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혜림기자] 배우 정우성이 애초 '마담 뺑덕'의 시나리오에 포함돼 있던 동성애 코드에 대해 언급했다.
24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영화 '마담 뺑덕'(감독 임필성/제작 동물의 왕국) 개봉을 앞둔 배우 정우성의 라운드 인터뷰가 진행됐다.
'마담 뺑덕'은 고전 '심청전'을 현대로 옮겨와 주인공들 사이를 집요하게 휘감는 사랑과 욕망, 집착을 치정 멜로로 풀어낸다. 극 중 심학규로 분한 정우성은 벗어날 수 없는 독한 사랑과 욕망에 휘말려 모든 것을 잃어가는 주인공의 모습을 그렸다.
8년의 시간차를 두고 전개되는 '마담 뺑덕' 서사의 전반부는 학규와 덕이의 첫 만남을 담는다. 이후 8년 뒤로 이어지는 이야기에선 순수한 여인이었다 복수에 눈을 뜬 덕이(이솜 분)와 학규의 딸 청이(박소영 분)의 만남, 덕이와 학규의 재회가 그려진다.
정우성은 이날 인터뷰에서 '마담 뺑덕'의 시나리오 속 내용들이 모두 그대로 스크린에 옮겨지진 못했음을 알리며 청이 역의 변화를 설명했다. 그는 "시나리오에서는 영화의 완성본에 비해 청이의 캐릭터가 조금 더 위험했다"며 "동성에 대한 사랑, 청이가 덕이에게 동성애의 감정을 느끼는 것이 표현돼 있었다. 그래서 청이가 아빠를 질투하는 이야기였다"고 밝혔다.
이어 "작은 디테일이 위험하면서도 스릴있었고, 재밌는 요소들이 있었다"며 "그 중에도 학규는 제일 찌질했다"고 덧붙여 웃음을 안긴 정우성은 "이 재밌는 영화 속 찌질한 학규의 모습을 덜어내고 눈이 멀어도 수컷 본능에 기생하는 인물로 만들면 재밌겠다고 생각했다"며 "감독님과 이야기했고 동의가 구해져 그런 학규를 만들려 노력했다"고 말했다.
덕이 역 이솜은 물론, 청이 역 박소영 역시 충무로에 막 발을 딛은 신예들이다. 이솜은 영화 '하이힐'로, 박소영은 영화 '붉은 가족'으로 관객을 만난 바 있지만 '마담 뺑덕'에서처럼 비중이 큰 배역으로 관객을 만나는 것은 처음이다. 특히 박소영은 만 17세, 연기 경험이 많지 않은 신예다.
청이와 덕이의 동성애 코드를 담은 장면들이 영화의 완성본에 포함되지 않은 이유에 대해 정우성은 "임필성 감독도 완성본을 내놓으며 가장 아쉬워하고 가슴 아파하는 부분일 것"이라며 "청이를 표현하는 것은 박소영이라는 어린 친구인데, 그 친구는 몸 연기보다는 얼굴 연기에 장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런 모습을 보여주면 청이 캐릭터에 도움이 안 될 수 있다는 생각에 가슴 아프게 도려낸 것 같다"며 "우리가 확보한 소스 안에서는 그것을 도려낸 것이 오히려 청이 캐릭터에 대한 좋은 평가를 이끌어낼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임필성 감독과 작업한 소회를 묻자 그는 "방배동에 잠깐 살 때 서래마을에서 몇 번 만났다"며 "풍기는 느낌이 좋더라. 뭔가 코드가 맞을 것 같았다. 몇 년 전 우연한 술자리에서 '감독님은 나랑 꼭 한 작품 할 것 같아요'라고 했다"고 돌이켰다.
정우성의 말은 '마담 뺑덕'을 통해 현실이 됐다. 그는 "시나리오를 받고 농담으로 '날 왜 실험에 빠뜨리냐. 심학규를 가져오면 어떻게 하냐'고 했었지만 내 직관적인 느낌이 맞았다"며 "현장에서 임필성 감독의 작업 스타일이 까탈스럽다는 말도 있지만 나는 그 까탈스러움이 좋다"고 만족감을 표했다.
정우성에 따르면 임필성 감독은 '마담 뺑덕' 촬영 중 배우들의 감정이 극도로 예민해질 수 있는 장면들에서 배우들을 최대한 배려했다. 정우성은 "현장에서 날 지켜봐주고 걱정해줬다. '괜찮을까?' 하면서, 편집 중 너무 망가진 것 같은 장면을 본인 판단으로 가려주기도 했다"고 촬영 당시를 떠올렸다.
이어 "극 중 지은과 정사 신은 나락으로 떨어지는 몸짓이었고, 내가 끝까지 가야 한다는 생각 때문에 행위를 하며 굉장히 외로웠다"며 "그런데 감독이 그 방에 들어와 작은 모니터를 들고 내 앞에 같이 앉아있어줬다. 그의 행위가 내게 어떤 의미로 전달될지 그는 모르겠지만 동료로서 좋았고 더 귀여웠다"고 웃으며 말했다. "'저 사람이 나라는 배우가 몸짓을 할 때 지켜주려 하고 내 옆에 있어주려 하는구나' 싶어 든든했다"고도 알렸다.
'마담 뺑덕'에서 모든 것을 걸었던 사랑에 버림받고 복수에 눈을 뜨는 덕이 역을 이솜이 연기했다. 학규의 딸 청이 역은 신예 박소영이 맡았다. 임필성 감독이 연출했으며 오는 10월2일 개봉한다.
조이뉴스24 권혜림기자 lima@joynews24.com 사진 정소희기자 ss082@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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