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태기자] 후반기 첫 2경기를 모두 치르지 못한 감독의 심정은 답답하다. 모든 준비를 마쳤지만 이틀 연속 '헛물만 켜는' 결과가 나오면 힘이 쭉 빠진다.
송일수 두산 베어스 감독이 바로 그렇다. 두산은 22∼23일 잠실 SK 와이번스전이 내리 취소되는 결과를 맞았다. 경기장에 쏟아진 장대비로 도저히 경기를 치를 수 없었다.
23일 잠실구장에서 만난 송 감독은 아쉬운 속내를 털어놓았다. 그는 "올스타 휴식기 동안 준비를 많이 했다. 투수와 타자들이 열심히 치고 던지며 컨디션을 끌어올렸다"며 "우리로서는 경기를 하는 게 낫지만 결과가 이렇게 나왔다"며 허탈한 웃음을 지었다.
SK와의 주중 3연전 가운데 24일 3차전 만을 남겨둔 두산은 이번 주말 3일 동안 경기 일정이 없다. 28일 공식 이동일(월요일)까지 포함하면 4일을 쉬게 된다. 전반기 마지막 경기인 지난 16일 창원 NC전(10-8승) 이후 12일 동안 단 한 경기를 치르는 것이다. 더구나 24일에도 중부지방에는 비 예보가 있다. 자칫하면 '후반기 개막전'을 다음 주초 3연전 첫 경기인 29일 사직 롯데전에서 맞을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전반기 후반 페이스가 처진 두산은 6위로 순위가 떨어졌다. 전날 경기가 취소된 사이 KIA가 승차 없이 두산을 추월한 결과다. 두산은 22일 현재 4위 롯데와 2.5경기 차이지만 좀처럼 차이가 줄어들지 않고 있다.
송 감독은 이런 상황을 염두에 둔 듯 "SK에게는 미안한 말이지만 사실 이번 잠실 3연전을 모두 이길 계획이었다"며 "이틀 연속 취소는 어쩔 수 없는 일이다. 하지만 이미 벌어진 일이니 어쩔 수 없다"고 덧붙였다.
송감독이 아쉬움을 감추지 못한 반면 선수들은 우천 취소가 그리 나쁘지 않다는 반응이었다. 주장 홍성흔은 "어제 오늘처럼 날씨가 궂으면 경기하기가 참 힘들어진다. 확실하게 비가 와서 취소되거나 아니면 정상적인 날씨에서 경기를 해야 한다"며 "그라운드가 이렇게 젖은 상태에서 경기를 한다면 오히려 경기력이 떨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공교롭게도 홍성흔은 전날 0-1로 뒤진 1회말 동점 적시타를 쳤지만 2회초 경기가 노게임 취소되면서 기록이 날아갔다. 그는 "지금은 은퇴한 심정수는 예전에 홈런 2개를 치고도 경기가 취소돼 땅을 친 적이 있다. 그 날 이후로 한 달간 홈런이 안 나오더라"며 "나도 김이 새서 어떻게 될지 모른다"고 해 주위를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조이뉴스24 잠실=김형태기자 tam@joynews24.com 사진 조성우기자 xconfind@joynews24.com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