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한준기자] 2014-15시즌 V리그 여자부 신인 드래프트 현장에서 가장 많은 주목을 받은 주인공은 따로 있었다. 흥국생명과 현대건설로부터 전체 1, 2순위 지명을 받은 쌍둥이 자매 이재영·이다영은 현재 국내에 없다.
둘은 이선구 감독(GS 칼텍스)이 이끄는 여자배구국가대표팀에 뽑혀 중국에서 열리고 있는 제4회 AVC(아시아배구연맹)컵 대회에 참가 중이기 때문에 이날 드래프트 행사장에는 참석하지 못했다. 그래서 상대적으로 한국도로공사로부터 전체 3순위 지명을 받은 하혜진에게 많은 스포트라이트가 쏟아졌다.
하혜진은 배구인 2세로 일찌감치 주목을 받았다. 현대자동차써비스와 국가대표팀에서 부동의 레프트 공격수로 활약하고 은퇴 뒤 진주 동명고와 현대캐피탈 지휘봉을 잡은 하종화 전 감독이 하혜진의 아버지다. 하혜진은 또한 이재영, 이다영과 함께 진주 선명여고 유니폼을 입고 함께 손발을 맞춰온 팀 동료이기도 하다.
하혜진은 11일 드래프트가 끝난 뒤 "아직 모자란 부분이 많은데 이렇게 뽑아줘 정말 감사드린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는 "프로에서도 더 열심히 하는 선수가 되겠다"고 각오를 전했다.
하 전 감독도 이날 드래프트장에 직접 나와 딸이 프로선수로 지명받는 장면을 흐뭇하게 바라봤다. 하혜진은 "초등학교 때부터 선수로 뛰었지만 아버지에게 딱히 조언을 받은 건 없다"며 "내가 먼저 물어봐야 말을 하셨다"고 웃었다. 배구와 관련된 이야기 말고 딱히 말을 한 적이 별로 없다. 그러나 하혜진은 잘 알고 있다. 아버지가 배구선수로서 자신이 걸었던 길을 따라 걷고 있는 딸에 대한 애정이 넘친다는 사실을.
한편 이날 하혜진의 언니인 하혜민 씨도 행사장을 찾았다. 언니 역시 고등학교 때까지 동생과 함께 배구선수로 뛰었다. 그러나 언니는 선수 활동을 그만두고 배구공 대신 펜을 손에 잡았고 지난해 서울대 체육교육학과에 입학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언니 역시 동생의 프로 지명 소식을 누구보다 반겼다. 혜민 씨는 "내가 더 떨렸다"며 "좋은 팀에 뽑혀서 기분이 좋다"며 "팀에 꼭 보탬이 되는 선수가 되길 바란다"고 동생을 격려했다. 하혜진도 "언니와 함께 배구를 하면서 가장 많은 힘이 됐다"며 "아버지보다 더 많은 조언을 얻었다. 편한 친구같은 존재가 바로 언니였다"고 자매애를 강조했다.
하혜진은 존경하는 배구선수로 망설임 없이 아버지 하 전 감독을 꼽았다. 그는 "아버지와 같은 선수로 꼭 남고 싶다"고 다시 한 번 환하게 미소지었다. 하 감독은 "혜진이가 바라던 프로선수가 돼 정말 기쁘다"며 "꼭 팀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선수로 성정하길 바란다"고 얘기했다.
한편 선명여고을 이끌었던 트리오는 2014-15시즌부터 서로 다른 팀의 유니폼을 입고 코트에서 만난다. 하혜진은 "(이)재영이, 다영이와는 이제 한 팀이 아니지만 자주 연락하고 만날 것"이라며 "떨어져 있어도 한결같은 마음일 것 같다"고 덧붙였다.
조이뉴스24 류한준기자 hantaeng@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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