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진리기자] 늘푸른 청춘을 노래하는 '맑음 밴드' 페퍼톤스가 어느새 10살이 됐다.
페퍼톤스는 최근 5집 앨범 '하이파이브(HIGH-FIVE)'를 발매했다.
지난 앨범과 연장선상에서 밴드적인 사운드에 가까워지기 위한 노력은 이번 앨범에서도 빛을 발했다. 어쿠스틱 악기의 따뜻한 소리는 평범하지만 소중한 일상을 노래하는 가사가 어우러져 페퍼톤스의 매력을 한층 더 반짝거리게 완성했다.
반갑게 손바닥을 마주치며 인사하는 '하이파이브'와 완성도 높은 고품격의 음악이 담긴 5집이라는 페퍼톤스의 자신감, 두 가지 의미를 중의적으로 담은 '하이-파이브'라는 타이틀의 새 앨범에서는 페퍼톤스의 진일보한 변화가 눈에 띈다.
"전에는 무겁고 진지한 가사였다면 이번 앨범에서는 따뜻하고 위로가 되는 가사를 쓰려고 많이 노력했어요. 이번에는 무게감은 덜고 농담 같은 이야기를 하기에 좋은 시기인 것 같았거든요. 이제는 저희도 가볍게 말을 던질 수 있는 나이대가 된 것 같기도 하고, 들어주시는 분들도 편하게, 무겁지 않게 들어주셨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음악을 만들었어요.
지금 저희가 서른 넷이 됐어요. 벌써 10년이 지났거든요. 평소에 하는 생각들도 그렇듯이 음악도 현실적으로 변해가는 것 같아요. 실제로도 사소하게 디테일한 부분을 얘기할 수 있는 나이가 된 거고, 페퍼톤스도 그렇게 나이 먹어가고 있는 것 같아요."(신재평)
2년 4개월 만에 나온 이번 앨범은 페퍼톤스의 지난 10년 간의 전작들과는 많이 다르다. "뭐라도 움직이는 거면 된다고 생각해서 화면 보호기처럼 만들려고 했다"는 신재평의 고백이 있었지만 타이틀곡을 비롯해 수록곡 14곡 중 12곡의 뮤직비디오가 제작됐고, 아이돌그룹 앨범의 구성을 연상케하는 사진집도 함께 수록됐다. 타이틀곡도 '몰라요', '캠퍼스 커플', '굿모닝 샌드위치 맨' 3곡으로 데뷔 후 최초로 트리플 타이틀을 결정했다.
앨범 표지와 속지 등은 모두 유럽에서 촬영됐다. 학회를 가게 된 이장원의 여정에 신재평과 촬영팀이 함께 하면서 '꿩먹고 알먹고' 여행이 완성됐다. 아이돌 뺨치는 풍성한 앨범 구성이 쉽게 완성된 것은 아니었다. '유럽까지 갔으면 화려하게 꾸미고라도 찍지'라는 일부 팬들의 귀여운 볼멘 소리를 불러일으킨 이장원의 충격적(?)인 비주얼에도 사연은 있다.
"캐리어가 도착을 안 했어요. 경유했는데 캐리어가 파리에서 길을 잃고 오지 않았죠. 일정은 빠듯하고 쇼핑에도 한계가 있었어요. 캐리어 안에 면도기가 있었거든요(웃음). 좋은 핑계가 생겼다고 생각했죠. 그런 자연스러운 느낌의 사진을 의도하고 찍었어요. 일부러 각 잡고 찍는 것보다는 자연스러운 느낌이 더 멋있지 않나요(웃음). 매번 똑같으면 재미도 없고요."(이장원)
◆10살 맞은 페퍼톤스 "페퍼톤스의 이름 오래 유지하고파"
시간은 가고 사람은 변한다. '붉은 레인을 질주하는 스프린터, 거대한 익룡의 저 그림자'를 노래했던 페퍼톤스도 '저 멀리 사라져라 캠퍼스 커플 무너져라 한낮의 신기루처럼 근처에 오지 마라 캠퍼스 커플' 처럼 평상시의 소소한 감정을 노래한다. 사랑 노래는 하지 않겠다고 했던 20대의 페퍼톤스가 30대가 되고, 사랑을 노래하게 된 것은 작지만 큰 변화다.
"꼭 이래야 한다, 저래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많이 사라진 것 같아요. 처음에 팀을 시작하고 음악을 만들기 시작했을 때 보여줘야지 안달났었던 것들을 거의 다 보여드렸기 때문에(웃음) 새롭게 보여드릴 것들을 찾게 되더라고요. 사랑, 연애 이런 노래 안 했었어요. 그게 저희의 특별함이라고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이제 다섯 번째 앨범까지 오다보니 '우리가 못할 건 또 뭐야?'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사랑 노래를 하지 말자고 한 건 우리 자신에게 한계를 긋는 것 같았죠. 독특하게 해학적으로 풀어서 얘기해보자는 생각을 했어요.
페퍼톤스가 그동안 다양한 것들을 많이 했는데 트로트나 컨트리 느낌이 나는 노래를 쓸 거라고는 상상 못 했을 거라는 생각에 '풍년' 같은 노래를 만들었어요. 한 번도 안 해봤던 것들, 허점을 찌르는 노래를 하고 싶었어요. '아무도 예상 못 했겠지, 우린 이런 걸 준비했어' 그런 느낌(웃음)."(신재평)
편안하고 자연스러운 음악을 추구한 이번 앨범의 콘셉트에 맞춰 페퍼톤스는 이번 앨범에서 노래를 듣기 좋도록 매끈하게 보정하는 '오토튠(Auto Tune)'을 일절 사용하지 않았다. 리얼 사운드가 주는 진국의 투박한 맛은 있지만 반대로 서걱서걱 거칠기도 하다. 사람들에 따라 확실히 호불호가 갈릴 수 있는 위험한 시도였다.
"자신이 있어서 하는 게 아니라 한 번 해보자라는 생각으로 한 거예요. 오토튠 안 한 음악은 자연스러운 음악을 들려주자는 취지였고요."(신재평)
"어떻게 보면 오토튠으로 보정을 하는 게 예의일 수 있어요. 하지만 모두가 할 때 안 하는 게 우리고, 모두가 안 할 때 하는 게 우리고. 불편해 하시는 분들이 있는 걸로 알고 있는데 듣다 보면 괜찮아요(웃음)."(이장원)
앨범 작업도 향후 계획도 '늘 열어두고 있다'는 페퍼톤스는 다양한 활동의 길을 모색 중이다. 특별한 계획은 없지만 '음악 외의 일은 하지 않겠다'던 생각을 버리고 예능 출연에도 긍정의 문을 활짝 열어뒀고, 아이돌 등 여러 가수와의 외부 작업도 꾸준히 진행하고 있다. 한계 없는 밴드를 지향하는 페퍼톤스는 나이 들어서도 페퍼톤스라는 이름을 유지하자는 대과제 속에 여러 가지 소과제들을 차례차례 해치우는 중이다.
혹시 세월이 지나면 드라마 속에서 연기하는 신재평, 이장원을 보게 될지도 모를 일이다. 당황스러울 수 있지만, 괜찮다. 페퍼톤스는 도전이 익숙한, 한계가 없는 그런 밴드이기 때문이다.
조이뉴스24 장진리기자 mari@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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