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한준기자] 롯데 자이언츠가 고비를 만났다. 롯데는 26일부터 29일까지 경기 일정이 없다. 주중 3연전을 건너뛰어 이동일 포함 나흘간의 휴식기를 보내고 있다. 오랜만에 찾아온 '꿀맛 같은' 휴식기다. 그런데 선수단 내부 문제가 불거지는 바람에 어수선한 모양새가 돼버렸다.
28일 권두조 수석코치가 사임 의사를 밝혔고 여기에 선수단 집단 행동이 있었다는 얘기가 흘러나오면서 팀 분위기가 뒤숭숭해졌다. 롯데 구단은 이날 "김시진 감독을 비롯해 구단 관계자가 권 수석코치의 사임을 만류하고 있다. 그리고 선수단 훈련은 예정대로 진행됐다"고 했다. 여기까지가 현재까지 밖으로 알려진 구단의 공식 발표 내용이다.
그러나 권 수석코치는 오는 30일부터 잠실구장에서 열리는 두산 베어스와 원정 3연전부터 선수단과 동행하지 않는 것으로 정리가 됐다. 구단은 "수석코치 자리만 내려놓고 코칭스태프에서 물러난다는 의미는 아니다"라고 했지만 이미 돌이킬 수 없는 강을 건넌 것으로 보인다. 자진 사퇴라고 하지만 사실상 경질인 셈이다.
이로써 롯데는 김시진 감독 부임 후 수석코치가 두 차례나 바뀌게 됐다. 전임 양승호 감독 시절까지 따지면 유독 수석코치 자리 이동이 많은 편이다.
양 전 감독이 팀에 왔을 때는 윤학길 코치가 수석코치를 맡았다. 양 감독의 두 번째 시즌이던 2012년 권두조 코치가 팀에 합류하면서 윤 코치는 퓨처스(2군) 감독으로 자리를 옮겼다.
지난해 김시진 감독이 양 감독 후임으로 선임되면서 함께 롯데 유니폼을 입은 권영호 코치가 수석코치를 맡고 권두조 코치는 퓨처스 감독으로 갔다. 그리고 올해 두 사람의 자리는 다시 한 번 바뀌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잡음이 나왔다. 롯데는 지난해 5년 만에 '가을야구' 진출에 실패했다. 당시 구단은 권영호 수석코치를 퓨처스 감독으로 보낸 이유에 대해 성적부진에 따른 조치라고 설명했다. 그런데 권 코치는 퓨처스 감독 부임 후 일주일도 안돼 팀을 떠났다. 정인교 코치가 그 자리를 대신 맡게 됐다. 그리고 시작한 올 시즌, 이번에는 권두조 수석코치가 사퇴했다.
롯데 구단은 공식적으로 부인하고 있지만 권 수석코치가 물러난 뒤 후속 인사조치가 나올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구단 프런트 가운데서도 보직 이동이 있을 것이라는 의미다.
이번 일로 김시진 감독이 느끼는 부담은 더해지게 됐다. 권두조 수석코치의 사퇴 배경이 김 감독의 지휘력과 관계가 있는지는 불명확하지만 이번 일로 성적에 대한 책임 소재는 더 분명해졌다.
롯데는 2000년대 들어 오랜 침체기를 겪었다. 그러다 지난 2007년 제리 로이스터 감독을 영입하면서 분위기를 바꿔나가기 시작했다. 로이스터 감독은 자기 색깔이 강했다. 수석코치를 포함해 다른 코치들과 역할 분담을 하기보다는 자신이 경기운영에 대한 전권을 갖고 팀을 이끌었다. 롯데가 암흑기를 끝내고 가을야구 초대장을 받은 것도 로이스터 감독의 이런 지도력이 큰 힘이 됐다.
로이스터 감독이 팀을 떠난 뒤 롯데 구단에서 임명한 두 사령탑은 로이스터 감독과 견줘 강(强)보다는 유(柔)에 가까운 지도자 스타일이다.
구단은 '카리스마형' 사령탑보다 '소통형'을 원했고 거기에 맞춰 감독을 선임하고 수석코치 인선을 했다. 그러나 올 시즌을 포함해 지난 4년 동안 크게 달라진 부분은 없었다. 오히려 롯데 구단은 이번 일로 선수단 관리에 소흘하지 않았느냐는 지적을 받게 됐다.
조이뉴스24 류한준기자 hantaeng@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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