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명의기자] LG 트윈스의 감독직은 정녕 독이 든 성배인가. 팀의 오랜 암흑기를 끊어낸 김기태(45) 감독도 계약기간을 채우지 못하고 감독직에서 갑작스럽게 내려왔다.
LG는 23일 대구구장에서 열린 삼성 라이온즈와의 경기가 끝난 뒤 김기태 감독이 자진사퇴했다고 발표했다. 감독들의 시즌 중 사퇴는 그리 생경한 장면이 아니지만, 아직 시즌 초반인 4월에 물러나는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이다.
이로써 김기태 감독은 지난 2012년 LG 사령탑에 취임한 뒤 계약기간인 3년을 채우지 못하고 지휘봉을 내려놨다. 특히 김 감독은 지난해 LG를 11년만에 포스트시즌 무대에 진출시키며 팀의 암흑기를 끊어내며 지도력을 발휘한 인물이라는 점에서 더욱 충격적인 소식이다.
LG의 감독 자리는 예전부터 '독이 든 성배'라는 표현이 자주 따라붙었다. 어느 팀에도 뒤지지 않는 열성적인 팬들, 구단주의 전폭적인 지원 등이 오히려 감독들에게는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 김 감독은 지난해 포스트시즌 진출로 팬들의 전폭적인 신뢰를 얻었지만 올 시즌 개막 이후 부진을 극복하지 못하고 스스로 자리를 떠나고 말았다.
LG 감독 자리를 두고 '독이 든 성배'라는 표현은 2000년대 들어 본격적으로 사용되고 있다. 2002년 김성근 전 감독이 팀을 한국시리즈 준우승으로 이끌고도 이듬해 경질된 것이 시작이었다. 이어 2003년 이광환 감독에 이어 2004년부터 이순철 감독이 지휘봉을 잡았지만, 2006년 성적 부진에 책임을 지고 사퇴했다.
2007년에는 현대 왕조를 이끌었던 김재박 감독을 야심차게 영입했다. 그나마 김재박 감독은 부진한 성적에도 계약기간 3년을 모두 채운 감독이었다. 이어 2010년부터 취임한 박종훈 감독은 무려 5년의 계약기간을 보장받았으나 두 시즌만인 2011년을 끝으로 김기태 감독에게 지휘봉을 넘겼다.
김 감독은 팀 체질 개선에 성공, 가을야구에 대한 오랜 숙원도 이뤄내며 장기집권 가능성을 높였다. 그러나 그 역시 계약기간을 남겨놓고 마지막 시즌 초반 자리를 떠났다. 물론 이번 김 감독의 사퇴가 전적으로 LG 구단에 책임이 있다고 단정지을 수는 없지만, 결과적으로 사령탑의 시즌 중 사퇴라는 씁쓸한 기록을 또 한 번 남겼다.
김 감독은 취임 후 독이 든 성배를 언급하며 "선수들이 해독제를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LG는 정규시즌을 2위로 마치며 해독제를 만든 것으로 보였다. 그러나 불과 몇 개월 지나지 않아 LG에는 다시 새로운 해독제가 필요한 상황이 찾아왔다.
조이뉴스24 정명의기자 doctorj@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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