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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붐-박지성이 함께 뛴 '아주 간단한 이유'


지난 2일 박지성 자선경기서 두 '전설' 호흡 맞춰

[최용재기자] 지난 2일, 현실로 이루어질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일이 '기적'처럼 일어났다. 한국 축구 역사에서 가장 위대한 두 명의 선수가 한 그라운드에서 함께 뛴 것이다.

차범근(61)과 박지성(33). 한국 축구의 전설인 이 두 명이 한 팀이 돼서 함께 승리를 위해 뛰었다. 그 무대는 박지성의 자선경기, '아시안 드림컵 2014 인도네시아'였다. 차범근 위원은 인도네시아까지 날아가 박지성의 자선경기에 참가하는 열정을 보였다.

세대가 다른 두 축구 영웅. 함께 뛰는 모습은 상상 속에서만 가능한 일이었다. 그런데 두 영웅이 같은 유니폼을 입고, 같은 곳을 바라보며, 한 팀이 돼 나란히 그라운드에서 뛰는 장면을 현실로 볼 수 있었다.

박지성 자선경기에서 차범근 위원은 후반 35분 교체 투입됐다. 차범근과 박지성이 한 그라운드에 선 것이다. 많은 축구팬들이 이 장면에서 '전율'을 느꼈다. 두 전설의 만남 자체가 '감동'이고 '선물'이었다.

차범근 위원은 61세의 나이에도 녹슬지 않은 기량을 자랑했다. 날카로운 스루패스를 선보이기도 하고, 박지성과 2대1 패스를 시도하기도 했다. 공격 포인트는 올리지 못했지만, 그라운드에 나선 차붐의 모습은 강렬한 인상을 남기는 것과 동시에 한국 축구 최고의 스타를 다시 추억하게 만들었다.

얼마 전 영국의 '스포츠몰(sportsmole)'이 한국 역대 최고 축구 선수 'TOP 10'을 선정해 보도했는데 1위가 차붐이었고, 2위가 박지성이었다. 각각 다른 시대에서 한국 축구의 위상을 떨쳤던 두 전설이 28년이라는 시대의 벽을 허물고 함께 했다는 것. 또 그런 모습을 한국 축구팬들에게 선물했다는 것. 두 영웅의 선택과 행동에 감사할 따름이다.

이런 역사적 만남이 이루어지는 데는 차붐의 결정이 중요했다. 현역에서 은퇴한 지 기억이 나지 않을 정도로 오래 된 차붐이다. 경기에 뛴다는 것 자체가 부담스럽다. 그리고 SBS 월드컵 해설로 인해 눈코 뜰 새 없을 정도로 바쁜 해설위원이다. 차붐의 결단이 필요했던 일이었다. 차붐은 왜 박지성 자선경기에 출전하는 이런 결단을 내렸을까.

차범근 위원이 그 뒷이야기를 털어놨다. 차붐은 2014 브라질 월드컵을 맞이해 축구팬들에게 더 많은 월드컵 얘기들을 들려주고자, 포털 사이트 DAUM에 '차붐 질문있어요' 코너를 열었다. 조이뉴스24가 이 곳을 통해 질문을 했고 차붐은 박지성과 함께 뛰었던 이유를 밝혔다.

차범근 위원은 "아주 즐거웠다. (차)두리는 내가 (박)지성이와 한 운동장에서 서니까 뭉클하다고 하더라. 지성이에게 다음에 또 이런 경기를 하면 나를 꼭 부르라고 했다. 그리고 10분 정도 가지고는 골을 넣기 어려우니까 30분 정도 뛰게 해달라고 부탁도 해놨다. 지성이도 알았다고 하더라"며 당시의 즐거웠던 장면을 떠올렸다.

차 위원은 이어 당시 함께 뛰었던 이들에 대한 실망감(?)도 드러냈다. "유재석이가 너무 허당이더라. 광순가 하는 친구도 키는 커서 그럴듯해 보인데다 배운 대로 잘 하고 나오겠다고 해서 기대를 했는데 아니었다. 완정 꽝이었다. 지석진인가 하는 친구는 나이가 많아서 공격 한 후 다 수비로 나오는데 혼자서 못 나오고 헉헉 거리더라"라며 즐거웠던 경기 내용을 전하며 웃음꽃을 피웠다.

그리고 박지성과 함께 뛸 결심을 했던 이유를 밝혔다. 이유는 아주 '간단'했다. 복잡하지 않았다. 얽히고설키지 않았고, 이해타산을 위해 따지지도 계산하지도 않았다. 한국 축구의 위대한 영웅이 또 다른 위대한 영웅을 위한 배려, 이것이 이유였다. 아끼는 후배가 내민 손을 선배로서 따뜻하게 잡았을 뿐이었다. 차붐은 박지성과 함께 뛴 이유를 이 한 마디로 대신했다.

"지성이가 같이 뛰고 싶어서 부탁하는데 못할 게 뭐 있나?"

조이뉴스24 최용재기자 indig80@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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