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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필 in(人) 브라질]④아르헨티나-파라과이가 브라질월드컵을 대하는 방식


이구아수 폭포를 낀 세 나라, 그들의 상이한 축구 열기

[이성필기자] 남미의 축구 열기는 우리에게도 잘 알려져 있습니다. 방송사 스포츠뉴스의 영상 보도를 통해 흔히 볼 수 있는 장면은 크게 세 가지로 나뉩니다. 기묘한 기술로 골을 넣는 선수들이 등장하거나, 아니면 골 장면에 관중석에 있던 관중들이 철망 위로 올라가 격한 기쁨을 보여주거나, 또는 라이벌전의 결과에 따라 싸우고 불지르는 요란한 모습들이 등장합니다.

축구의 나라인 브라질에 왔으니 축구 열기가 어느 정도인지 느껴보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요. 더군다나 한국 축구대표팀의 베이스캠프인 브라질 포스 두 이구아수(Foz do Iguazu)에 있으면서 세 나라의 열기를 비교해 볼 수 있는 좋은 기회도 얻었습니다. 이구아수는 브라질과 아르헨티아, 파라과이 3개국이 접해 있는 곳이기 때문입니다.

사진=아르헨티나 푸에르토 이과수 쪽에서 바라본 브라질 이구아수와 파라과이 시우다드 델 에스테. 왼쪽 위가 파라과이, 오른쪽이 브라질이다.]

이구아수에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이구아수 폭포가 있지요. 이구아수 강과 파라나 강의 물줄기가 합류하는 지점에 있는 이 폭포의 거대함은 말로 표현할 방법이 없을 정도로 대단합니다. 합류 지점에는 세 나라마다 전망대를 설치해 놓았습니다. 한 번에 세 나라의 경관을 볼 수 있는 흔치 않은 행운을 누릴 수 있습니다.

관광객이 몰려들다 보니 자연스럽게 배후 도시가 생기게 마련입니다. 브라질은 이구아수시, 아르헨티나는 푸에르토 이과수(Puerto Iguazu)로 불립니다. 이구아수 폭포와는 조금 떨어져 있지만 브라질 이구아수시 건너편에는 파라과이의 시우다드 델 에스테(Ciudad del Este)라는 도시가 있고요.

스페인어로 동쪽의 도시라 불리는 시우다드 델 에스테는 파라과이의 대표적인 상업 도시입니다. 브라질 이구아수시 주민들이 국경을 넘어가 델 에스테의 거대한 시장에서 물건을 떼다 파는 경우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습니다.

마음 먹기에 따라서는 아침은 브라질, 점심은 아르헨티나, 저녁을 파라과이에서 먹을 수 있습니다. 실제 이곳에 온 한 방송사의 아나운서는 그런 꿈같은 일을 실제로 해냈다며 SNS에 올려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밥은 언제든 먹을 수 있으니 축구 담당인 기자는 세 나라의 축구에 초점을 맞춰 움직여보기로 했습니다. 월드컵을 대하는 열기, 또 서로 다른 각국 문화가 축구에는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도 관심사였고요. 비록 큰 도시가 아니지만 작은 도시에서도 얼마든지 축구 대륙 남미의 나라별 차이를 느껴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월드컵 개최국 브라질의 이구아수 시내에는 상점마다 브라질 국기가 걸려 있습니다. 그런데 그 정도를 제외하면 잠잠합니다. 차를 타고 지나가봐도 브라질 유니폼을 입은 축구팬들을 발견하기 어렵습니다. 상파울루나 리우 데 자네이루같은 대도시와는 분위기가 다릅니다. 브라질의 경기가 있을때나 폭죽과 총성을 울리며 시끄러운 정도이지요.

다만, 시내 일부 상점이나 이구아수 폭포 입구에는 월드컵 기념품 등을 파는 큰 상점이 있고 한국 축구대표팀 홍명보호가 베이스캠프로 삼은 만큼 태극기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습니다. 한 글로벌 기업의 음료 옥외 광고물에는 한글이 새겨져 있기도 합니다.

파라과이 시우다드 델 에스테로 넘어가니 전혀 다른 광경이 펼쳐졌습니다. 거대한 시장이 형성된 이곳에는 곳곳마다 각국 월드컵 출전국 유니폼이 걸려 있고 상인과 흥정하는 손님들도 많이 볼 수 있었습니다. 비가 내리는 데도 편안하게 의자에 앉아 하루종일 월드컵 소식을 전하는 TV를 시청하는 이들도 인상적이었습니다.

파라과이는 월드컵 남미 예선에서 승점 12점에 그치며 최하위로 이번 월드컵에 나서지 못했지만 축구를 즐기는 방법은 똑같았습니다. 축구 유니폼을 파는 상인은 "브라질에서 많이 사가기 때문에 브라질 유니폼을 전면에 내걸었다"라고 전했습니다. 파라과이의 화폐인 과라니가 상대적으로 브라질 화폐인 헤알이나 아르헨티나 화폐 페소, 또 달러보다 평가절하되니 과라니보다 다른 화폐들을 더 환영합니다.

세 화폐를 파라과이에서 살 때보다 팔 때 더 높게 쳐주는 현상이 이해가 가는 것이지요. 그러니 파라과이 시장에서 브라질 유니폼이 날개 돋힌 듯 팔려 나가는 것이 당연합니다. 브라질 외에도 현지에서 인기가 높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리오넬 메시 등 스타들의 유니폼이 내걸려 있고 연고팀인 CA 3 데 페브레로의 유니폼도 중앙에 있었습니다. 심지어는 일본 대표팀 유니폼도 눈에 띄었습니다. 한국 유니폼이 없는 것은 아쉬웠습니다.

아르헨티나는 어떨까요, 아르헨티나로 넘어가는 국경에는 거대한 봉고차 무리들이 눈에 띄었습니다. 월드컵을 보기 위한 축구팬들이 대다수였습니다. 아르헨티나 유니폼을 입고, 또 차에 깃발을 달고 이구아수에서 20시간이 넘게 걸리는 리우 데 자네이루로 가는 차량들이었습니다. 바로 아르헨티나와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와의 1차전이 열리는 곳으로 응원을 가는 것이지요.

아르헨티나 이과수에는 눈에 띄는 상점이 있었습니다. 아르헨티나 리그 양대 라이벌인 보카 주니어스, 리베르 플라테의 유니폼을 파는 상점이었습니다. 들어가 보니 보카와 리베르의 유니폼 등이 거대하게 걸려 있었습니다.

[사진=아르헨티나 상점 한 쪽 구석에 내몰린 브라질 유니폼]

재미있는 것은 이 상점에도 브라질 대표팀 유니폼이 걸려 있었습니다. 물론 왼쪽 구석 한귀퉁이에 전시가 되어 있었고요, 궁금해서 상점 주인인 세르히나 마리아네스 씨에게 물었습니다. 그랬더니 대답이 기가 막힙니다. "월드컵이 브라질에서 열린다고 브라질 유니폼을 앞에 내걸 필요가 있느냐. 브라질 유니폼을 걸어 놓은 것은 브라질 사람들도 심심치 않게 오기 때문에 그냥 걸었다"라는 것입니다.

남미 축구의 양대 산맥으로 경쟁을 해온 아르헨티나와 브라질 국민들의 자국에 대한 자존심을 엿볼 수 있었던 장면이었습니다. 아르헨티나 이과수 어디에도 네이마르, 오스카 등 브라질의 대표적인 스타의 유니폼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오직 리오넬 메시만 압도적으로 보였을 뿐이지요. 역시 아르헨티나는 메시의 나라였습니다. 마리아네스 씨는 "메시의 월드컵 득점왕은 떼논 당상이다. 우승은 아르헨티나의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기자는 보카와 리베르의 로고가 새겨진 볼펜 몇 개를 구입했습니다. 역사와 전통이 깊은 두 팀의 기운이 서린 그 볼펜으로 홍명보호의 승리 소감을 수첩에 적을 수 있기를 기대해 봤습니다.

조이뉴스24 포스 두 이구아수(브라질), 푸에르토 이과수(아르헨티나), 시우다드 델 에스테(파라과이)=이성필기자 elephant14@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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