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주영 '침묵'의 55분, 이근호 '기적'의 13분

[최용재기자] 기대를 모았던 한국 대표팀의 원톱 박주영(아스널). 2014 브라질 월드컵 첫 경기에도 홍명보 감독의 신뢰를 받아 선발 출전했지만, 끝내 '침묵'했다. 하지만 이근호(상주 상무)라는 '기적'이 등장했다.

한국은 18일 오전(한국시간) 브라질 쿠이아바 판타나우 아레나에서 펼쳐진 2014 브라질 월드컵 H조 1차전 러시아와의 경기에서 1-1 무승부를 거뒀다.

박주영이 예상대로 선발 출격했다. 지난 튀니지와 가나전에서 선발로 나섰으나 각각 슈팅 1개로 끝났던 박주영이지만 풍부한 경험을 갖춘 그이기에 러시아전에서 큰 기대를 받았다. 박주영 특유의 결정력, '웟샷원킬' 한 방의 능력을 기대했다.

하지만 박주영은 러시아전에서도 이렇다 할 모습을 보이지 못했다. 러시아 수비진에 철저히 봉쇄됐다. 박주영보다는 오히려 손흥민과 구자철의 공격력이 더욱 빛났다. 손흥민과 구자철은 연이은 매서운 슈팅으로 한국 공격에 힘을 불어 넣었다.

반면 박주영은 전반 34분 기성용의 코너킥을 오른발 슈팅으로 골문으로 밀어 넣은 것이 유일한 슈팅이었다. 박주영의 슈팅은 위협적이지 못했다. 전반 38분 헤딩 패스로 손흥민에게 찬스를 내주는 장면, 박주영이 보여준 가장 위협적인 장면이었다.

전반에 위력적이지 못했던 박주영. 홍명보 감독은 후반 이른 시간에 박주영을 교체 아웃시켰다. 박주영은 후반 10분 그라운드를 빠져나갔고, 박주영을 대신해 이근호가 교체 투입됐다.

이근호가 기적을 연출했다. 이근호는 교체 투입된 지 13분 만에 한국의 선제골을 성공시켰다. 이근호는 아크 중앙에서 강력한 오른발 슈팅을 때렸고, 러시아 골키퍼가 공을 잡다 놓쳐 골대 안으로 빨려 들어갔다. 이근호의 기적의 13분이었다.

러시아의 골키퍼 아킨페예프는 러시아 최고의 골키퍼, 유럽에서도 인정 받는 골키퍼다. 야신 이후 최고의 골키퍼라 극찬 받는 러시아의 상징과도 같은 존재다. 그런데 이런 골키퍼를 상대로 이근호가 골을 넣었다. 아킨페예프 정면으로 향한 슛이 워낙 강해 아킨페예프가 막은 공이 뒤로 흘러 골문 안으로 들어갔다. 아킨페예프의 실책성이 짙은 골이었다. 하지만 러시아 최고 골키퍼의 실책을 유도할 만큼 이근호의 슈팅은 위력적이었다.

한국은 후반 29분 러시아 케르자코프에 아쉬운 동점골을 허용하고 1-1로 비겼지만, 분명 소득이 있었다. '태양의 아들' 이근호라는 공격수의 발견. 한국 공격진에 희망을 밝힌 이근호의 골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