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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C 좌절 '恨' 품은 자, 이근호 처럼 다시 꿈꿔라


4년 기다림 끝에 월드컵 출전 이근호 "오기를 가져라" 조언

[최용재기자] 월드컵. 축구 선수라면 누구나 월드컵 출전의 '꿈'을 가진다.

하지만 월드컵 무대를 밟는 기회가 누구에게나 주어지지는 않는다. 세계에서 가장 큰 대회이자 최고 영향력이 큰 무대다. 그렇기에 월드컵은 하늘이 허락해준 선수만이 출전할 수 있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그만큼 참가하기 어려운 대회다. 축구 선수로서 평생 한 번 출전하기도 어렵다.

출전하기 어려운 만큼 월드컵으로 인해 좌절과 시련을 겪는 선수들이 많다. 매번 월드컵이 열릴 때마다 아픔을 받는 선수들이 나오기 마련이다. 특히 문턱까지 도착했다가 마지막 관문을 넘지 못하고 안타깝게 탈락하는 선수가 있다. 그들에게는 월드컵에 대한 '한'이 가슴 깊이 박혀 있다. 어떤 위로의 말도 들리지 않는, 외롭고 허탈한 '마음의 병'에 걸리고 만다.

이런 시련을 겪었고, 이런 한을 품었던 선수가 있다. 아쉽게 월드컵 출전의 꿈을 접어야 했던 마음의 병을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선수다. 바로 이근호(29, 상주 상무)다.

4년 전, 이근호는 2010 남아공 월드컵 최종엔트리에서 탈락했다. 이근호는 남아공 월드컵 아시아지역 예선에서 최고의 활약을 펼치며 한국을 월드컵 7회 연속 본선에 올려놓은 주역이었다. 그런데도 최종엔트리에는 포함되지 못했다. 이근호의 가슴 깊은 곳에 한이 박혔던 이유다.

이근호는 남아공 월드컵을 앞두고 유럽 진출을 시도하다 실패하자 경기력과 컨디션이 급격하게 떨어졌다. 월드컵 최종예선의 영웅이었지만 정작 본선을 앞두고는 초라해졌다. 경기력이 예전같지 않았던 이근호는 최종엔트리 탈락이라는 참담한 결과를 받아야만 했다. 다른 어떤 선수보다 아팠고 또 허탈했다.

월드컵 탈락의 시련을 겪은 이근호. 중요한 것은 이근호의 '다음 행보'였다. 이근호는 아팠지만 좌절하지 않았다. 과거는 잊고 미래를 생각했다. 그리고 이근호는 다시 월드컵의 꿈을 꾸기 시작했다. 이근호는 모든 시련과 아픔을 축구로 극복하겠다고 의지를 다졌다. 월드컵 탈락의 시련보다 더 아픈 시련은 없다. 이근호는 그런 아픔을 넘어 다시 거침없이 전진하기 시작했다.

이근호는 자신의 가치를 재평가 받기 위해 그라운드에서 모든 것을 걸고 뛰었다. 이근호는 2012년 울산 현대를 AFC(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우승으로 이끌었다. 그리고 AFC 올해의 선수상을 거머쥐었다.

2013년 이근호는 병역 의무를 위해 상주 상무로 입대했다. 군인 신분으로 월드컵 출전을 허락받는 이는 드물다. 그런데 설상가상으로 상주는 2013시즌 강제로 2부 리그로 강등됐다. 군인 신분에 1부 리그도 아닌 2부 리그에서 뛰면서 월드컵의 꿈이 이뤄질 수 있을까. 이근호는 의심하지 않았다. 당당하게 2부 리그에서도 이근호는 월드컵의 꿈을 이어갔다. 이근호는 K리그 챌린지 득점왕과 함께 상주 상무를 1부 리그로 승격시켰다.

물론 위기도 있었다. 2부 리그 시절에도 대표팀의 부름을 받았던 이근호는 대표팀에 녹아들지 못했다. 템포를 따라가지 못했다. 2부 리그와 1부 리그의 경기력 차이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근호는 포기하지 않았다. 템포를 맞추기 위해 개인적인 노력을 멈추지 않았고, 시행착오를 겪으며 극복해냈다. 결국은 모두가 인정하는 대표팀 공격 자원으로 거듭났다.

올 시즌 초 무릎 부상을 당한 이근호다. 월드컵이 코앞으로 다가온 시점이었다. 이근호는 병원 5군데에서 진단을 받았다. 최선을 다해 치료하고 재활했다. 부상도 월드컵을 향한 열정을 막지 못했다. 지금은 완벽하게 나았다. 컨디션도 몸상태도 좋다. 그리고 이근호는 브라질 월드컵 최종엔트리 23인 안에 이름을 올렸다.

언제나 그랬듯이 이번 브라질 월드컵 역시 최종엔트리 확정 과정에서 탈락의 아픔을 겪는 선수들이 나왔다. 유력한 후보로 마지막까지 경쟁했지만, 정상 문턱까지 왔지만, 아쉽게도 브라질로 가지 못하는 이들이 있다. 또 다른 이근호다. 이들 역시 가슴에 한이 맺혔을 것이다.

이들에게 이근호가 진심어린 조언을 던졌다. 자신도 겪어봤고 아파봤기에 마음 깊은 곳에서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었다. '오기를 가져라. 그리고 이런 시련을 축구로 풀어라.' 이근호가 하고 싶었던 말이다.

10일 상주와 수원의 K리그 클래식 12라운드가 끝난 후 만난 이근호는 "최종엔트리에 포함돼서 우선 기뻤지만 생각해보니 책임감이 더 생겼다. 4년 전이 떠올랐다. 그래서 이번에 탈락한 친구들이 떠올랐다. 월드컵을 위해 열심히 했던 친구들이 생각나 책임감이 더 생겼다. 더욱더 단단한 각오로 임해야 한다는 책임감이다"라며 4년 전 자신의 처지와 같은 후배들을 바라봤다.

그리고 이근호는 4년 전 자신의 모습을 하고 있는 이들에게 이렇게 조언했다.

"나 역시 4년 전 정말 많이 힘들었다. 위로의 말도 들리지 않을 정도였다. 나에게는 시간이 약이었다. 하지만 후배들은 나보다 빨리 극복하기 위해서 오기를 가졌으면 좋겠다. 이번이 끝이 아니다. 뽑히지 못했던 미련을 다른 곳이 아닌 축구를 통해서 풀 수 있으면 좋겠다. '나와 같은 선수를 왜 뽑지 않았느냐'를 말하고 싶다면 운동장에서, 그라운드에서 어필을 해야 한다. 나 역시 축구를 통해 극복했다. 다른 방법은 없다. 후배들 역시 축구를 앞으로 계속할 것이기 때문에 반드시 극복해낼 것이다."

월드컵의 한을 품은 이들, 한을 풀 수 있는 방법은 하나다. 고개를 숙이고 자책한다고 해서 변하는 것은 없다. 아픔을 빨리 잊고 다시 꿈을 꿔야 한다. 자신의 가치를 몰랐던 이들에게 더 빛나는 진가를 보여줘야 한다. 더 노력하고 더 발전해야 한다. 보란 듯이 당당하게, 나의 손을 뿌리친 이들이 후회하게 전진해야 한다.

그러다보면 다음 월드컵은 반드시 찾아온다. 4년 동안 발전한 가치를 인정해주는 감독도 반드시 만날 것이다. 꿈을 꾸는 자에게만 다음 기회도 찾아온다. '이근호 처럼' 말이다.

조이뉴스24 상주=최용재기자 indig80@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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