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한준기자] '아, 왜 하필이면 두산 베어스가 나를 뽑았을까.' 양종민은 지난해 11월 열린 2차 드래프트를 통해 롯데 자이언츠에서 두산으로 유니폼을 갈아 입었다. 덕수고를 졸업한 뒤 2009시즌 프로에 데뷔한 그는 롯데에서 보낸 다섯 시즌을 그렇게 마감했다.
그는 2차 드래프트 나가는 선수 명단에 자신이 포함됐다는 걸 알고 난 뒤 롯데를 떠난다는 서운하고 섭섭한 생각이 먼저 들었다. 두산이 자신을 선택했다는 소식을 듣고는 조금은 힘이 빠졌다.
양종민은 "두산에는 내야수 쪽에 멀티 플레이어가 많았다"며 "두터운 선수층 때문에 내가 뚫고 들어갈 자리가 없어 보였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롯데에서도 주로 백업으로 경기에 나섰지만 두산은 사정이 또 달랐다. 더욱 치열한 경쟁을 해야 했다.
새 팀에 온 양종민은 정면 돌파하기로 마음먹었다. 두산으로 온 뒤 누구보다 더 열심히 운동을 했다. 2차 드래프트를 새로운 계기로 삼기로 했다. 그는 "두산에 온 뒤 선배들에게 많은 부분을 배웠다"고 했다. 직접 말로 전해 들은 것도 있었지만 함께 운동을 하면서 플레이를 지켜보는 것만으로 적잖은 도움이 됐다.
양종민은 "역시 수비를 정말 잘하더라"고 했다. 두산은 지난해 61실책으로 팀 최소 실책을 기록했다. 내, 외야 가리지 않고 촘촘한 수비가 '가을야구' 진출에 원동력이 됐고 한국시리즈 준우승까지 일궈낸 원동력 중 하나가 됐다.
양종민은 1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넥센 히어로즈전에 두산 이적 후 첫 선발 출전했다. 주전 유격수 김재호가 허리가 좋지 않아 대신 그 자리를 맡았다. 양종민은 "두 시즌 만에 첫 선발 출전"이라며 "실수를 만회하고 싶다"고 했다.
그는 롯데 시절이던 지난 2012년 6월 17일 목동구장에서 열린 넥센과 원정경기를 잊을 수 없다. 그 날 양종민은 유격수 겸 9번타자로 선발 출전했는데 프로 통산 60번째 끝내기 실책의 주인공이 되고 말았다. 3-3으로 팽팽하게 맞서고 있던 9회말 수비에서 병살 플레이를 시도하다가 1루로 악송구를 했다. 당시 3루 주자 정수성(현 넥센 퓨처스 코치)이 그 틈을 타 홈을 밟았고 경기는 3-4 롯데의 패배로 끝났다.
양종민은 "그 날 타격에서는 그나마 제몫을 했는데 수비에서 모든 걸 망쳐버렸다"고 쓰라린 기억을 떠올렸다.
그는 "롯데에서 뛸 때는 절실함이 없었다"며 "퓨처스에서 뛰고 있을 때도 '1군에서 곧 부르겠지'라는 막연한 생각을 늘 갖고 있었던 같다"고 했다. 양종민은 2011시즌 58경기에 출전하며 나름대로 백업 노릇을 잘했다. 그런데 오히려 그런 부분이 독이 됐다. 그는 "(1군 출전) 기회를 너무 쉽게 여겼다"면서 "그래서 2차 드래프트를 통한 이적이 자극제가 됐다"고 했다.
그는 1일 경기에서 8회말 대타 김재환으로 교체됐다. 두 차례 타석에선 무안타에 그쳤지만 수비에서는 실수가 없었다. 깔끔하게 제 역할을 해냈다. 양종민은 "롯데에서 뛰다가 두산으로 온 선수들이 대부분 잘했다는 점도 내겐 부담이 됐다"고 했다. 대표적인 경우가 주전 3루수로 뛰고 있는 이원석, 그리고 두산에서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어 다시 친정팀 롯데로 복귀한 최준석이다.
현재 팀의 주장을 맡고 있는 홍성흔도 롯데를 거쳐 다시 두산 유니폼을 입었다. 롯데 시절 양종민과 한솥밥을 먹었다. 김성배, 김승회, 용덕한 등은 두산에서 롯데로 가 자리를 잡은 선수들이다.
양종민은 "어떻게 보면 두산과 롯데는 궁합이 잘 맞는 것 같다"며 "서로 윈-윈이라 얘기할 수 있게 나 또한 최선을 다해 뛰겠다"고 각오를 전했다.
조이뉴스24 잠실=류한준기자 hantaeng@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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