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필기자] '침통했다' 또는 '침울했다'라는 표현이 딱 맞았다. 홍명보호는 알제리전 대패에 어깨가 처졌고 자신감을 상실했다.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은 23일 오전(한국시간) 브라질 포르투 알레그리의 에스타디오 베이라히우에서 열린 2014 브라질 월드컵 H조 2라운드 알제리와의 경기에서 2-4로 완패했다. 전반에만 세 골을 허용하며 끌려가는 경기를 한 끝에 힘도 제대로 써보지 못하고 졌다.
경기가 끝난 뒤 선수들은 관중석에서 열띤 응원을 펼쳐줬던 붉은악마 등 원정 응원단에게 인사를 하며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이려 했다. 데뷔골을 넣고도 웃지 못한 손흥민(레버쿠젠)에게는 단짝 김신욱(울산 현대)이 다가가 다독이는 등 선수들은 최대한 안정을 찾으려 애썼다.
하지만, 선수대기실로 들어온 뒤에는 그 누구도 쉽게 말을 꺼내지 못했다. 공동취재구역(믹스트존)에서 선수들을 기다리는 취재진을 본 대표팀 관계자는 두 손을 아래로 내리며 대기실 분위기가 몹시 가라앉았다는 동작을 취했다.
취재진과 만난 선수들 대부분도 제대로 말을 잇지 못했다. 일부 선수들은 아무 말 없이 조용히 믹스트존을 나갔고 취재진의 인사에 어색한 표정만 지었다.
오른쪽 풀백 이용(울산 현대)은 "16강을 가기 위한 중요한 경기라 준비를 많이 했는데…"라며 풀죽은 목소리로 어렵게 말을 이어갔다. 이어 "알제리 분석을 했는데 우리가 초반에 너무 실점을 했다"라며 침통함을 감추지 못했다. 한참을 말을 잇지 못하던 이용은 "뭐라고 말을 해야할 지 모르겠다. 그저 죄송하다"라며 고개를 숙이고 경기장 밖으로 빠져나갔다.
인터뷰에 응한 선수들 대부분도 평소보다 목소리가 작았다. 대표팀 관계자가 베이스캠프인 포스 두 이구아수행 전세기 시간이 급하다며 중간에 인터뷰를 자르기도 하는 등 전체적으로 처진 기색이 역력했다.
후반 12분 교체 투입된 뒤 타점 높은 헤딩력을 보여주며 높이를 과시했던 김신욱(울산 현대)은 "아쉽지만 다음 경기를 생각하겠다. 팀을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헤딩에 열중했다. 벨기에전은 꼭 이기겠다"라고 굳게 다짐했다.
박주영(아스널)과 정성룡(수원 삼성)은 도핑테스트 때문에 믹스트존에 나타나지 않았다. 후반 교체돼 나온 박주영은 패배가 확정된 뒤 멍한 표정으로 벤치에 앉아 있었고, 4골을 내준 골키퍼 정성룡은 굳은 표정을 풀지 못했다.
대표팀은 오는 27일 상파울루에서 벨기에와 조별리그 마지막 3차전을 치른다. 16강 가능성이 희박해진 한국이지만 산술적인 가능성은 아직 남아 있다. 선수들의 빠른 회복이 필요한 이유다.
조이뉴스24 /포르투 알레그리(브라질)=이성필기자 elephant14@joynews24.com 사진 박세완기자 park90900@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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