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명의기자] 한화 이글스가 딜레마에 빠졌다. 폭발하면 팀 승리를 확실히 보증하는 카드를 갖고 있지만, 폭발 빈도가 높지 않은 것이 문제다.
어깨 수술 후 예정보다 빨리 경기에 나서고 있는 이용규(29)의 얘기다. 이용규는 당초 5월은 돼야 출전할 수 있을 것이라는 예상을 깨고 개막전부터 1군 엔트리에 이름을 올리고 한화의 톱타자로 뛰고 있다.
문제는 이용규의 컨디션이 아직 정상이 아니라는 데 있다. 이용규는 22일 현재 타율이 2할9리(67타수 14안타)에 그치고 있다. 톱타자로서 가장 중요한 기록이라 할 수 있는 출루율도 2할9푼3리로 높지 않은 편이다.
하지만 터질 때는 확실히 팀을 승리로 이끈다. 이용규가 멀티히트를 기록한 4경기에서 한화는 모두 승리를 따냈다. 아직까지는 '이용규 멀티히트=한화 승리'라는 공식이 유지되고 있다. 볼넷을 포함, 2차례 이상 출루한 7경기에서는 5승을 따냈다.
이용규가 공격의 물꼬를 트면 그만큼 한화가 승리할 가능성은 높아진다. 김응용 감독이 꾸준히 이용규를 톱타자로 기용하는 것도 이같은 사실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용규는 아직까지 기복이 심하다. 지난 주말 LG를 상대로 2연승을 이끌었지만, 22일 두산전에서는 5타수 무안타로 침묵하며 팀의 2-6 패배를 지켜봤다.
아직 이용규는 타격감 회복을 위해 꾸준한 출전 기회를 보장받고 있다. 가끔 눈부신 활약으로 팀을 승리로 이끌기도 한다. 하지만 2할대 초반의 타율이 계속된다면 한화로서도 다른 카드를 고민할 수밖에 없다. 이용규가 아직 수비에 나설 수 없다는 것도 문제다.
톱타자는 정근우에게 맡길 수 있다. 정근우는 전 소속팀인 SK에서는 물론, 국가대표팀에서도 톱타자로 활약한 선수다. 이 경우 지명타자로 최근 타격감이 좋은 김태완을 활용할 수 있다. 김태완은 타율 3할3푼3리(12타수 4안타)에 2홈런 6타점을 기록 중이다. 특히 득점권 타율이 6할에 이른다. 2군에 내려간 최진행도 1군으로 불러올릴 수 있는 시점이 됐다.
이용규를 벤치로 불러들이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다. 그러나 아직 몸 상태가 100%가 아닌 이용규에게 휴식을 제공하며 경기 후반 조커로 활용하는 방안도 고려해볼 만하다. 최상의 시나리오는 이용규가 수비에 나서는 것이지만, 이는 5월 이후에나 가능한 얘기다.
이용규 스스로도 "내가 빨리 수비에 나갈 수 있어야 한다"며 팀에 대한 미안한 감정을 나타냈다. 김응용 감독은 그런 이용규의 몸 상태를 꾸준히 체크하고 있다. 폭발 시 승리의 보증수표지만 아직 완전치 않은 카드다. 한화가 이용규 딜레마를 어떻게 풀어낼 지 지켜볼 일이다.
조이뉴스24 정명의기자 doctorj@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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