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필기자] 전략가 루이스 판 할 감독을 영입하기로 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잉글랜드)가 웃을 수밖에 없었던 경기였다.
판 할 감독이 이끄는 네달란드는 6일 오전(한국시간) 브라질 사우바도르 아레나 폰테 노바에서 열린 2014 브라질월드컵 코스타리카와의 8강 경기에서 연장가지 120분 동안 0-0으로 비긴 뒤 승부차기에서 4-3으로 이기고 4강에 올랐다.
쉬운 경기는 아니었다. 네덜란드는16강에서 멕시코를 2-1로 꺾고 올라왔고 코스타리카는 그리스와 승부차기까지 가는 혈전을 벌이며 올라왔다. 상대적으로 네덜란드에 유리했고 객관적인 전력도 앞섰지만 코스타리카의 투혼은 대단했다.
그럴수록 판 할 감독은 침착했다. 공격수들에게 꾸준히 공격을 시도할 것을 주문하면서 기회를 엿보도록 했다. 베슬러이 스네이더르와 로빈 판 페르시의 슈팅이 연이어 골대에 맞고 나오는 등 운이 따르지 않는 답답한 상황이 이어졌지만 공격수들을 믿었다.
판 할 감독은 아약스, AZ알크마르(이상 네덜란드), FC바르셀로나(스페인), 바이에른 뮌헨(독일) 등을 거치며 큰 경기 경험이 많은 지도자다. 우승도 많이 해봐 승리하는 법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연장 후반 시작 전 공격수 클라스 얀 훈텔라르를 교체 투입하며 농담을 건네는 여유까지 보였던 판 할 감독은 마지막 교체 카드를 최대한 아꼈다. 네덜란드가 공격 일변도의 경기를 하면서 몰아붙이면서도 골이 터지지 않고 있엇기 때문에 마지막 승부차기까지 염두에 두고 있었다.
실제 연장 후반이 흐르면서 0-0 상황이 계속되자 골키퍼 교체를 위해 팀 크룰(뉴캐슬 유나이티드)의 몸을 풀게 했다. 크룰은 뉴캐슬에서 20번의 페널티킥 상황에서 2개밖에 막지 못했던, 페널티킥 선방률이 상당히 떨어지는 골키퍼였다.
그렇지만 종료 직전 크룰을 교체 투입한 데는 판 할 감독이 무언가 믿는 구석이 있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크룰은 놀랍게도 코스타리카 키커들의 킥 방향을 모두 읽었다. 코스타리카의 첫 번째 키커였던 보르헤스 모라의 킥 방향으로 점프를 했다. 손이 닿지는 못했지만 철저히 연구를 하고 나왔다는 것을 확인시켜줬다.
결국, 두 번째 키커인 주장 루이스의 킥을 정확한 예측으로 막아내며 심리 싸움에서 앞서갔다. 마지막 키커인 우마냐의 킥까지 막아낸 크룰은 네덜란드 4강행의 으뜸 공신이 됐다. 제대로 된 선수기용술을 과시한 판 할 감독의 지도력이 새삼 주목 받은 것은 당연했다.
판 할 감독은 이번 월드컵이 끝나면 지난 시즌 풍파를 겪었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사령탑을 맡는다. 4강에 오른 네덜란드가 어디까지 갈 지는 모르겠지만 퍼거슨 감독 은퇴 후 지도력 부재를 겪었던 맨유에는 네덜란드의 승승장구와 판 할의 지도력이 부각될수록 흐뭇한 미소를 지을 것으로 보인다.
조이뉴스24 이성필기자 elephant14@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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