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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도', 강동원의 선택은 옳았다(일문일답)


영화 '군도'로 4년 만에 스크린 복귀

[권혜림기자] 복귀는 강렬했다. 증오와 분노부터 가슴 저미는 슬픔까지, 러닝타임 내내 배우 강동원의 눈에선 수천 갈래의 감정이 요동쳤다. 그의 두 눈이 스크린을 가득 메울 때마다 관객들은 숨을 죽였다. 영화 '초능력자'(2010) 이후 4년 만에 스크린에 돌아온 그는 '군도:민란의 시대'(이하 군도)로 건재한 존재감을 과시했다.

16일 영화 '군도'의 개봉을 앞둔 강동원의 라운드 인터뷰가 진행됐다. 영화는 조선 후기, 탐관오리들이 판치는 세상을 통쾌하게 뒤집는 의적들의 액션 활극을 그린다. '범죄와의 전쟁'의 윤종빈 감독이 연출하고 톱배우 하정우와 강동원이 만나 기대를 얻었다. 강동원은 탐관오리의 서자이자 백성의 적인 조윤 역을, 하정우는 군도 무리의 에이스 도치 역을 연기했다.

지난 2003년 MBC 드라마 '위풍당당 그녀'로 안방에 눈도장을 찍은 강동원은 이후 MBC '1%의 어떤 것'으로 확실한 청춘 스타로 떠올랐다. 영화 '그녀를 믿지 마세요'(2004), '늑대의 유혹'(2004), '형사 Duelist'(2005) 등을 거치며 그는 톱스타의 자리를 꿰찼다. 영화 '전우치'(2009)와 '의형제'(2010)로는 또렷한 흥행 성과까지 내며 티켓 파워도 자랑했다. 한 마디로 '데뷔 이래 쭉 스타'였던 그는 군 제대 후 '군도'로 돌아왔다. 충무로가 들썩일 만하다.

영화가 언론·배급 시사를 통해 첫 공개된 뒤 조윤 역의 강동원을 향한 호평도 쏟아졌다. 서자로 태어나 아버지의 사랑을 받지 못한 조윤, 그의 결핍은 섬뜩한 악행으로 이어진다. 사각 지대 없는 검술은 조윤의 특기. 자신의 키에 맞춰 제작된 장검을 거침 없이 휘두르는 강동원의 몸짓에선 우아함마저 느껴졌다.

오랜만의 복귀에 강동원은 "요즘 계속 숙면을 취하지 못하고 있다"며 "예전보다 확실히 더 긴장된다"고 고백했다. 그의 긴장감과는 별개로 '군도' 속 강동원을 향한 호평에는 이견이 없다. 강동원은 "다행이다"라며 "개인적으로는 아쉬운 점도 없지 않지만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한 것 같다. 한참 릴렉스돼있을 때 캐릭터를 맡았다면 훨씬 좋았을텐데, 너무 오랜만에 연기를 해서 조금 아쉬웠다"고 답했다.

촬영에 들어가기에 앞서 혹독한 훈련을 거친 강동원은 "영화 안에서 어떻게 효과적으로 도움이 될지 생각했다"며 "조선 최고의 무관이니 나름대로 최고까진 아니어도 검을 잘 쓰는 사람은 돼야 한다고 생각해 4~5개월 정도 훈련에 매진했다"고 밝혔다.

이어 "제가 칼을 휘두르거나 액션을 했을 때 섬뜩하게 무서웠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며 "군도 무리와 맞붙었을 때 '잘못하면 죽을 수도 있다'는 공포감을 주고 싶었다. 그래야 긴장감이 생길 것이라 봤다"고 덧붙인 강동원은 "일대 다로 싸우는 것이니 그래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답했다.

'군도'에는 도치와 조윤 외에도 두령 격인 노사장 대호(이성민 분), 총무 격인 유사 땡추(이경영 분), 전략가 태기(조진웅 분), 괴력 천보(마동석 분), 명궁 마향(윤지혜 분), 속공 금산(김재영 분) 등 다채로운 캐릭터들이 흥미를 높일 예정이다. 오는 23일 개봉한다.

이하 일문일답

-영화 속 조윤의 긴 생머리가 이슈였다.

"윤종빈 감독님은 그 장면을 통해 엄청나게 화가 많이 나서 확 바뀌는 무서운 조윤의 모습을 보여주길 원했다. 시나리오에 없던 장면을 넣었냐는 질문이 많은데 원래 있던 장면이다. 원래 더 부스스하게 하려는 계획이 있었는데 세팅 시간이 짧았다. 제 헤어를 담당해 준 한필남 미용 실장님께 '더 부스스해야 하지 않냐'고 물었더니 '아니다. 이게 맞다'고 하시더라. 그 날 그런 느낌이었나보다.(웃음) 사극을 전문으로 작업하시는 분인데 신나게 하셨다."

-진지한 무드에서 갑자기 긴 생머리가 풀어헤쳐져 웃는 관객도 있었다.

"현장에서 처음 봤을 때 당시 반응은 '섬뜩하다'였다. 감독님과 조감독님은 '좋다. 멋지다'고 했었다. 저는 계속 조금 더 부스스해야 한다고 했다. (웃음) 산발을 해서 무서웠으면 좋겠다는 감독님의 의견대로, 그렇게 봐주셨으면 고맙겠다. 약간 거부감이 드는 사람이 있을 수도 있지만 그건 한필남 실장님의 의도였지 우리의 의도는 아니었다는 것을 말씀드리고 싶다.(웃음) 그 분이 전부터 제게 긴 머리를 해주고 싶으셨다더라. '이 장면이 정말 중요하다'며 촬영 전부터 마네킹에 가발을 씌우고 물을 뿌리고 계셨다. 저희는 별로 공을 안 들였으나 실장님이 엄청나게 공을 들이셨다. 정말 많이 (강동원의 긴 머리 장면을) 찍고 싶으셨다더라. 긴 머리 가발을 씌워보고 감독님이 영감을 얻으신 것이 있는데, 나중에 산발을 해서 무협 영화를 찍자고 하셨다. 그런데 긴 머리를 하면 액션을 할 때 너무 힘들다. 잘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가발이 계속 벗겨지기도 한다."

-검술 액션이 아주 화려했다.

"시나리오를 처음 받았을 때, 제 분량이 적은 편이었고 사연이 있는 악역, 좋은 캐릭터긴 했지만 그건 본연의 캐릭터였다. 영화 안에서 어떻게 효과적으로 도움이 될지 생각했을 때는 조선 최고의 무관이니 나름대로 최고까진 아니어도 검을 잘 쓰는 사람이 돼야 한다고 생각했다. 훈련을 많이 했다. 4~5개월 정도 훈련했다."

-액션이 춤을 추듯 화려했다.

"춤을 추듯 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절도있게 힘 있게 했다. 제가 스피드를 계속 올렸다. 더 빨리 하려 했다. 그 때문에 무술팀이 힘들어하긴 했다. 저를 중심으로 밖에서 움직이는데 다들 엄청나게 빨리 움직여야 했다. 더 힘있게 하고 싶었다. 옷이 휘날리니 그렇게 보이더라."

-액션은 스스로 멋있다고 생각했나?

"저는 사실 모르겠다. 너무 많이 봤고 너무 오래 찍었다. 그래서 사람들에게 계속 물어봤다. 검 신 자체는 '역대급'이라고들 하는데 그 정도냐고 물었다. 나는 '더 잘 했어야 하는 것 아니냐. 잘 모르겠다'고 말했었다."

-하정우의 말에 의하면 말 타는 장면을 비롯해 강동원에게서 유독 '파이팅'이 넘쳤다더라.

"말을 처음 타봤는데 재밌었다. 저와 맞더라. 제게만 정해진 말이 있진 않았다. 그런데 말들이 이상하게 저를 좋아해줬다. 촬영하다 말에서 내려서 무리 쪽으로 걸어가는 장면이 있다. 보통 말은 사람이 내리면 가만히 있는데 저를 뒤에서 따라왔다. 그레이스라는 말이었다.(웃음) 오지 말라고 해도 내리면 졸졸 따라와서 귀여웠다. 그런데 촬영 끝나고 한참 있다 죽었다는 소식을 들어 슬펐다."

-이전 악역 캐릭터들과 어떻게 차별화하려 했나?

"악역을 안해본 건 아니다. '그놈 목소리'는 목소리만이었으니 예외로 두고, '형사 Duelist' 속 슬픈 눈도 살수 역이었고 초능력자에서도 그런 캐릭터였다. 전엔 어쩔 수 없이 악행을 저지른 캐릭터였다면 이번엔 사연도 이유도 있지만 자신을 위해 악행을 저지르는 인물이다. 비뚤어지게 된 이유는 있지만 사이코패스는 아니다. 그래서 기존 캐릭터와 많이 달랐다."

-특별히 사극으로 복귀하게 된 이유가 있나?

"특별히 장르에 대한 편식은 전혀 없다. 시나리오나 감독님이 좋다는 생각은 할 수 있지만 시대 상황에 대해선 그렇다. 복귀작으로 굳이 사극을 한다는 생각은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다. 다만 시나리오 단계 전에 사석에서 한 번 윤종빈 감독님을 뵀는데 '영화를 잘 찍겠다'는 느낌은 받았다. 범상치 않다고 생각했다. 감독님은 당시 단편을 준비하고 계셨는데 (나를 만난 뒤) 도저히 그걸 진행할 기분이 안 들더라고 했다. 하정우 형과 (윤 감독이) '군도'를 이야기했던 것도 단편을 찍고 난 뒤 할 계획이었다는데, 그게 계획 단계지 진행 단계는 아니었다. 나를 만나 '군도' 작업이 구체화됐다고 했다."

-'군도'의 미덕을 꼽자면?

"일단 신나는 영화라는 점이 미덕일 것 같다. 가끔 심각한 영화를 기대하고 온 분들도 있겠지만 액션 오락 영화라 생각하고 만들었다."

-조윤은 애초에 강동원을 생각하고 만들어진 캐릭터인 건가?

"재작년에 윤종빈 감독을 만났는데, 그랬던 것으로 알고 있다."

-자신을 두고 만들어진 캐릭터에 부담은 없었나?

"그렇진 않았다. '전우치'도 그랬었다. 그런 것으로는 부담을 느끼지 않는 성격이다. 다만 설렘도 있고 두근두근해 잠을 못 자기는 했다."

-촬영 중 제일 힘들었던 점은 무엇인가?

"아무래도 장검을 쓰니 길이가 길어서 다칠까 조심하는 것이 힘들었다. 거리감이 느껴져서 아슬아슬하게 피해야 하는 장면들이 있었다. 저는 헛되이 치지 않는다고 장담했지만 상대방들이 너무 무서워했다.(웃음) 농담으로 '나는 검의 달인이 됐으니 헛되이 치지 않는다. 더 깊이 들어가지 않는다. 안심하라'고 했지만 서로 긴장은 됐다. 그러다 하정우 형도 검에 팔을 맞았다."

-대역을 거의 쓰지 않았다고 들었다.

"가끔 위험한 장면에서 대역을 썼다. 95%는 직접 했다. 뒷모습도 다 직접 해달라는 감독님의 요청이 있었다. (웃음) 뒷모습 중에 대역이 얼마나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 A팀, B팀으로 나눠 촬영을 했으니 너무 간단한 뒷모습은 대역에게 해 달라고 한 경우도 있다. 제가 대역 쓰는 것을 용납하지 않으니 감독님이 대역을 쓸 때 저에게 허락을 구하시더라."

-'군도' 촬영 후 처음으로 현장에서 울었다고 하더라.

"되게 아쉽더라. 현장에 있는 것이 마냥 행복했다. 감독님과도 잘 통했고 영화적으로 많은 배움이 있었다. 현장의 형들과도 다 사이가 좋았다. 작업에 아쉬움이 있었다. 오랜만에 복귀해서 영화 중간까지는 딱딱했다. 내가 조윤이라고 생각했던 것이 중반 넘어가서였기 때문에 끝내기 아쉬웠다. (중반 이후에야) '내가 지금 완전 조윤이 됐다'고 생각했으니까. 세트 분량을 초반에 찍었는데 제게 세트 분량이 많았다. 끝내기가 아쉬웠다. 더 찍고 싶었다."

-더 찍자고 했다면 어땠을까?

"(웃음) 저 빼고 아마 모두가 반발했을 것이다. 윤종빈 감독님은 아쉬워했다. 하정우 형이 저 때문에(계속 합을 맞추느라) 고생이 많았다. 제가 조금이라도 더 어리기도 했고 에너지가 더 모여 있는 상태이기도 했다. 그래도 그만 하라고 하지 않고 다 맞춰주셨다. 저 때문에 힘들었다는 이야기를 간담회 때 처음 들어서 놀라기는 했다."

-군 제대 후 '군도'로 복귀했는데 지금 배우 강동원의 입지에서 이번 영화는 어떤 의미일까?

"특별한 의미보다는 오랜만에 돌아왔다는 신호탄 정도가 되지 않을까 싶다. 앞으로 할 일이 많다. 현장에서 가끔 느끼긴 하는데 제가 이제 나이가 꽤 됐더라. 스태프들이 거의 저보다 어리다. '선배님, 형님'이라는 이야길 하는데 제가 '정말 형이 맞냐'고 물어보기도 했다.(웃음) 군도 배우들 중에서는 아역 빼고 제가 제일 어렸다. 회식을 할 때도 그랬고 예쁨을 많이 받아 행복했다. 형들에게 많이 배웠다. 제가 남자들과 그렇게 많이 어울리는 자리를 가져본 적이 없다. 그런 영화를 찍어보지도 못했다. '전우치' 때 그나마 남자 배우들이 많았지만 다들 너무 선생님들이셨다. 어린 편인 분들이 유해진, 김상호, 김윤석 선배님이었고 그 아래 제가 있었다. 예쁨을 많이 받았다. 여기선 다들 형이어서 또 예쁨을 받았다. '너 진짜 많이 배워야겠다' 하며 '형들이 많이 가르쳐줄게' 하시더라. 남자들만의 이야기다.(웃음) 다들 그랬다. 모두 공통적으로 알고 있는 것들 중에 제가 모르는 것들이 많더라. 군도 무리 배우들이 제가 모르는 단어들을 진짜 많이 썼다. 그래서 초반엔 윤종빈 감독이 통역을 해줄 정도로 의사소통이 힘들었다. 제주도 방언 같은 느낌이었다.(웃음) 술자리에서도 윤 감독이 통역해줬다. 제 친구들은 안 썼던 단어들인데 굉장히 해학적으로 풀어내는 말들라 저도 중독돼서 쓰게 됐다. 저도 모르게 툭툭 튀어나온다."

-더 많은 작품을 하길 바란다는 목소리도 있다.

"사람들이 오해하는 면이 있는데, 데뷔 연차 대비 작품 수가 많다. 열 일곱 작품인데, 일 년에 두 작품 하기 힘든 일이지만 그 꼴로 작품을 했다. 노출이 없어서 그런지 오해들이 좀 있더라. 잘 생각해보면 생각보다 작품 수가 굉장히 많다. 상업 장편 영화만 열 작품이 넘었다. 단편이 3편, 드라마가 3편이다. 하정우 형이 다작을 한다고 하는데 제가 작품 수로는 뒤지지 않는다.(웃음) 쉬지 않고 일했다. 지금까지 쉬지 않았는데 다들 작품을 더 해야 하지 않냐고 한다. 노출은 굳이 할 일이 없었다. 작품이 개봉하면 소통하는 식이다."

-어떤 배우가 되고 싶은가?

"그냥 하는 말이기도 하고 진심이기도 한데 이왕 했으니 최고의 배우가 되고 싶다. 스스로도 그렇게 느끼고 모두가 그렇게 보는, 연기에서나 상업적으로나 그런 욕심이 있다. 꿈은 크게 가지라고 했으니까.(웃음)"

-하정우와 라이벌 의식이 있었을 법하다.

"없다고 하면 그것도 웃길 것이다. 나이대도 비슷하다. 저보다 훨씬 잘 나가셔서.(웃음) 서로 굉장히 좋은 관계라고 본다. 이미지가 전혀 안 겹친다. '우리는 같이 할 수 있는 이미지'라고 형도 이야기하셨다. 사극을 했으니 다음에 현대극을 같이 하자고도 한다."

-하정우가 연출하는 영화에도 출연할 의향이 있나?

"(웃음) 감독으로서 형의 역량을 보고 생각을 좀 해보겠다. 공과 사는 정확해야 하니까. 얼마든지 좋은 작품이라면 할 의향이 있다. 형과 나이 들어가며 꾸준히 함께 활동하면 좋겠다.(웃음) 형도 벌써 '다음 작품으로 이런 것 저런 것을 같이 해볼까' 하고 이야기했다."

조이뉴스24 권혜림기자 lima@joynews24.com 사진 박세완기자 park90900@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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