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태기자] 두산 베어스 오재원이 한국프로야구사에 길이 남을 금자탑을 세웠다. 오재원은 23일 잠실 한화전에서 호타준족의 상징인 사이클링히트를 기록했다. 역대 16번째 대기록이다.
오재원은 23일 잠실 한화전에 2루수 겸 2번타자로 선발출전 5타수 5안타 5타점으로 신들린 듯한 타격을 선보였다. 자신의 한 경기 최다안타에 최다타점 신기록을 세웠다. 무엇보다 단타, 2루타, 3루타, 홈런을 골고루 기록하면서 타자 최고의 영에인 사이클링히트의 주인공이 됐다. 두산 선수로는 92년 8월23일 잠실 롯데전 임형석(당시 OB), 2009년 4월11일 잠실 LG전 이종욱(현 NC)에 이어 3번째다. 오재원은 17경기 연속안타 기록도 이어갔다.
매 타석 마다 신기의 방망이 실력을 선보였다. 두산이 0-3으로 끌려간 1회말 선두 민병헌이 볼넷을 얻자 오재원은 좌익수 앞 깨끗한 안타로 찬스를 이었다. 김현수의 내야땅볼에 이은 칸투의 유격수 땅볼로 두산은 1점을 만회했다.
두산이 1-4로 여전히 뒤진 3회 2번째 타석에선 시원한 홈런포를 작렬했다. 1사 뒤 한화 선발 앨버스의 초구 몸쪽 높은 투심을 기다렸다는 듯이 잡아당겨 우측 담장을 빨랫줄처럼 넘겼다. 비거리 115m 솔로홈런. 시즌 3호째 홈런포였다.
불붙은 오재원의 방망이는 여기에서 멈추지 않았다. 두산이 2-5로 추격전을 시작한 5회말 2사 1루에서 좌측 담당까지 날아가는 적시 2루타로 점수차를 좁혔다. 오재원의 타구는 좌익수 직선타였지만 타구가 워낙 빨라 좌익수 김경언의 글러브를 맞고 뒤로 빠졌다. 실책성으로 보였지만 기록원은 안타로 인정했다.
오재원의 진가는 4번째 타석에서 한 번 더 번뜩였다. 두산이 4-5로 따라붙은 6회 주자 일소 2루타로 경기를 일순간에 뒤집었다. 2사 만루 상황에서 좌타석에 들어선 오재원은 한화 2번째 투수인 왼손 윤근영을 두들겨 1루수쪽으로 강한 타구를 날렸다. 공은 1루수 김태균 앞에서 강하게 원바운드로 튀었고, 김태균의 키를 넘어 외야로 총알처럼 굴러갔다. 이 때 주자 3명이 모두 홈을 밟았고, 2루에 진출해 있던 오재원 마저 상대 수비진의 중계 플레이 실책을 틈타 3루를 돌아 홈으로 유유히 들어왔다. 8-5 역전.
8회말 오재원은 한 번 더 타석에 들어섰다. 홈런보다 나오기 어려운 3루타를 남겨두고 있어 사이클링히트를 기대하는 사람은 그다지 많지 않았다. 그러나 오재원은 상대 4번째 투수 황재규로부터 좌익수와 우익수 사이를 가르는 큰 타구를 쳐냈다. 상대 외야수들이 타구 처리에 다소 늦은 사이 오재원은 1루와 2루를 돌아 3루까지 내달았고, 여유있게 안착했다. 순간 1루측 두산 팬들 사이에선 큰 환호가 쏟아졌다. 오재원은 만면에 미소를 지으며 주먹을 불끈 쥐었다.
오재원의 맹활약에 힘입은 두산은 선발 유희관의 난조에도 불구하고 11-5로 승리하고 최근 10경기 8승째의 상승세를 이어갔다.
조이뉴스24 잠실=김형태기자 tam@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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