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숙기자] "내가 준비했던 대로 잘 됐다." 만족스러웠던 소감만큼 우규민의 표정도 밝았다.
LG 투수 우규민은 15일 잠실 SK전에 선발 등판해 6.2이닝 동안 8개의 안타를 내주고 개인 최다 8개의 삼진을 잡아내면서 2실점을 기록했다. LG는 우규민의 호투에 타선 폭발을 더해 15-2로 크게 이기고 단독 8위가 됐다.
2연패에서 벗어난 우규민은 시즌 4승을 올렸다. 1일 목동 넥센전에서 4.1이닝 7피안타 3볼넷 6실점(5자책), 7일 잠실 KIA전에서 1.2이닝 7피안타 6실점으로 부진했던 기억을 단번에 씻어냈다. 우규민은 "타선이 초반에 점수를 많이 뽑아줘서 내 피칭을 할 수 있었다"면서 동료들에게 인사를 전했다.
우규민은 9-0으로 앞선 4회초 2실점을 했다. 선두타자 이재원에게 좌중간 쪽 2루타를 맞은 뒤 김강민에게 연달아 중전안타를 내줬다. 이어 나주환의 투수 앞 땅볼 타구를 직접 잡아 홈으로 송구해 이재원을 잡아냈다.
이후 계속된 1사 1, 2루에서 박윤에게 우전 적시타를 맞았고, 1사 1, 3루에서 박계현의 우익수 희생플라이로 추가점을 허용했다. 우규민은 김성현에게 좌전 안타를 맞았지만 이명기를 우익수 뜬공으로 잡아내고 이닝을 마무리했다.
우규민은 이후 2.2이닝 동안 안타 2개만 허용하고 7회 2사 1루에서 마운드를 신재웅에게 넘겼다. 우규민은 "4회 난타당하면서 2실점을 했는데, 그래도 내가 계산했던 대로 던질 수 있었다. (2실점은)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고 말했다.
승리를 위해 철저한 준비도 했다. 우연히 시청한 일본 프로야구에서 해답을 찾았다. 우규민은 "어제 일본 소프트뱅크 경기를 봤는데 나카타 겐이치 선수가 나와 비슷하게 킥을 올리더라. 그 선수의 투구폼에서 영감을 얻었다. 그 선수와 비슷하게 던져봐야겠다고 생각했는데, 다행히 밸런스가 좋았고 중심이동도 잘됐다"면서 만족스러워했다. 소프트뱅크 우완 투수 나카타 겐이치는 올 시즌 7승 3패 평균자책점 3.86으로 퍼시픽리그 다승 공동 2위에 올라있다.
직구 위주의 승부도 빛을 봤다. 우규민은 "지난 경기에서는 변화구 위주의 피칭을 했다. 오늘은 직구를 먼저 보여준 다음에 변화구를 던졌던 게 잘 들어갔다. 릴리스포인트가 일정해지면서 체인지업이 원하는 곳에 떨어졌다. 타자들을 상대하기 편했다"고 설명했다.
뜻밖의 징크스까지 생겼다. 이날 우규민은 유난히 큰 바지를 입고 등판했다. 우규민은 "(이)동현이 형 바지인데, 내가 계속 안 좋으니 형이 입던 바지를 빌려줬다. 6경기 연속 무실점을 기록할 때 입었던 바지였다"면서 "연습할 때부터 입었는데 바지가 너무 커서 자꾸 돌아갔다. 불편해도 한 번 입고 나가보자고 생각했는데, 마침 좋은 결과가 나왔다"며 웃었다.
그는 "투수들은 안 좋은 일이 있을 때마다 변화를 준다. 다시 시작한다는 생각으로 등판했다"고 했다. 1일 넥센전에서 경기가 뜻대로 풀리지 않자 덕아웃에서 글러브를 내던지는 등 불미스러운 행동을 벌인 뒤 두 경기 만에 거둔 승리라 더 값졌다. 우규민은 "야구선수는 실력으로 말해야 한다. 오늘 경기를 시작으로 다시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면 칭찬을 많이 해주실 것 같다"고 말했다.
조이뉴스24 한상숙기자 sky@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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