는 한참이나 남아 있다. 전준우는 지난 주말 광주 챔피언스필드에서 치른 KIA 타이거즈전을 시작으로 조금씩 타격감을 끌어 올리고 있다. KIA를 상대로 시즌 마수걸이 홈런도 신고했다. 15일 현재 12경기에 나와 타율 2할에 머물고 있지만 지금의 위치가 자신이 있어야 할 곳이 아니라는 걸 잘 알고 있다.
그는 "2차 스프링캠프에 참가하지 못해서 그런지 연습량 부족에 대해 물으시는 분들이 많다"면서 "오히려 퓨처스(2군) 선수들과 함께 운동을 했기 때문에 더 많이 훈련했다"고 웃었다.
김 감독은 전준우의 타격감이 어느 정도 올라왔다고 판단될 경우 타순 조정도 고려하고 있다. 톱타자로도 기용할 생각을 갖고 있다.
전준우도 "아무래도 1번이 편하긴 하다"며 "가장 많이 뛰어본 자리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투수들은 보통 톱타자를 상대할 때 초구에 스트라이크를 잡기 위해서 적극적으로 승부하는 편이다. 그래서 안타를 생산하기에 좀 더 유리한 부분이 있다. 전준우는 다시 톱타자에 배치된다면 이런 점을 적극적으로 이용하려고 한다.
그는 "현재는 서서히 타격감이 올라오는 중"이라고 했다. 하지만 아직 전준우 스스로도 100% 만족할 수준은 아니다. 그는 "수비 위치든 타순이든 지금은 크게 상관이 없다"며 "어디에서든 빨리 자리를 잡아야 한다. 그게 최우선"이라고 했다. 전준우의 방망이가 매섭게 돌아간다면 롯데의 공격력도 분명히 한 단계 더 올라간다. 전준우 역시 누구보다 그런 상황을 바라고 있다.
조이뉴스24 부산=류한준기자 hantaeng@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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