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한준기자] 김민하, 하준호, 오승택, 임종혁. 올 시즌 롯데 자이언츠에서는 자주 못보던 얼굴들이 그라운드에 모습을 보이고 있다. 신인도 있고 군에서 전역한 뒤 소속팀에 복귀한 이들도 있다. 그동안 출전 횟수가 적었지만 기회를 얻은 선수들도 있다.
여기에 또 한 명의 새 얼굴이 추가됐다. 주인공은 인천고와 건국대를 나와 2014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2차 6라운드 60순위로 롯데 유니폼을 입은 내야수 이창진이다.
그는 지난 12일 올 시즌 처음으로 1군 엔트리에 들었다. 이날 롯데는 넥센에게 1-10로 졌지만 이창진은 잊을 수 없는 데뷔전을 가졌다. 그는 승부가 기운 8회초 수비에서 3루수 황재균을 대신해 교체 멤버로 사직구장 그라운드를 밟았다. 그리고 8회말 2사 1루 상황에서 1군 첫 타석에 나왔다.
이창진은 넥센 두 번째 투수 김영민이 던진 2구째를 잡아 당겨 좌익수 선상에 떨어지는 큼지막한 2루타를 쳤다. 그는 신인답게 타격후 1루를 돌아 2루까지 쉬지 않고 내달렸다. 경기 후 첫 안타를 친 공을 주장 박준서가 날짜와 상황까지 직접 펜으로 적은 다음 후배에게 건내줬다.
이창진은 그 공을 퓨처스(2군) 선수단이 있는 상동구장 팀 숙소에 가져다 놨다. 다음날 이창진은 "아마 평생 기억에 남을 것 같다"고 웃었다. 그는 "공을 많이 보면 불리할 거 같아 무조건 직구만 치자고 생각하고 타석에 들어갔다"며 "퓨처스 경기에서 상대를 한 투수라 낯설진 않았다"고 첫 타석 2루타를 쳤던 상황을 되돌아 봤다.
그런데 타격 연습을 끝낸 뒤 덕아웃으로 들어오는 이창진의 배트가 눈에 띄었다. 배트 손잡이 부분에 테이핑이 돼 있었다. 롯데에서 배트 테이핑을 하는 선수는 손아섭이 대표적이다. 장타력을 끌어 올리기 위해 손아섭은 그렇게 하고 있다.
취재진은 이창진에게 "선배 손아섭을 따라 한 것이냐"는 질문을 던졌다. 이창진은 "사실 아마추어시절부터 그렇게 해왔다"고 겸연쩍게 웃었다. 굳이 시기를 따진다면 배트 테이핑은 이창진이 손아섭보다 앞선다. 이창진은 1군 합류전 퓨처스리그에서 75경기에 출전해 타율 2할9푼8리(168타수 50안타) 6홈런 34타점 19도루를 기록했다. 눈에 띄는 부분은 장타율이다. 5할로 꽤 높다. 손아섭처럼 테이핑 효과를 보고 있는 셈이다.
타격 재능은 이미 고교시절부터 스카우트의 관심을 받았다. 고교 2학년때던 2008년 전국대회에서 타율 4할1푼1리를 기록, '이영민 타격상'을 받은 경력이 있다. 롤 모델은 롯데의 레전드이자 타격코치를 역임했던 박정태 전 코치다.
그는 "현역 선수시절 모습을 봤지만 근성이 대단했다"며 "그런 악착같은 플레이를 하는 선수가 되고 싶다"고 했다. 이제 1군에서 한 타석에 나왔지만 이창진은 첫 타석 타격 후 누구보다 더 열심히 뛰었다. 그리고 이날 3루수로 수비를 봤지만 박 코치의 선수시절 포지션인 2루수부터 유격수까지도 소화가 가능하다.
한편 롯데에선 이창진과 닮은꼴 선수가 한 명 더 있다. 건국대 선배이기도한 전준우다. 동료들로부터 외모가 비슷해 닮았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이창진은 "나이 차가 있어 대학 시절 마주칠 일은 없었다"며 "동문회에 참석했을 때 딱 한 번 봤다. '열심히 해'라는 한마디를 들었다"고 웃었다.
인연은 프로팀에 와서 이어졌다. 이창진은 "다른 목표는 현재 없다"며 "실수를 하지 않고 수비할 때나 타석에 나가 팀에 꼭 보탬을 줄 수 있는 선수가 되고 싶다"고 각오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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