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필기자] '라이언킹' 이동국(35, 전북 현대)은 1979년생이다. 우리 나이로는 서른 여섯이다.
대부분의 선수들이 은퇴했을 나이지만 이동국은 K리그 클래식에서 여전히 펄펄 날고 있다. 23일 FC서울과의 경기에서는 놀라운 골을 넣었다. 전북이 0-1로 지고 있던 후반 16분 수비수를 등진 상태에서 왼발 터닝 슈팅으로 골망을 갈랐다.
이동국이 볼을 받는 자세는 어정쩡했다. 몸의 축이 왼쪽으로 기울어졌고 앞으로 넘어질 것 같은 자세였다. 서울 수비진도 이동국이 슈팅을 한다면 왼쪽으로 할 것으로 생각하고 시선이 왼쪽으로 쏠렸다.
그런데 이동국은 기막히게도 오른쪽으로 빠르게 돌아 왼발 터닝 슈팅으로 서울 골망을 갈랐다. 통산 최다골 주인공답게 자연스러우면서 부드러운 슛 동작으로 시즌 11호 골을 넣었다.
이동국은 이번주 중 발표될 예정인 베네수엘라(9월5일), 우루과이(8일)와의 평가전 2연전 대표팀 명단에 들 것이 유력하다. 해외파 선수들 중 중앙 공격수가 전무하고 국내 공격수 중에서는 김신욱(울산 현대)이 인천 아시안게임대표팀에 합류하기 때문이다. 99번의 A매치를 소화한 그가 1경기라도 태극마크를 달고 뛰면 국제축구연맹(FIFA)이 공인하는 센추리클럽(A매치 100경기 이상 기록)에 가입하게 된다.
이동국에 대한 시선은 두 갈래다. 국가대표로서는 2010 남아공월드컵에서 다 보여줬고 나이도 많은데 또 발탁해야 하느냐는 부정적인 시선, 그리고 아직 충분히 뛰고 있고 득점 1위로 진가를 보여주고 있지 않느냐는 긍정적인 시선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동국의 국가대표 발탁에 대해서는 문제가 없다는 반응이다. 전북 최강희 감독은 "그 나이에 본인 스스로의 힘으로 대표팀에 가게 됐다. 좋은 경기력을 보여주는 시점에 갔기 때문에 잘했으면 좋겠다"라며 제자에게 힘을 실어줬다.
한국 축구 스타 공격수 계보에 있는 FC서울 최용수 감독이나 포항 스틸러스 황선홍 감독도 비슷한 의견이었다. 특히 황 감독은 나이에 상관없이 제기량을 보인다면 얼마든지 대표팀에 승선할 수 있다는 주장을 늘 해왔다. 황 감독 스스로도 2002 한일월드컵 당시 서른 넷의 나이로 국가대표에 발탁돼 4강 신화에 골로 기여했다.
물론 이동국이 2018 러시아월드컵 본선까지 간다는 보장은 없다. 그러나 지금 당장 최고로 잘하고 있는 선수라는 것은 분명하거니와 꾸준히 매년 두자릿수 골을 넣는 등 제 기량을 발휘하고 있다.
최용수 감독은 "현 시점에서 이동국이라는 공격수는 당연히 대표팀에 발탁되어야 한다. 리그 1위 팀의 간판 공격수"라며 이동국이 대표로 선발되어야 하는 이유를 명확하게 설명했다. 조금이라도 기량이 뒤처진다면 대표팀에 뽑힐 수 없다는 말과도 맥을 같이 한다.
무엇보다 이동국의 가치가 빛나는 것은 그를 뛰어넘을 공격수가 여전히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동국과 박주영 외에 확실하게 선발할 수 있는 공격수가 없다는 것은 역대 국가대표 감독들의 한결같은 고민이었다. 늘 푸른 소나무같은 이동국은 그렇게 제 자리를 지키며 자신을 능가하는 후배가 나타나기를 기다리고 있다.
조이뉴스24 /이성필기자 elephant14@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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