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한준기자] SK 와이번스에 새로운 기대주가 등장했다. 3년차 내야수 박계현이다.
박계현은 군산상고를 졸업하고 지난 2011년 SK에 입단했다. 그런데 29일 목동구장에서 열린 넥센 히어로즈전이 열리기 전까지 1군 출전 경험은 5경기뿐이었다.
배트를 쥐고 타석에 선 건 이날이 처음이다. 그는 지난 4월 18일 문학구장에서 열린 KIA 타이거즈전에서 1군에 처음 얼굴을 비췄다. 그러나 반쪽짜리 데뷔전이었다. 팀이 11-0으로 크게 앞선 가운데 9회초 2루수 나주환을 대신해 대수비로 나선 것이 첫 1군 경기 출전이었다.
이후 4경기에서도 박계현은 대수비로 뛰었다. 1군에 올라온 뒤에는 주 포지션인 2루수와 유격수 외에 3루 수비에도 시간을 투자했다. SK는 주전 3루수 최정이 부상으로 라인업에서 빠져있는 상황이다. 그래서 박계현도 3루 수비 연습을 시작했다.
기디리면 기회는 오는 법. 이만수 SK 감독은 29일 넥센전에 박계현을 선발 3루수로 기용했다. 이 감독이 꺼낸 박계현 카드는 적중했다. 그는 이날 3타수 3안타 3타점을 기록하는 깜짝 활약을 선보였다. 9회초 박정권이 만루포를 치기 전까지 SK가 뽑은 5점 중 3점이 박계현의 방망이에서 나왔다.
매서운 타격 솜씨보다 더 눈길은 끈 건 빠른 발이다. SK 구단 관계자는 "1군과 퓨처스(2군) 선수들을 통틀어 박계현의 주력이 가장 빠르다"고 얘기했다. 박계현은 이날 도루도 2개나 성공해 빠른발을 증명했다.
특히 5회초 발로 만든 2루타가 인상적이었다. 평범한 단타가 될 수 있는 타구를 쳤지만 박계현은 1루를 돌아 2루로 내달렸다. 넥센 수비진이 엉성하게 중계플레이를 한 것도 아니었다. 그런데 박계현은 여유있게 2루에 도달했다. 빠른 발과 함께 순간적인 타구 판단 센스가 있었기에 가능한 주루 플레이였다.
이날 SK는 박계현의 활약과 박정권의 대타 만루포, 그리고 중간계투들의 호투가 조화를 이루며 넥센에 9-4로 승리를 거뒀다. 앞서 2연패를 당하고 있었기 때문에 3연전 스윕패를 당할 위기에서 벗어났다.
박계현은 경기 후 "좋은 결과가 나왔고 팀도 이겨 정말 기분이 좋다"고 했다. 물론 이날 선발 라인업에 들었다는 얘기를 처음 전해듣고 무척이나 떨렸다고 한다. 그는 "솔직히 경기 시작 전에는 정말 많이 긴장했다. 어떻게 준비를 했는지도 모를 정도"라고 했다.
그러나 막상 경기가 시작되자 첫 선발출전한 선수의 모습은 없었다. 박계현은 "1회가 끝난 뒤 긴장이 풀렸다"며 웃었다. 두려운 마음을 떨쳐내자 타격도 잘 됐다. 그는 "1군에서 선발로 뛰어보니 재미있다. 대수비로 나가는 것과 차이는 있더라"고 소감을 밝혔다.
그는 1군 데뷔전에서 부모님을 생각하며 뛰었다. 야구선수로 활동하는 자신을 지금까지 뒷바라지한 아버지와 어머니의 수고를 잊지 않는다. 박계현은 "무엇보다 부모님께 정말 감사한다"고 했다. 선발 데뷔전서 인상깊은 활약을 보인 박계현은 이제 더 많은 1군 출전 기회를 잡아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반짝 활약이 아닌, 출전 기회를 잡을 때마다 자신의 존재감을 어필해야 한다. 한 경기 활약이 이를 보장해주지 않는다는 걸 박계현도 잘 알고 있다. 그는 "최고가 아닌 최선을 다하는 선수로 기억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조이뉴스24 목동=류한준기자 hantaeng@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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