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빈 복귀작 '역린' 첫 선, 배우들 고군분투 '사극 흥행 잇는다'

[권혜림기자] 배우 현빈의 스크린 복귀작 '역린'이 기대 속에 베일을 벗었다.

22일 서울 광진구 자양동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점에서 영화 '역린'의 언론·배급 시사가 진행됐다. 세월호 침몰 참사로 VIP 시사를 취소한 '역린'의 언론·배급 시사에는 많은 취재진과 영화 관계자들이 몰려 뜨거운 관심을 증명했다.

'역린'은 톱스타 현빈의 군 제대 후 복귀작이자 첫 번째 사극 도전작으로 기대를 모았다. MBC 드라마 '다모' '베토벤 바이러스' '더킹 투하츠' 등을 연출한 스타 연출자 이재규 감독의 스크린 데뷔작이기도 하다.

영화는 조선시대 왕위에 오른 정조의 암살을 소재로 했다. 정조 즉위 1년인 1777년 7월28일 정유역변 실화를 모티브로 삼았다. 왕을 죽이려는 자와 살리려는 자, 살아야만 하는 자의 엇갈린 운명을 그렸다.

'역린'의 쟁쟁한 스케일은 화려한 출연진으로도 입증된 바 있다. 현빈을 비롯해 정재영·조재현·조정석·박성웅·정은채·한지민 등이 출연했다. 연기력으로 큰 이견이 없을 배우들이 한데 뭉쳤지만 집중도 역시 분산될 수밖에 없었다. 역변을 꾀하는 궁중 인물들 사이 정조의 고뇌가 극의 중심축을 이뤘지만 비밀 살막에서 자라난 살수들 간 관계에도 적지 않은 비중을 할애했다. 내로라하는 배우들이 한데 모였지만 기대만큼의 활약을 펼치진 못했다는 인상이다. 포장은 화려했지만 내실 역시 그랬는지는 짚어볼 일이다.

정유역변을 앞둔 하루를 극화해 재구성한 만큼 극의 긴장감이 영화의 후반부에 몰린 것은 당연했다. 정조의 서고이자 침전인 존현각에서 벌어지는 자객들의 격투, 남몰래 체력과 무예를 갈고 닦아 온 정조의 활약이 영화의 후반을 장식했다. 그러나 군데 군데 포진한 갈등 요소들이 극의 초중반부까지 흥미있게 이끌었는지는 의문으로 남는다. 액션 신 역시 시각적 허전함이 느껴지는 대목이 없지 않았다.

그러나 배우들의 연기를 떼어 놓고 볼 땐 크게 흠잡을 곳이 없었다는 반응이다. 현빈 특유의 차분한 음성은 비극 속에 아버지를 잃고 궁내 암투 세력을 끝없이 경계해 온 외로운 왕의 성정과 어울렸다. '역린'을 포함해 올해 세 편의 영화를 선보인 정재영은 최근작 '플랜맨' '방황하는 칼날'에서와는 또 다른 얼굴을 보여줬다. 정조를 보필하는 상책의 역할 외, 숨겨왔던 과거사 역시 관객들의 눈길을 끌 전망.

조정석은 청부 살수 을수로 분해 정조를 암살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인물을 연기했다. 영화 '건축학개론'에서 뿐 아니라 '관상'에서도 해학적인 캐릭터를 소화했지만 '역린'에선 날선 눈으로 칼을 뽑아드는 액션 연기를 무리 없이 소화했다.

데뷔 후 첫 악역 연기에 도전한 한지민의 변신도 눈여겨 볼만하다. 영조의 젊은 계비이자 사도제사를 죽게 한 노론의 수장 정순왕후로 분했다. 청초하고 유순한 인물을 주로 연기했던 한지민이지만 '역린'에선 단아한 외모가 섬뜩한 표정 연기와 만나 변신의 폭발력이 컸다.

홍국영을 연기한 박성웅은 악역 전문 배우라는 타이틀을 떼고 의리 넘치는 금위영 대장으로 변신했다. 반면 조재현은 피도 눈물도 없는 비밀 살막의 주인 광백 역을 맡아 섬뜩한 악역으로 분했다. 치아부터 피부, 머리까지 감쪽같은 분장도 큰 역할을 했다. 왕의 의복을 관리하는 세답방의 궁중나인 월혜 역을 맡은 정은채는 조정석과 애끓는 로맨스를 펼쳐 시선을 모았다.

'역린'이 배급사 롯데엔터테인먼트의 기대작인데다 톱스타들이 대거 출연한 대작인 만큼, 영화 관계자들도 저마다 다른 평을 내놓으며 관심을 드러냈다. 국내 거대투자배급사의 홍보 마케팅 관계자는 "기대만큼 재미있게 봤다. 현빈은 사극에서도 흥행타를 칠 것 같다"고 짧은 평을 남겼다. 익명을 요구한 또 다른 영화 관계자는 "현빈의 티켓 파워에 기대게 될 작품인듯하다"고 전했다.

'역린'은 오는 4월30일 개봉한다. 세월호 참사를 애도하는 차원에서 시사회 후 예정됐던 기자간담회는 취소됐다. 주연 배우 현빈은 라운드 인터뷰 일정을 잠정 연기했다. 영화는 같은 날 개봉하는 '표적', 오는 23일 개봉하는 '어메이징 스파이더맨2'와 흥행 대결을 펼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