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한준기자] 넥센 히어로즈는 타격의 팀이라 할 수 있다. 올 시즌 타고투저 현상이 유독 심한 가운데 팀타율 2할9푼이 넘는 구단은 7팀이나 된다. 삼성 라이온즈는 7일 현재 팀타율 3할을 넘겼다(3할1리). 그래서 넥센의 팀타율 2할9푼6리는 크게 주목받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나란히 홈런 부문 1, 2위를 달리고 있는 박병호(34홈런)와 강정호(31홈런)를 앞세워 팀 홈런 141개로 당당히 이 부문 1위다. 2위 삼성(118홈런)을 멀찌감치 따돌렸다.
넥센은 대포군단으로서의 이미지를 올 시즌 확실하게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또 하나 주목해야 할 부분이 있다. 바로 팀 타점이다. 넥센은 552타점으로 이 역시 부문 1위다. 2위 삼성(551점)과 치열한 경쟁을 하고 있다.
박병호와 강정호가 아니더라도 올 시즌 넥센 타선에서 큰 힘을 보태고 있는 강타자들이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선수가 이택근과 유한준이다.
이택근은 지난해까지 클린업트리오에 속했다. 주로 3번타자로 나왔다. 그런데 염경엽 넥센 감독은 올해 타순에 변화를 줬다. 이택근을 2번타자로 기용하고 있다. 톱타자 서건창과 함께 강력한 테이블세터를 구성했다. 그리고 주로 하위타순에 배치했던 유한준을 3번타자로 올렸다.
이택근과 유한준의 타순 변경은 지금까지 대성공이다. 이택근은 한 시즌 개인 최다 타점 경신을 눈앞에 두고 있다. 그는 2003년 현대 유니콘스에서 프로 데뷔 후 지난해까지 66타점이 시즌 최다였다. 2006, 2009, 2013년 세 차례 작성했다. 그런데 올해는 정규시즌 36경기가 남아있는 가운데 벌써 65타점을 기록 중이다. 타점만큼은 커리어 하이를 충분히 기록할 수 있다.
유한준도 타격 전반에서 최고의 한 해를 보내고 있다. 그는 타율 3할1푼9리 15홈런 69타점을 기록하고 있다. 유한준 역시 도루를 제외하고 커리어 하이 시즌을 보내고 있는 셈.
염 감독은 "(유)한준이가 3번타자 역할을 정말 잘해주고 있다"며 "올해 그이 활약 덕분에 타선이 한층 더 짜임새가 생겼다"고 했다. 염 감독은 당초 외국인타자 비니 로티노를 3번타자감으로 생각했다. 그러나 시즌 초반 로티노가 기대만큼 기량 발휘를 못하자 유한준을 테스트 차원에서 3번 자리에 뒀다. 염 감독은 "마침 그 때 한준이의 감이 올라왔고 그래서 딱 맞아 떨어졌다"며 껄껄 웃었다.
넥센은 지난해 2번타순에 고민이 많았다. 문우람을 비롯해 장민석(두산 베어스 이적)이 주로 2번 자리에 나왔다. 염 감독은 "2번에서 (공격 흐름이) 자주 끊겼다"고 아쉬워했다. 연결이 매끄럽지 않았다는 의미다. 이택근을 2번 자리로 옮긴 이유가 됐다. 2, 3번 타순이 안정되자 효과는 있었다. 염 감독은 "빅이닝을 만드는 횟수가 확실히 지난해와 견줘 늘어났다"며 "무엇보다 상하위 타순 사이에 연결고리가 단단해졌다"고 설명했다.
넥센이 남부럽지 않은 타선을 꾸릴 수 있는 이유는 또 하나 더 있다. 클린업트리오에 들어가도 제 성적을 충분히 낼 수 있는 김민성의 존재다. 김민성은 유한준, 박병호, 강정호 다음 타순인 6번으로 주로 나오고 있다. 지난 5월 초 타격부진을 겪는 등 슬럼프에 빠졌지만 이제는 타격감을 되찾았다. 김민성은 타율 2할9푼5리 9홈런 56타점으로 좋은 성적을 내고 있다.
염 감독은 "(박)병호와 (강)정호의 출루율이 4할이 넘는다(박병호는 4할4푼6리, 강정호는 4할4푼3리를 기록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김)민성이가 뒤에서 해결사 노릇을 해줘야 한다"고 했다. 김민성은 지난해 커리어 하이 시즌을 보냈는데 올해도 마찬가지로 좋은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염 감독은 "우리팀의 경우 2번부터 6번타자까지가 중심타선이라고 본다"고 덧붙였다. 그리고 공교롭게도 이들은 모두 우타자다. 염 감독은 "좌타자가 타순 중간에 들어가지 않아도 큰 문제는 없을 것 같다"고 했다. 염 감독의 말처럼 넥센은 강력한 우타라인을 구축했다. 넥센이 팀 홈런과 타점 부문에서 1위를 달리고 있는 원동력인 셈이다.
조이뉴스24 목동=류한준기자 hantaeng@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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