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태기자] "나도 보고 싶네요. 참 궁금합니다."
KIA 타이거즈 불펜에는 한때 메이저리그를 호령했던 대투수가 하나 있다. 한 개도 어렵다는 월드시리즈 우승반지를 2개나 받은 김병현이다. 지난달 10일 투수 김영광과 맞트레이드로 넥센 히어로즈에서 KIA로 이적한 김병현은 아직 고향팬들에게 '신고식'도 치르지 못했다.
이적 후 곧바로 2군에서 투구감 회복에 집중해온 그는 지난 23일 마침내 1군에 올라왔지만 여전히 개점휴업 상태다. 좀처럼 등판 기회가 나지 않아 벤치에서 경기만 지켜보고만 있다.
한때 한국을 대표하는 투수 중 하나로 꼽혔던 그이지만 현재 위상은 크게 달라진 상태다. 올 시즌 2군에서만 15경기에서 1승1패 평균자책점 8.85에 그쳤다. 20.1이닝 동안 피안타 29개에 볼넷 11개를 허용했다.
큰 기대를 받고 한국 프로야구에 합류한 지난 2012년 19경기서 평균자책점 5.65을 기록한 그는 지난해 15경기에서도 5승4패 평균자책점 5.26에 그쳤다. 광주일고 선배인 염경엽 넥센 감독이 실망감을 드러낼 정도로 투구 내용이 좋지 못했다.
올 시즌에는 개막 당시부터 2군에 머무른 그는 KIA로 이적한 뒤 마음 편한 고향 광주에서 반전의 계기를 마련할 것이란 기대를 받았지만 정작 실력을 보여줄 기회가 없었다. 1군 승격의 배경도 구위가 살아났다기 보다는 본인의 1군 승격 요청을 선동열 감독이 받아들인 것이다.
선 감독은 당시 "본인이 1군에서 뛰고 싶다니 불러올렸다"며 "김병현도 이젠 예전의 그가 아니지 않느냐. 힘보다는 제구력 위주로 승부를 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그런데 정작 선 감독도 김병현의 투구를 볼 기회가 없었다. 그는 27일 광주 두산 베어스전에 앞서 "점수차가 많이 벌어지는 경기에 투입할 생각인데, 좀처럼 그런 경기가 나오지 않는다. 본인이 편안할 수 있는 상황이 오면 언제든지 내세울 생각인데 기회가 안 생긴다"고 아쉬워했다.
그도 그럴 것이 KIA는 요즘 승부를 알 수 없는 접전이 이어지고 있다. 23일 롯데를 상대로 아쉽게 2-3으로 패한 뒤 다음날 같은 팀을 상대로한 경기에서는 4-1로 승리했지만 경기 끝까지 마음을 조려야 했다. 7-5로 이긴 25일 경기 역시 마찬가지였다.
올 시즌 1군에서 던져보지 않은 김병현이 등판하려면 최소 5∼7점차 이상으로 크게 이기거나 지는 경기가 있어야 하는데 그런 경우가 별로 없었다. 필승조가 아닌 선수의 '테스트 등판'을 박빙의 경기에서 가질 수는 없다. 무엇보다 선수 본인의 부담을 줄여줄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김병현 본인은 물론 선 감독을 비롯한 코칭스태프도 답답하긴 마찬가지다.
이날 두산전도 울산 3연전과 크게 다르지 않은 결과가 나왔다. 경기 초반 앞서가던 KIA가 후반 두산의 맹추격에 진땀을 흘리면서 8-5로 어렵게 이겼다. 김병현은 이날도 불펜에서 물끄러미 경기만 지켜봐야 했다.
한때 '핵잠수함'으로 불리며 한국 최고의 언더핸드 투수로 불렸던 김병현이다. 소망하던 고향팀에 합류한 그가 광주의 새 명물인 광주-KIA 챔피언스필드 마운드에서 던지는 모습을 보려면 좀 더 시간이 필요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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