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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격인사' 성남, 시민구단 새로운 '롤모델' 제시


이례적으로 감독대행 해임하고 새 감독대행 선임

[최용재기자] 올 시즌 시민구단으로 새롭게 재탄생한 성남FC. 확 바뀐 성남 구단의 첫 번째 목표는 시민구단의 새로운 '롤모델'을 제시한다는 것이었다.

신문선 성남FC 대표이사 역시 "성남을 시민구단의 새로운 롤모델로 만들 것"이라고 수도 없이 말해왔다. 또 신 대표는 "성남을 가장 모범적인 시민구단으로 만들겠다"며 목소리를 높여왔다.

그런데 실상은 처참하다. 성남이 재탄생하면서 내걸었던 목표, 비전과는 거꾸로 가고 있는 형국이다. 이전 문제가 많았던 시민구단들과 비슷한 길을 가고 있는 것이다. 다를 것이 전혀 없어 보인다.

그래도 성남이 다른 시민구단들과 다른 길을 걸은 것이 하나 있다. 새로운 롤모델이라면 롤모델이다. 다른 구단이 절대로 하지 않았던 일, 아니 하지 못했던 일을 과감히 시도했기 때문이다. 바로 '파격적인 감독 인사'다.

성남FC 초대 감독을 76세의 산전수전 다 겪은 노장 박종환 감독을 선임한 것부터 성남의 파격적인 인사 행보는 시작됐다. 최근 젊은 감독 열풍이 부는 K리그에 노장의 연륜과 경험으로 승부하겠다는 의지는 큰 기대감을 불러일으켰다.

하지만 문제는 박종환 감독 사임 다음부터였다. 박 감독은 지난 4월 선수를 폭행하는 물의를 일으킨 후 사임했고, 후임에 박종환 체제에서 수석코치였던 이상윤 코치를 감독 대행으로 앉혔다. 성남은 올 시즌을 이상윤 대행 체제로 갈 것이라 발표했다.

그런데 이 대행도 오래가지 못했다. 26일 성남은 이 대행의 해임을 전격 발표했다. 이유는 성적 부진이었다. 시즌 도중 두 명의 사령탑이 잇따라 물러나는 것도 이례적인데 감독도 아닌 대행을 해임하는 것은 더욱 이례적인 일이다. 성남이 '최초'로 가고 있는 길이 아닐 수 없다. 감독 대행은 일반적으로 남은 시즌을 책임진 후 재평가를 받아 거취가 결정되기 마련이다. 제대로 역할을 수행 못했다는 평가를 받으면 시즌 후 물러나거나, 새로운 감독이 부임하면 다시 코치로 돌아가거나, 능력을 인정 받아 감독으로 승격되거나 하는 것이 보통이다. 감독 대행의 시즌 중 중도 하차는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성남은 지난 25일 FA컵 4강 기자회견에 이상윤 대행을 참석시켰다. 이 대행은 전북과의 4강 대진이 확정되자 "전북이라는 산을 넘고 싶다"며 다부진 의지를 피력하기도 했다. 그리고 다음날 곧바로 해임됐다. 이는 성남 구단이 뭔가 속사정에 따라 급박하게 일을 처리했다고 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성적 부진이라고 하기에도 납득이 가지 않는 부분이 있다. 성남은 K리그 클래식 10위다. 강등권인 11위, 12위와 승점이 같다. 분명 이는 만족할 수 없는 성적이다. 그렇지만 9위 상주, 8위 인천과도 승점 2점차밖에 나지 않는다. 아직 스플릿 시스템으로 나눠지기까지 11경기가 더 남았고, 스플릿 시스템 B에 속하더라도 5경기를 더 치러 강등 여부가 가려진다.

성남은 충분히 강등권에서 벗어날 수 있는 시간과 경기가 남아 있다. 믿음만 있다면 기다릴 수 있는 시간이다. 이렇게 무리해서 갑작스럽게 감독 대행을 해임시킬 명분이 없다. 그리고 FA컵 4강에 올려놓은 성과는 어떻게 설명할 수 있겠는가. 팀을 FA컵 4강에 올려놓은 이 대행에게 결승에 갈 수 있는 기회, 또 우승할 수 있는 기회는 남겨줬어야 한다.

이상윤 대행의 후임으로 이영진 코치가 다시 '감독 대행' 역할을 맡게 됐다. 박종환호 출범 당시 수석코치 이상윤 코치와 이영진 코치가 차례대로 아웃되고 차례대로 사령탑이 되는 웃지 못할 일이 벌어진 것이다.

이 역시 이영진 대행을 조금만 성적이 나빠도 언제든지 다시 해임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 번 시도하기가 어렵지, 한 번 하고 나면 그 다음은 쉽다. 파격적으로 감독 대행을 잘랐다면 분위기를 완벽히 추스를 수 있는 새로운 감독이 와도 모자랄 판에 다시 코치 경험만 있는 감독 대행 체제다. 이영진 대행 역시 앞날을 보장 받을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박종환 감독 사임 후 이상윤 감독 대행을 앉히고, 그를 해임하고 이영진 코치에에게 감독 대행의 대행을 맡겼다. 이영진 감독 대행의 대행마저 해임된다면 다음에는 감독 대행의 대행의 대행을 선임할 것인가. 어이없는 일의 연속이다.

감독 선임과 해임의 새로운 역사를 창조한 성남. 그들이 공언한 대로 '새로운 롤모델'을 제시했다. 그런데 그 롤모델은 다른 구단들은 절대 따라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스스로 무덤을 파는, 스스로 시민구단의 한계와 치부를 만천하에 알리는, 최악의 롤모델이다. 이런 희한한 롤모델, 누가 만들었고, 누가 책임질 것인가.

조이뉴스24 최용재기자 indig80@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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