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태기자] 에두르지 말고 솔직히 말하자. 김동주(두산)가 올 시즌 1군에 올라올 가능성은 더욱 희박해졌다. 그렇지 않아도 구단의 눈 밖에 난 그는 마지막 희망마저 걷어찼다. 올 시즌 김동주가 잠실 구장에서 뛰는 모습은 더더욱 볼 수 없게 됐다. 누구의 탓도 아니다. 김동주 자신이 자초한 일이다.
선수가 '이적 요청 계획'을 외부에 먼저 공개하는 사태는 유례 없는 일이다. 두산은 마치 "뒤통수를 맞았다"는 분위기다. 전반적으로 당황해 하면서도 '이럴 수가 있느냐'는 반응이다. 공식적으로는 "김동주와 만나서 진의를 파악해보겠다"고 하지만 한편에서는 괘씸해 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최근 2년간 두산 프런트와 선수단을 통틀어 김동주를 가장 '가까이에서 많이' 접한 인물이 바로 송일수 1군 감독이다. 지난해 2군 감독으로 부임한 뒤 '2군 선수' 김동주의 일거수일투족을 지켜본 그의 판단은 "1군에서 필요 없는 선수"라는 것이다. 그는 그 이유를 명확하게 밝히지 않았다.
다만 "현재 나의 운영 방침을 보면 굳이 언급하지 않아도 잘 알 것"이라고 뼈 있는 말을 했다. 할 말이 없어서가 아니라 할 필요를 느끼지 못해서라는 것이다. 공교롭게도 이날 두산은 백업 3루수로 2군에서 김동주가 아닌 최영진을 호출했다. 조만간 1군 명단에 등록할 것으로 보인다. 이미 포화 상태인 1루수와 지명타자 자리는 김동주가 파고 들 틈이 없다. 사실상 김동주를 '버린 선수' 취급한 것이다.
최근 며칠간 잠실구장 외야 한켠에는 김동주의 1군 승격을 바라는 일부 팬들의 시위성 현수막이 눈에 띄었다. 팬들이야 순수한 마음에서 '두목곰'의 복귀를 바라겠지만 내부 사정을 아는 이들은 "애초에 현실성 없는 얘기"라고 입을 모은다.
객관적으로 살펴보자. 선수가 1군에 오르기 위해서는 우선 감독이 원해야 하고, 팀 동료들도 거부감이 없어야 한다. 무엇보다 기존 선수 이상의 기량으로 팀에 보탬이 될 것이라는 판단이 서야 한다. 경기 경험을 쌓아야 하는 어린 선수가 아닌 38살 베테랑이라면 당연히 이 모든 것을 상당 부분 채워줘야 한다.
그러나 현실의 김동주는 그렇지 못하다는 게 구단 안팎의 대체적인 분위기다. 우선 송 감독의 시선이 무척 차갑다. 지난 시즌을 마친 뒤 그의 입에서 나온 평가는 "야구 선수의 몸이 아니다"는 것이다. 강도높은 다이어트로 날씬해진 체형을 언급한 부분이지만 선수로서 준비가 안 돼 있다는 실망감이 밑바탕에 상당 부분 깔려 있었다.
이른바 '팀 케미스트리'도 간과할 수 없는 부분이다. 송 감독은 "혹시 선수들이 불편해 할까봐 부르지 않는 건 아니냐"는 질문에 "노코멘트"라면서도 "그간의 내 행동이 의미하는 바가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말을 할 때 그의 표정은 무척 단호했고, 굳어 있었다. 그의 머릿속에 '김동주'라는 이름은 사실상 지워진 상태로 봐도 무방할 정도였다.
실제로 적지 않은 두산 선수들은 김동주가 올라올 경우 덕아웃 및 라커룸 분위기가 어떻게 변할지 우려하고 있는 상태다. 송 감독은 심지어 "선수가 구단에 요청도 하기 전에 자신의 거취에 대한 언급을 외부에 흘리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격앙된 반응을 나타냈다.
가장 확신할 수 없는 부분이 바로 현재 기량이다. 사실 이런저런 잡음이 있어도 실력만 된다면 '꾹 참고' 중용하는 게 프로구단들의 생리다. 그러나 두산은 지난 2012년 시즌 중반부터 김동주를 사실상 거들떠 보지도 않았다. 그가 '프로야구를 대표하는 거포'로 명성을 떨친 게 벌써 10여년 전 일이다. 2010년 110경기에서 홈런 20개를 기록한 뒤로는 중심타자의 위용을 잃었다는 게 많은 야구 전문가들의 일치된 판단이다. 출장 기회가 줄어든 탓도 있지만 나이를 먹으면서 필연적으로 따르는 체력 및 기량의 쇠퇴가 결정적이라는 게 한결같은 지적이다.
두산도 김동주 논란을 자초한 측면이 없지 않다. 계약 기간 동안 선수의 기용 권한은 전적으로 구단에 있는 게 사실이지만 10년 이상 팀의 간판스타로 자리매김한 선수를 이대로 방치하는 건 정도가 과하다는 반응이다. 정 기용할 생각이 없다면 애초에 선수와 합의 하에 '잔여 연봉 포기' 등의 조건으로 풀어주든지, 아니면 그간의 공로를 인정해 화려한 은퇴식을 마련해줘야 했다는 말이 적지 않다.
김동주와 비슷하게 선수 생활의 말년을 2군에서만 보냈지만 마지막 은퇴식 만은 누구 못지 않게 눈부셨던 박경완(SK 2군 감독)의 선례도 있다. 아무리 '계륵'으로 전락했다 해도 쓰지도 않을 선수를 경기도 이천 한 구석에만 처박아두는 것은 너무 했다는 지적이다.
올 시즌 2군 43경기에 출전한 김동주는 타율 3할1푼7리 3홈런 18타점을 기록했다. 지난 1일 경찰청전에서 3타수 1안타를 기록한 그는 정확히 일주일 만인 8일 삼성전에 모습을 드러내 3타수 1안타를 쳤다. 이 일주일 동안 두산은 '김동주 없이' 5경기를 했다. 그 이유를 모두가 궁금해 하고 있다.
공교롭게도 두산 프런트는 김동주 논란이 불거진 9일 2군 훈련장인 이천 베어스파크에서 팀장회의를 열었다. 미리 예정된, 구단 운영방안과 관련한 통상적인 미팅이었다고 하지만 시기가 겹쳐 묘한 여운을 남겼다. 올스타 휴식기를 앞두고 갑자기 불거진 '김동주 소동'이 야구계를 시끄럽게 하고 있다.
조이뉴스24 김형태기자 tam@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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