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한준기자] 남자 프로배구 대한항공 레프트 신영수는 오랜만에 다시 배구공을 손에 잡았다. 초등학교 4학년 때 선수활동을 시작한 뒤로 이렇게 오랜 시간 쉰 적이 없었다. 공익근무요원으로 근무하기 전 기초 군사훈련을 받기 위해 훈련소에 있을 때를 제외하곤 이번이 처음이었다.
이유는 부상 때문이다. 신영수는 지난 3월 현대캐피탈과 플레이오프를 앞두고 허리를 다쳤다. 시즌 내내 상태가 좋지 않았는데 하필이면 중요한 시기에 덜컥 탈이 났다. 신영수가 빠진 대한항공은 마이클 산체스(쿠바)가 분투했지만 현대캐피탈에게 시리즈를 내줬다.
챔피언결정전 진출에 대한 희망은 그렇게 사라졌다. 신영수는 답답한 마음을 누르며 동료들이 고개숙인 모습을 지켜만 봐야 했다. 2013-14시즌 플레이오프 일정을 마친 뒤 신영수는 곧바로 재활에 들어갔다. 그런 가운데 4월 중순 박기원 감독이 이끌고 있는 대표팀에서 소집 통보가 왔다.
신영수는 허리가 아팠지만 진천선수촌으로 입소해다. 그곳에서 다시 한 번 부상 부위에 대해 정밀 검진을 받았다. 신영수는 "볼 운동뿐 아니라 기초적인 훈련도 소화를 할 수 없을 정도로 상태가 나빴다"고 했다. 결국 입소 하루 만에 다시 선수촌을 나왔다. 박기원 감독도 "(신)영수의 부상이 그 정도로 심할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고 했다.
동료들과 함께 휴가를 받긴 했지만 신영수에겐 쉬는 시간이 아니었다. 부상 회복이 오프시즌 가장 큰 과제가 됐다. 그 때부터 치료와 재활이 시작됐다. 배구선수로 뛰면서 처음 당한 부상도 아니었지만 시간이 더디게 흘러가는 것 같았다.
그렇게 재활에 매진한 신영수가 드디어 코트로 나올 수 있게 됐다. 대한항공 선수단은 휴가를 마치고 다시 모였다. 오는 7월에 있을 컵대회 뿐 아니라 2014-15시즌 준비를 위해서다. 다가올 새 시즌은 예년과 달리 개막 시기가 빨라졌다. 남자부의 경우 라운드수가 늘어났고 여자부 경기와 균형을 맞추기 위해 한국배구연맹(KOVO)은 시즌 개막 시기를 10월 중순으로 잡았다.
이런 일정 때문에 대한항공을 비롯해 남녀부 각 팀들은 조금 일찍 담금질에 들어갔다. 신영수는 6월 초 팀 훈련에 참가했고 지난주부터 본격적으로 볼 운동도 시작했다. 지난 12일에는 경기도 용인시 하갈에 있는 대한항공 연수원내 팀 전용체육관에서 열린 한국전력과 연습경기에도 나섰다.
아직 100% 몸상태는 아니지만 신영수는 5세트까지 진행된 연습경기에서 얼마 쉬지 않고 계속 코트에서 공을 때렸다. 연습경기가 끝난 뒤 가진 인터뷰에서 신영수는 "운동을 다시 시작한 시간이 얼마 안돼서 정말 힘이 든다"고 말했다. 그러나 쉬엄 쉬엄 할 순 없는 노릇이다.
그는 "예전에 부상을 당했을 때 컨디션 조절 차원에서 운동량을 서서히 끌어 올린 적이 있다"며 "그런데 당시 그것 때문에 오히려 정규시즌에서 더 힘이 들었다"고 돌아봤다. 그런 경험이 있기 때문에 처음부터 다른 선수들과 같은 운동량을 소화하는 게 낫다는 판단이 들었다. 신영수는 "재활은 순조롭게 진행하고 있다"며 "아직 100% 컨디션은 아니지만 컵 대회에 꼭 뛸 수 있도록 몸상태를 끌어 올릴 계획"이라고 각오를 전했다.
신영수가 제 컨디션을 찾는다면 소속팀 대한항공 뿐 아니라 대표팀에게도 호재다. 인천 아시아경기대회 금메달을 목표로 하고 있는 대표팀에 고를 수 있는 레프트 자원이 많을수록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신영수는 "지난 2010 광저우대회는 정말 아쉬운 마음이 많았다"며 "내가 범실을 너무 많이 하는 바람에 일본과 준결승전에서 역전패를 당해 금메달을 못 땄다"고 고개를 숙였다. 그는 "만약 인천 대회에 나서는 대표팀에 뽑힌다면 4년 전 아쉬움을 꼭 덜어낼 수 있도록 힘을 보태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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