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필기자] 2014 브라질월드컵 알제리와의 조별리그 2차전에서 2-4로 충격적인 패배를 당한 뒤 한국 대표팀의 분위기는 바닥까지 가라앉았다. 선수들의 경직된 표정이 겉으로 드러날 정도로 심하게 의기소침해쳤다.
대표팀의 평균 연령은 25.9세, 역대 월드컵에 나선 한국 대표팀 중 가장 어리다. 패기로 한 번 밀어붙이기 시작하면 흥이 나면서 상승세를 타지만, 크게 꺾이는 상황이 닥칠 경우 회복이 쉽지 않다.
이는 월드컵 직전 가나와의 평가전에서 충분히 알 수 있었다. 선수들은 가나전에서 0-4로 완패하며 월드컵에 대한 두려움에 휩싸였다. 가나는 G조에 독일, 미국, 포르투갈과 속해 있었다. 빠른 역습으로 한국을 압도하면서 기술 축구와 아프리카의 유연성을 고루 보여줬다.
사실상 가나전은 미리 겪어보는 알제리전이 됐지만, 당시 대표팀의 모든 신경은 러시아와의 1차전에 집중돼 있었기 때문에 가나전 결과에 크게 신경쓰지 않았다. 러시아와의 1차전에서 1-1로 비기면서 월드컵 공포증에서 벗어난 것도 다행이라면 다행이었다.
하지만, 알제리와의 2차전을 앞두고 너무 여유를 부린 것이 화근이었다. 선수들이 웃고 떠들며 활기차게 훈련을 하는 것은 좋았지만 막상 알제리전이 시작된 뒤 상대가 거칠게 공격적으로 압박하자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발을 제대로 떼지 못했다고 표현해도 무방했다.
알제리전 직후 선수들은 침묵을 지키며 굳은 표정으로 믹스트존(공동취재구역)을 빠져 나갔다. 취재진이 쉽게 말을 걸기 어려울 정도로 표정도 굳어 있었고 목소리도 너무나 작았다. 어린 선수들이라는 티가 제대로 드러났다.
벼랑끝에 몰린 한국대표팀에게 조예선 마지막 경기를 앞두고 남은 것은 두 가지다. 심리 회복과 체력 회복을 얼마나 빨리 해내고 벨기에전에 정상적으로 나설 수 있느냐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부분이라면 선수들이 무거운 분위기 속에서도 여전히 대화를 나누면서 자신들의 문제를 자각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최선참인 곽태휘(알 힐랄)가 전면에 나섰다. 곽태휘는 월드컵에는 첫 참가지만 아시안컵,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국제축구연맹(FIFA) 클럽월드컵 등 나름대로 국제 대회 경험이 많이 있다. 늦은 감이 없지 않아 있지만 곽태휘가 24일 훈련 뒤 선배 입장에서 후배들에게 "결과로 보여주자"라며 독려한 것은 선수들이 하나로 뭉칠 수 있는 하나의 요인이 될 수 있다.
심리적인 회복을 해도 체력이 문제다. 체력 회복은 가장 중요하다. 러시아전에서는 혼신의 힘을 쏟았고 알제리전에서는 워낙 경직된 상태로 뛴 데다 후반에 안간힘을 쓰며 뛰어다니는 바람에 체력이 바닥을 쳤다.
체력은 이케다 세이고 피지컬 코치의 회복 프로그램에 전적으로 기대고 있다. 코어 트레이닝 등 피지컬에 지속적으로 신경을 써왔기 때문에 충분히 정상 수준의 회복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다소 느린 벨기에를 상대로 한국 특유의 기동력을 보여주며 골을 노린다면 충분히 승리 가능성을 엿볼 수 있다.
게다가 벨기에는 이미 승점 6점으로 16강 진출을 확정해 놓은 상황이다. 마르크 빌모츠 감독은 한국전에서 일부 주전 선수들에게 휴식을 부여하겠다며 태극전사들의 자존심을 팍팍 긁어놓은 상태다. '유종의 미'와 '자존심 회복', '기적'이라는 세 가지 테마를 홍명보호가 한 번에 실현할 수 있을지 지켜 볼 일이다.
조이뉴스24 /포스 두 이구아수(브라질)=이성필기자 elephant14@joynews24.com 사진 박세완기자 park90900@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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