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G]'황재균 쐐기타' 한국, 대만 꺾고 대회 2연패

[한상숙기자] 한국야구대표팀이 진땀 승부 끝에 대만을 뿌리치고 아시안게임 2연패에 성공했다.

한국은 28일 인천 문학야구장에서 열린 2014 인천아시안게임 야구 결승전에서 2-3으로 뒤진 8회초 나성범의 역전 내야땅볼과 황재균의 2타점 2루타 등으로 4점을 올려 6-3으로 승리했다.

이로써 한국은 4년전 광저우 대화에 이어 2회 대회 연속 금메달을 따며 프로 정예군을 내보낸 자존심을 지킬 수 있었다. 이날 한국은 선발 김광현이 5.2이닝 5피안타 3실점으로 다소 기대에 못미친 가운데 한현희, 양현종, 안지만, 임창용, 봉중근이 마운드를 지켰다. 특히 7회초 무사 만루 위기에서 투입된 안지만은 절체절명의 위기에서 아웃카운트 3개를 연속 잡아내 한국의 역전극에 큰 발판을 마련했다.

예선과 결승은 달랐다. 예선전에서 10-0, 8회 콜드게임으로 제압한 대만을 상대로 한국은 시종 진땀을 흘렸다. 객관적 전력에서 앞서고, 홈경기라는 이점에도 불구하고 뜻하는 대로 경기가 풀리지 않아 고전했다.

1회초 대량득점 기회를 날린 게 경기 분위기에 적잖은 영향을 미쳤다. 선두 민병헌이 우전안타와 2루 도루로 멍석을 깔자 손아섭은 1루수 내야안타로 찬스를 이었다. 후속 김현수는 볼넷을 얻어 무사 만루. 그러나 믿었던 한국의 거포들인 박병호와 강정호는 대만 선발 궈지린의 현란한 체인지업에 내리 헛스윙 삼진으로 물러났고, 나성범 또한 1루수 힘없는 땅볼에 그쳐 찬스가 무산됐다.

오히려 1회말 곧바로 선취점을 내주며 끌려가야 했다. 대만 1번타자 천핀지에가 한국 선발 김광현을 두들겨 우중간을 완전히 가르는 3루타를 쳐냈다. 다음 타자 린한은 2루수 땅볼로 대만에 선취 득점을 안겼다.

당황한 한국 타선은 빠른 공과 날카로운 체인지업을 곁들인 궈지린에 쩔쩔 매며 4회까지 무기력한 공격으로 일관했다. 일방적인 공격력을 앞세워 초반 대량득점으로 승기를 잡는다는 전략 또한 일찌감치 날아갔다.

침묵하던 한국 타선이 깨어난 건 5회초. 첫 타자 황재균이 좌익선상 안쪽에 떨어지는 안타로 분위기를 살렸다. 후속 강민호의 희생번트에 이어 오재원의 기습번트가 1루에서 간발의 차이로 아웃돼 2사 3루. 민병헌이 침착한 선구로 볼넷을 고르자 후속 손아섭은 1-2루를 총알처럼 가르는 적시타로 황재균을 불러들였다.

계속된 2사 1,2루에서 대만은 에이스 천관위를 투입했다. 왼손 투수 천관위를 상대한 좌타자 김현수는 유격수 땅볼에 그쳤으나 대만 유격수 판즈팡이 공을 더듬은 뒤 1루로 악송구. 3루주자 민병헌 마저 득점했다. 이때 1루주자 손아섭 또한 공이 뒤로 빠진 것을 확인한 뒤 2루와 3루를 돌아 홈으로 쇄도했지만 그만 횡사했다. 2-1 역전.

한국의 리드는 오래 가지 않았다. 6회말 대만이 2점을 얻어 경기를 다시 뒤집은 것이다. 린쿤셩의 좌전안타와 판즈팡의 희생번트, 천핀지에의 볼넷으로 조성된 1사 1,2루에서 린한이 중전 적시타로 동점 타점을 올렸다. 계속된 1사 1,3루선 궈옌원이 중견수 희생플라이로 천핀지에의 득점을 유도했다. 3-2 대만의 재역전.

7회에도 한국은 큰 위기에 몰렸다. 김광현과 한현희에 이어 3번째 투수로 나선 양현종이 장즈시엔에 우측 2루타, 왕비롱에 우전안타를 허용해 무사 1,3루 위기에 봉착한 것. 하지만 절박한 순간 투입된 4번째 투수 안지만이 주지런을 삼진, 린쿤셩을 중견수 짧은 플라이, 판즈팡을 좌익수 뜬공 처리한 덕에 추가 실점 없이 공수교대가 가능했다.

위기 뒤는 찬스였다. 절체절명의 고비를 넘긴 8회초 한국은 재차 앞서나가는 데 성공했다. 이번에는 일거에 4득점하면서 확실하게 승기를 잡았다. 이번에도 민병헌이 찬스 메이커였다. 좌전안타로 포문을 열자 1사 뒤 김현수는 우전안타로 득점권에 주자를 보냈다. 1사 1,3루에서 대만은 강속구 구원투수 뤄지아런을 투입했지만 결과적으로 악수였다. 뤄지아런은 제구 난조에 시달리며 박병호를 볼넷으로 내보냈고 ,1사 만루에선 강정호의 왼 팔꿈치를 맞혀 동점을 허용했다.

패배의 위기감에서 벗어난 한국 타자들은 그제서야 몸이 가벼워졌다. 나성범의 느린 2루 땅볼 때 3루주자 김현수가 득점해 4-3 역전. 계속된 2사 2,3루에선 황재균이 깨끗한 우전 적시타로 주자 2명을 모두 불러들였다. 스코어는 6-3. 한국 덕아웃에 웃음꽃이 활짝 피었다.

3점차 리드를 안은 한국은 8회에도 안지만을 내세워 대만 타선의 예봉을 꺾은 뒤 9회 임창용과 봉중근을 차례로 투입해 경기를 깔끔하게 끝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