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태기자] "마야? 원래 알던 친구에요!"
쿠바 출신 우완 투수 유네스키 마야(두산)는 미스터리 투수다. 야구 강국 쿠바 대표선수 출신에 메이저리그까지 밟아본 화려한 경력을 자랑하지만 아직 한국 무대에선 베일에 싸여 있다. 지난 26일 두산 선수단에 합류한 뒤 한 차례 불펜피칭을 실시한 게 그가 보여준 실력의 전부다.
무엇보다 아직 정식 인터뷰 기회를 갖지 못했다. 스페인어만 할줄 아는 까닭에 한국 땅을 밟은 소감을 상세히 밝힐 수 없었다. 29∼30일 사직 롯데전에 앞서 덕아웃에 앉아 있던 그는 사람 좋은 미소를 지었지만 마음껏 말을 하지 못해 답답해 하는 모습이었다. 지난 2009년 9월 쿠바를 탈출한 뒤 2010년 7월 메이저리그 워싱턴 내셔널스에 입단한 그는 미국에서 4년간 지냈지만 간단한 영어 소통에도 어려움을 느끼고 있다. 히스패닉계 인구가 워낙 많은 미국에선 스페인어만 써도 전혀 불편함을 못느꼈기 때문이다.
현재 두산 선수단에서 그와 대화가 통하는 선수는 같은 라틴 계열인 호르헤 칸투 뿐이다. 칸투는 미국 텍사스에서 태어났지만 멕시코에서 자랐다. 영어와 스페인어 모두 유창한 '이중 언어 구사자(bilinguist)'이다. 칸투는 "둘 다 무리 없이 사용하지만 아무래도 어려서부터 써온 스페인어가 더 편하다"고 했다.
마야와 '언어'라는 공통분모가 있으니 자연히 그에게 시선이 쏠린다. 일부에서는 '선수 겸 통역'으로 활용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우스갯소리도 나온다. 칸투도 마다하지 않는다. 그는 "이제 스페인어 공식 통역이 바로 나다. 마야에 관한 일거수 일투족은 나를 거쳐야 알 수 있을 것"이라며 어깨를 으쓱했다.
칸투는 마야를 이미 잘 알고 있는 사이다. 그는 "메이저리그에서 뛸 때 마야를 몇 번 접해봤다.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도 만나본 경험이 있다"며 "정말 좋은 친구다. 성격이 너무 좋다. 한국에서도 아주 잘 적응할 것"이라고 엄지를 치켜들었다.
여러모로 통역이라는 '부업'을 맡기에 적합해 보이지만 현실적으로는 실현 가능성이 거의 없다. 우선 칸투 본인이 매일 훈련과 경기 출전을 반복해야 하는 현역 선수다. 타격과 수비에만 집중해도 시간이 부족할 판에 '가외 업무'까지 떠맡기엔 부담이 크다.
또 다른 난관도 있다. 마야의 스페인어를 칸투가 받아 영어로 설명하면 또 다른 통역이 이를 한국말로 풀어 설명해야 한다. 무려 두 단계를 거쳐야 하는 번거러움이 있어 효율적이지도 않다.
이 때문에 두산은 여러모로 고심을 하고 있다. 스페인어를 전공하는 대학생을 단기 아르바이트로 채용하는 안, 전문 통역사를 섭외하는 안 등 여러가지를 검토하고 있지만 뚜렷한 결론은 못내리고 있다.
하지만 송일수 두산 감독은 큰 문제가 아니라는 반응이다. 그는 "어차피 야구 선수는 그라운드 위에서 쓰는 용어가 제한돼 있다. 나도 과거 삼성에서 현역 선수로 뛸 때 한국말이 꽤 서툴렀지만 경기하는데 전혀 지장이 없었다"며 "마야도 공만 잘 던지면 큰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낙관적으로 전망했다.
마야는 지난 29일 불펜피칭에서 안정된 제구력과 다양한 변화구를 선보여 합격점을 받았다. 송 감독은 "전체적으로 괜찮았다. 구위는 실전을 치러보지 않아서 정확히 말하기 어렵지만 145㎞ 정도의 직구 스피드를 나타냈다"며 만족한다는 반응이었다.
두산의 후반기 4선발로 결정된 마야는 다음달 1일 대전 한화전에서 마침내 베일을 벗을 예정이다. 칸투는 마야의 실력에 대해 "지켜보면 알게 될 것"이라며 의미심장한 말을 남겼다.
첫 등판에서 좋은 투구내용을 선보인다면 언어 장벽에 대한 우려는 말끔히 사라질 수 있다. '쿠바 출신 미스터리맨' 마야를 바라보는 두산의 가슴이 두근거리고 있다.
조이뉴스24 부산=김형태기자 tam@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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