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한준기자] 박병호(넥센 히어로즈)는 지난 두 시즌 소속팀은 물론 국내 프로야구를 대표하는 4번 타자로 자리 잡았다. 그는 두 시즌 연속 홈런왕에 오르며 68홈런 222타점을 기록했다. 타율도 2할9푼(2012년)과 3할1푼8리(2013년)로 꾸준히 높았다.
그러나 올 시즌 개막 이후 박병호는 좀처럼 힘을 내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슬로 스타터'로 꼽히긴 하지만 마음먹은 대로 타구가 날아가지 않았다. 방망이에 제대로 공을 맞히지 못하고 헛스윙으로 물러나는 경우가 많았다.
시즌 마수걸이 홈런도 개막 후 7경기가 지나서야 나왔다. 타점을 올릴 수 있는 기회에서 범타로 물러나는 일도 많았다.
하지만 역시 박병호였다. 타격감이 조금씩 제 궤도를 찾아가고 있다. 29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와 경기에 앞서 박병호는 타격 연습을 마친 뒤 덕아웃으로 들어오다 취재진과 만났다. 그는 "다른 선수들이 찬스 때 해결을 잘 해주고 있어 좋다"고 웃었다. 4번타자로서 자신의 역할이 미흡하지만 동료들이 잘 해주고 있어 부담이 덜하다는 것이다.
넥센은 29일 현재 유한준(17타점)을 비롯해 강정호, 김민성, 이택근(이상 16타점) 서건창(15타점)이 쏠쏠하게 타점을 올리며 타선 전체가 해결사 구실을 하고 있다. 박병호는 11타점에 머물고 있어 성에 차지 않는다.
박병호는 미소를 잃지 않고 있지만 마음 속은 답답할 수밖에 없다. 자신이 해야 할 일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지만 아직은 타격감이 최고조로 올라온 게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조급해 할수록 될 일도 안된다. 박병호는 "이제 나만 컨디션을 찾으면 된다"며 "타격감이 바닥을 쳤을 때와 견줘 지금은 조금씩 올라오고 있다"고 했다.
최근 기록도 이를 반영한다. 그는 지난 25일 목동 삼성전부터 이날 두산전까지 5경기 연속 안타를 쳤다. 26일에는 3안타를 몰아치기도 했다. 총 8개의 안타 중에 홈런도 2개다. 6홈런으로 팀 내 최다를 기록하고 있으며 홈런레이스 공동 2위까지 올라갔다. 4번 타자로서의 자존심을 조금씩 회복하고 있다.
박병호는 "(컨디션이 좋지 않아도) 특별하게 변화를 준 건 없다"고 했다. 그동안 몸에 밴 루틴을 깨고 싶지 않아서다. 어떻게 하면 한창 잘 맞을 때 감각을 되찾을 수 있는지는 스스로가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오히려 단순하게 생각하는게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덧붙였다.
올 시즌 박병호의 성적에 유독 더 많은 관심이 모아지는 이유는 있다. 바로 각 구단이 영입한 외국인타자 때문이다. 박병호가 홈런왕 2연패를 차지한 지난 두 시즌 동안 외국인타자는 없었다. 국내 선수들끼리 경쟁에서 박병호가 독보적이었지만 올 시즌은 다르다. 홈런 부문 10걸 중 1위를 달리고 있는 조쉬 벨(LG 트윈스)을 포함해 6명이 외국인타자다.
박병호는 "(외국인타자와 경쟁은) 오히려 도움이 된다"며 "특히 호르헤 칸투(두산), 루크 스캇(SK 와이번스), 루이스 히메네스(롯데 자이언츠) 등 잘 치는 선수들을 보면서 자극제가 된다기보다 그들의 타격자세 등을 보며 많이 배운다. 내 타격 기술을 끌어 올리는 데도 많은 도움이 된다"고 했다.
한편 박병호는 지금까지 27개의 삼진을 기록하고 있다. 각 구단 중심타자들과 견줘 다소 많은 숫자다. 조쉬 벨이 25삼진으로 그나마 박병호와 비슷하다. 그러나 박병호는 "그래도 볼넷은 많아졌다"며 "투수와 승부는 어렵지만 타석에서 좀 더 기다려야 한다. 팀을 위해서라도 볼넷을 자주 고르려고 한다"고 했다. 그는 18볼넷으로 팀 내에서 가장 많이 걸어나가고 있다.
하루 아침에 기록이 좋아지지는 않는다. 하지만 박병호도 몰아치기 능력이 충분히 있고 지난 두 시즌 동안 이를 증명했다. 출발은 느리지만 조금씩 제 자리를 찾아가고 있다.
염경엽 넥센 감독도 "(박)병호는 올 시즌 개막 이후 타격 준비시 몸이 앞쪽으로 쏠리는 일이 많았다"며 "그러나 최근 조금 변화를 주고 있다. 타격 전에 팔을 앞쪽으로 당기고 있다. 병호 스스로도 자기 포인트를 찾아가고 있다는 의미"라고 긍정적인 전망을 했다. 또한 염 감독은 "병호는 경기 전후 허문회 타격코치와도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며 "앞으로 더 좋은 모습을 보일 거라 믿는다"고 신뢰를 보였다.
조이뉴스24 잠실=류한준기자 hantaeng@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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