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태기자] 역시 체력이 좋아야 야구도 잘 된다.
지긋지긋한 5연패 늪에서 탈출한 두산 베어스의 승인은 결국 4일간 푹 쉬었기 때문이다. 연패기간 정신적, 육체적으로 선수단 진이 빠졌지만 지난 23∼26일 꿀같은 휴식을 취하면서 컨디션을 회복했다. 두산은 27일 잠실 넥센전에서 8-2로 승리했다.
반면 넥센은 전날 대구 삼성전서 난타전 끝에 15-9로 이긴 뒤 밤새 고속도로를 달려 서울에 도착했다. 넥센 선수단 버스가 목동 야구장에 선 시간이 이날 오전 4시가 훌쩍 넘었으니 선수들의 고충이 무척 컸다. 더구나 곧바로 이날 야간 경기가 잠실에서 열린 탓에 선수들 고충이 이만저만 아니었다.
두산의 이런 이점을 유감없이 활용했다. 우선 주축 3번타자 김현수가 감기몸살로 결장했지만 민병헌이 그 자리를 완벽하게 메웠다. 1회말 1사1루서 중전안타로 시동을 건 그는 5회 3번째 타석에서도 중심타자 역할을 십분 해냈다.
두산이 3-2로 불안하게 앞선 2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좌전안타로 기회를 만들었다. 후속 칸투의 좌전안타에 이어 홍성흔의 우측 2루타가 나오면서 민병헌은 유유히 홈을 밟아 리드폭을 넓혔다. 올 시즌 불꽃같은 전반기를 보내고 있는 민병헌은 최근 이런저런 잔부상에 시달렸지만 오랜만의 휴식 이후 제 컨디션을 꽤 회복한 모습이었다.
중심타선 바로 뒤에서 하위타선간의 연결고리를 맡은 6번 양의지와 7번 이원석도 오랜만에 힘을 냈다. 양의지는 2회 투수 강습 내야안타에 이어 귀중한 추가점의 적시타를 쳐냈다. 두산이 4-2로 리드한 5회 2사 2,3루에서 좌중간을 완전히 가르는 2루타로 주자 2명을 한꺼번에 불러들였다.
후속 이원석은 0-1로 뒤진 2회 역전 투런홈런을 쳐내더니 2-2 동점이던 4회 무사 1,3루에선 우익수 희생플라이로 팀에 리드를 다시 안겼다. 이날 양의지는 4타수 4안타 2타점으로 펄펄 날았다.
뭐니뭐니 해도 가장 크게 약진한 선수는 선발투수 유희관이었다. 그간 등판만 하면 난타를 당하면서 지난해 '신데렐라 스토리'가 어느 정도 퇴색됐던 그는 이날 경기 내내 집중력 있는 피칭으로 지난 5월 15일 문학 SK전(6.2이닝 3피안타 1실점) 이후 43일 만에 퀄리티스타트를 기록했다. 불같은 넥센 강타선을 상대로 특유의 완급조절능력을 앞세워 7이닝 8피인타 2실점으로 오랜만에 승리의 주역이 됐다.
송일수 두산 감독은 "선수들이 모처럼 푹 쉰 덕에 다시 힘을 재충전했다. 그간 경기 내용과 결과가 좋지 않았는데, 오늘부터 새롭게 출발하고 싶다"고 밝혔다. 경기 전 선수들도 전반적으로 밝은 표정으로 저마다 새로운 각오를 나타냈다. 연패 기간 선수단 전체가 축 처져던 분위기와는 사뭇 달랐다.
반면 넥센은 장거리 야간 이동의 어려움 때문인지 전반적으로 선수들이 무기력했다. 1-2로 끌려가던 4회초 중심타자 박병호가 잠실구장 좌측 관중석 상단을 직격하는 130m 대형홈런을 쳐냈을 뿐 전반적으로 무거워진 몸 탓에 전날 승리의 기운을 이어가지 못했다. 넥센은 이날 평소보다 늦은 오후 5시쯤 야구장에 도착해 타격훈련을 짧게 소화하며 선수들의 부담을 최소화하려 했지만 경기는 의도대로 풀리지 않았다.
행운의 흰 모자? 두산 선수단은 이날 평소와 달리 하얀색 바탕의 새로운 모자를 쓰고 나타났다. 이른바 '여름철' 모자로 본격적인 여름이 시작되면서 선수단의 경기력을 조금이나마 올려주기 위한 차원이라는 게 구단의 설명이다. 홈경기시 빨간색, 원정경기 때는 파란색 D자 로고가 새겨진 모자를 쓰기로 했다. 두산 관계자에 따르면 이 모자는 베어스 구단주인 박정원 두산건설 회장의 지시 덕분에 가능했다. 박 회장은 "날이 더워지는데, 선수들의 컨디션 유지에 신경을 잘 써달라"고 당부했고, 그 결과 '하계용 모자'라는 아이디어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마침 박 회장은 이날 잠실을 찾아 경기를 지켜보며 선수단을 응원했다. 이유야 어쨌든 새로운 모자를 쓰고 새롭게 다잡은 마음으로 연패를 끊은 두산 선수단이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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