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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무' 한예리 "내 얼굴, 시대 잘 타고 난 것 같다"(인터뷰)


개성있는 미모로 영화 감독들의 사랑 독차지

[정명화기자] 나이를 언급하는 것이 미안하게 느껴질만큼 한예리는 동안이다. 지금까지 파트너십을 맞춘 여러 남자배우들보다 사실 손위 누나다.

올해 서른한살. 지난해에는 '동창생'에서 고등학생 역을 맡는가 하면 '남쪽으로 튀어'에서도 의상을 공부하는 십대 역을 연기했다. 무공해의 순수한 얼굴과 해사한 피부, 군살 없이 강단있는 몸매가 삼십대의 그를 무리없이 십대로 보이게 했다.

봉준호 감독이 제작해 기대를 모으는 영화 '해무'에서 한예리는 홍일점 '홍매' 역을 맡았다. 한국으로 돈을 벌러 떠난 오빠가 몇년째 소식이 없자, 주소 한장을 달랑 들고 불법 밀항선에 몸을 실은 조선족 처녀다.

우락부락한 여섯명의 선원들 사이에서 위험한 갈등의 시초가 되는 인물로, 의도하지 않은 팜므파탈이다. 여려 보이는 외모와 달리 꼬장꼬장한 강단을 가졌지만 자신에게 호의와 애정을 베푸는 '동식'(박유천 분)에게 마음을 연다.

한국예술종합학교의 촉망받는 무용학도에서 영상원 학생들의 영화에 출연하며 독립영화계의 신성으로 떠오른 한예리는 현재 소속사와 만나 본격적인 배우의 길을 걷게 됐다. 영화 '코리아'로 첫 상업영화에 출연한 그는 북한에서 바로 건너온 듯 사실적인 북한 탁구 선수 연기를 선보였다. 연기의 테크닉을 학습한 적이 없는 그는 개성있는 외모만큼 자연스럽고 사실적인 연기를 보여주는 배우로 감독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영화 '남쪽으로 튀어'에서 부녀로 호흡을 이뤘던 김윤석의 추천으로 '해무'와 인연을 맺게 된 한예리는 "홍매 역을 너무 하고 싶어서 촬영이 들어갈 때까지 다른 배우에게 배역을 뺏길까봐 너무 불안했다"고 웃으며 말했다.

"경쟁자들이 많을 거 아니에요. 시나리오를 받고 출연하기로 했지만 그래도 다른 배우에게 역할이 갈까봐 불안했어요. 캐스팅이 확정되고 촬영에 들어가니까 너무 좋았죠. 나로 인해서 영화나 스태프, 선배들에게 폐를 끼치진 말자라는 생각이 가장 먼저 들었어요."

여자라는 이유로 나약한 모습을 보이기 싫었다는 한예리는 컨디션 관리와 건강 유지를 가장 최우선으로 했다고 한다. 온갖 약을 챙겨먹고 세끼를 꼬박 먹으면서 몸 관리를 한 덕인지 상대배우 박유천은 한예리를 가리켜 "정말 체력이 대단하다. 술도 엄청 세다"고 감탄하기도 했다.

한예리는 화제를 모은 박유천과의 슬픈 베드신을 언급하며 자신은 영화 '해무'를 로맨스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홍매는 동식을 정말 사랑했다고 생각해요. 전 '해무'를 스릴러라고 생각 안해요. 저한테는 로맨스죠. 촬영하는 내내 멜로라는 생각으로 했어요."

영화를 촬영하며 홍일점으로 촬영장의 귀여움을 독차지 했을 것 같다는 말에 한예리는 고개를 저었다.

"촬영장의 귀염둥이는 유천씨였죠(웃음). 전 그냥 여자라기 보다는 한 식구로 대해주셨어요. 선배님들이 다들 다정다감하고 대부분 가정이 있으셔서 섬세하고 감성적이세요. 다만 선배들의 술자리에 남아있으려고 정신력으로 끝까지 버텼어요."

한예리는 홍매에 대해 영화 속 전진호와 선원들에게는 해무같은 존재라고 설명했다. 속을 알 수 없고 비밀스러운, 그리고 그들을 위험으로 몰아 넣는 짙은 안개같은 여자. 멋있는 해석이다.

자신이 나온 작품 중 '해무'가 가장 예쁘게 나왔다는 한예리는 "홍일점의 아리따움을 잃지 않으려고 애썼다"며 웃었다. 포스터 속 아련한 옆모습도 마치 흑백 고전영화 속 여배우같아 너무 마음에 든다고.

또 자신의 얼굴에 만족한다며 일명 '쌍수'(쌍꺼풀 수술)도 할 생각이 없노라고 말했다.

"여배우는 늘 예쁘다는 말을 들어야 하는 것 같아요. 주변 상황에 흔들리기 쉬운 직업이기도 하지만 그런 말들을 들어야 나쁜 마음을 안 먹게 되는 것 같아요. 사랑받아야 하는 직업인데 그게 참 어려운 것 같아요. 선택을 받는, 기다리는 직업이죠. 전 제 얼굴이 좋아요. 그리고 시대를 잘 타고 태어났다고 생각해요(웃음)."

긴 눈과 그 안에 담긴 한예리만의 고집스러움, 순진무구함을 변함없이 간직하면서 특별한 재능과 개성, 아름다움을 계속해서 채워나가길 응원해 본다.

조이뉴스24 정명화기자 some@joynews24.com 사진 정소희기자 ss082@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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