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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용재의 까칠한 축구]축구협회, 홍명보 뒤로 숨지 마라


실패한 월드컵, 감독 뿐 아니라 축구협회 수뇌부도 책임 져야

[최용재기자] 2014 브라질 월드컵 한국의 16강 탈락 '후폭풍'이 거세게 불고 있다.

1무2패, 승점 1점, H조 꼴찌로 16강 진출에 실패한 한국 대표팀을 향해 비난의 화살이 쉴 새 없이 날아들고 있다. '의리 논란'을 불러일으킨 홍명보 감독을 비롯해 부진했던 박주영, 윤석영, 정성룡 등 '홍명보의 아이들'에 대한 비난이 멈추지 않고 있다. 최상의 조편성이라는 기대감 속에서 최악의 결과를 낸 참담함이 만들어낸 현상이다.

최악의 결과. 분명 누군가는 책임져야 한다. 그 책임은 1차적으로 지휘봉을 쥐었던 홍명보 감독이 져야 한다. 선수 선발과 훈련, 출전에 대해 전권을 가지고 있는 감독이다. 그렇기에 참패의 책임은 홍 감독이 지는 것이 맞다. 홍 감독은 책임을 피할 수 없다. 홍 감독이 어떤 방식으로 책임을 지느냐에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그리고 책임져야 할 이들이 또 있다. 홍 감독보다 더 '무거운 책임'을 져야 할 이들이다. 최악의 결과를 만들어낸 장본인들이다. 바로 대한축구협회다. 홍 감독을 선임하고, 홍 감독이 뒤틀린 과정으로 가고 있는데도 눈 감고 귀 막았던, 축구협회의 수뇌부들이다.

지금 축구협회 수뇌부들은 홍 감독 뒤에 숨어 있다. 모든 비난 여론이 홍 감독에게 쏠리자 그들은 앞으로 나올 생각을 하지 않고 있다. 홍 감독을 방패막이로 내세워 책임을 회피하려 하고 있다.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그들은 항상 그래왔다. 안좋은 결과가 나왔을 때 감독만이 책임졌을 뿐, 협회는 항상 뒤로 숨어 있었다. 빛날 때만 앞으로 나왔고, 어두울 때는 항상 뒤로 숨었다. 잘 되면 협회가 잘 한 것이고, 잘 못되면 뒤로 물러나 보이지 않는다.

브라질 월드컵 참패도 축구협회의 책임이 가장 크다. 최강희 감독이 사퇴한 후 한국 대표팀을 지휘하고 싶다는 외국인 감독들이 있었음에도, 협회는 자신들이 키운 '황태자' 홍명보 감독을 월드컵 대표팀 감독 자리에 앉혔다. 홍 감독이 원했던 자리도 아니다. 홍 감독은 몇 번을 거절하다 협회의 삼고초려로 제안을 받아들였다. 하고 싶다는 감독은 제쳐두고 하기 싫다는 감독을 굳이 정성껏 설득해 사령탑에 앉힌 것이다.

게다가 성인 팀 경험이 단 한 번도 없는 홍 감독에게 월드컵 대표팀 지휘봉을 건네줬다. 2012 런던 올림픽 첫 동메달이라는 성과에 시선이 가려졌다. 올림픽과 월드컵이라는 대회의 차이, 그 수준을 가장 잘 알고 있는 축구인이면서 스스로 눈을 가렸다. 홍 감독에게 더 많은 경험을 쌓게 한 후 차기나 차차기 월드컵를 맡겼다면 이런 참담한 결과는 없었을 것이란 얘기가 많다. 협회는 성급했다. 자신들이 키운 황태자를 하루 빨리 '황제'로 만들고 싶었던 것이다.

이번 브라질 월드컵 출전 32개국 중 성인 팀 경험이 없는 감독은 홍 감독을 포함해 4명이었다. 니코 코바치 크로아티아 감독, 사브리 라무쉬 코트디부아르 감독, 제임스 아피아 가나 감독, 그리고 홍명보 감독이다. 이 4명의 감독이 이끈 4팀은 모두 16강에서 탈락했다. 성인 팀 경험이 없는 감독의 한계를 고스란히 드러낸 것이다.

그렇기에 홍 감독을 선임한 협회가 가장 먼저 책임을 져야 한다. 월드컵 감독으로서 준비가 부족한 것을 잘 알면서도 올림픽의 영광에 눈이 멀어 잘못된 대표팀 감독 선임을 한 그들이 가장 무거운 책임을 져야 한다.

홍 감독 부임 후 협회의 행태는 더욱 가관이었다. 협회는 여론은 무시한 채 '홍 감독 감싸기'에 투혼을 발휘했다. 기성용 SNS 사건이 터졌을 때 협회는 솜방망이 처벌로 구설수에 올랐다. 협회가 내린 징계는 '언젠가 시간이 될 때 최강희 감독에게 가서 사과한다'라는 황당한 징계였다.

또 소속팀에서 경기에 나서지 못해 몸상태, 경기 감각 저하가 우려되는 박주영의 대표 선발이 논란이 되자 한국 최고의 공격수라며 받들어 모셨다. 박주영에게 '황제 훈련' 기회를 제공하면서 최종엔트리가 발표되기 전 박주영의 최종엔트리 발탁을 미리 알렸다. 그러면서 박주영의 발탁은 정해진 것이 없다며 국민들을 기만했다.

그리고 황제 훈련이 비판 받자 '박주영만을 위한 훈련이 아니다. 모든 대표팀 선수들에게 열려 있다'면서 다시 한 번 국민들을 기만했다. 몇몇 선수들이 기본을 저버리고 시즌 중임에도 경미한 부상으로 소속팀을 떠나 조기 귀국할 때도 협회는 따뜻한 손길로 감싸 안았다. 오히려 협회가 독려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이런 비상식적인 협회의 행태는 대표팀의 건전한 발전에 방해물이 됐고, 결국 월드컵 참패라는 결과물을 이끌어 냈다. 누구의 책임이 가장 큰 것인가. 홍명보 감독인가, 홍 감독을 앉힌 협회인가. 협회 수뇌부들의 책임이 가장 크다. 그렇다면 그들이 가장 무거운 책임을 져야 한다.

지금까지 그들은 결과에 대해 그 어떤 책임도 지지 않았다. 감독 경질의 칼만 빼들면 끝났다. 그리고 분위기가 가라앉으면 그들은 다시 예전의 행태를 반복했다. 감독 경질 때는 뒤로 숨다 감독 선임 때는 다시 앞으로 나온다. 권리만 누리고 책임은 지지 않는다. 이런 일들이 지겹도록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그동안 협회 수뇌부들이 제대로 책임을 지지 않다보니 이런 일들이 자꾸 발생하고 반복되고 있다. 협회 수뇌부는 권위만 누리며 명령과 지시만 하라고 그 자리에 있는 것이 아니다. 그들은 클럽의 구단주가 아니다. 한국 축구의 발전과 미래를 책임져 달라며 축구인과 팬들이 권한을 위촉해 그 자리에 있는 것이다. 높은 자리에 있는 것은 그만큼 큰 책임을 지라는 의미다.

그렇기에 협회 수뇌부도 잘못을 했으면 책임을 지겠다는 자세로 임해야 한다. 그런 문화가, 기본적인 원칙이 협회에 정착돼야 한다. 잘못을 했는데 아무도 책임은 지지 않는 이상한 문화는 사라져야 한다. 국민들, 축구팬들은 구시대적 행태를 더 이상 용납할 수 없다. 이번에야말로 뒤로 숨지 말고 앞으로 나와 함께 책임지는 당당한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이번 브라질 월드컵을 통해 대표팀의 변화와 개혁이 필요하다는 것을 확인했다. 그리고 협회도 변화와 개혁이 필요하다. 최악의 월드컵에 대한 책임, 이번에는 축구협회가 반드시 져야 한다. 책임이 뒤따르지 않는 권리는 없다. 협회 수뇌부는 홍명보 감독 뒤에 숨지 말고 앞으로 나와야 한다.

조이뉴스24 최용재기자 indig80@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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