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필기자] 우여곡절이 많았던 시간을 보낸 뒤라 그런지 얼굴은 환했다.
유도 대표팀의 맏형 방귀만(31, 남양주시청)이 시련을 지우는 값진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방귀만은 23일 인천 도원체육관에서 열린 2014 인천 아시안게임 남자 유도 단체전에서 한국의 금메달을 함께했다.
남자 개인전 73㎏급에 출전했던 방귀만은 동메달에 그쳤다. 라이벌 아키모토 히로유키(일본)를 넘지 못한 것이 아쉬움으로 남았다.
그에게는 늘 '비운의 천재'라는 수식어가 붙었다. 2004년 아테네 올림픽에서 1회전 탈락 후 체급을 73㎏으로 올렸지만 '한판승의 사나이' 이원희(은퇴) 현 여자대표팀 코치와 왕기춘 사이에서 제대로 빛을 못보고 지내온 인생이었다.
2010년 월드 마스터스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상승세를 타는 듯 했지만 그 해 이탈리아월드컵에서 금지약물 양성반응을 보이며 2년 출전정지 징계를 받았다. 보충제를 먹었는데 금지약물이 포함된 지 몰랐던 것이다.
아픔을 뒤로하고 방귀만은 이번 아시안게임대표팀의 맏형으로 자리 잡았다. 조인철 감독은 늘 그에게 "기량이 좋아지고 있다"라며 자신감을 심어줬다. 가장으로서, 두 아이의 아버지로서 책임감도 있었다.
결국, 방귀만은 카자흐스탄과의 단체전 결승에서 한풀이에 성공했다. 0-1로 뒤져 있던 상황에서 두번째 주자로 나서 다스탄 이키바예프에게 1분6초만에 절반을 내주면서 끌려갔지만 절반으로 만회한 뒤 지도 두 개를 유도하며 지도승을 이끌어냈다. 자칫 방귀만까지 패했다면 모든 흐름이 카자흐스탄에 넘어갈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한국은 방귀만의 승리로 균형을 맞춘 뒤 승리 퍼레이드를 벌이며 4-1로 이겨 금메달을 획득했다.
경기 뒤 만난 방귀만의 오른 엄지손가락에는 압박붕대가 감겨져 있었다. 그는 "이란과의 8강전에서 상대의 몸에 엄지손가락이 끼면서 근육이 찢어지고 뼈에 금이 갔다. 진통제로 극복했다"라며 투혼의 금메달이었음을 알렸다.
사실 포기하고 싶었던 경기였다. 고통이 너무 심했기 때문이다. 그는 "결승전에서 0-1로 지고 있을때 포기할까 생각도 했다. 하지만, 죽기 살기로 해야 된다고 생각했고 포기하지 않았다"라며 후배들을 위해 끝까지 버텼다고 말했다.
아시안게임을 통해 금메달 한풀이에 성공한 방귀만은 현 대표팀 코치이자 2년 전인 2012 런던올림픽에서 극적인 금메달로 인생 역전 드라마를 쓴 송대남(34)의 길을 걸으려 한다.
그는 "(징계로) 2년을 쉰 뒤 복귀할 때 우려와 기대가 있었던 것을 기억한다. 조인철 감독님이 나를 믿어주셨다. 단체전 금메달로 어느 정도 보답이 된 것 같다"라며 웃었다.
2년 뒤인 2016 리우 올림픽 출전은 그에게 꿈이다. 리우 올림픽에서는 방귀만은 우리 나이로 서른 넷이 된다. 송 코치가 런던에서 금메달을 딸 당시가 서른 넷이었다. 그는 "체력을 더 끌어올려서 만회해야 한다. 송 코치와도 리우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한다. 2년 뒤면 내가 서른 넷이 되는데 열심히 해보겠다"라며 스승의 길을 따라 올림픽 금메달에 도전하겠다고 선언했다.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