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명의기자] 거저얻는 금메달은 없다. 아무리 상대가 약하다 하더라도 금메달을 목에 걸기 위해서는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
류중일호가 2014 인천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따내며 소기의 목적을 달성했다. 한국 야구 대표팀은 28일 인천 문학구장에서 열린 대만과의 결승전에서 고전 끝에 6-3으로 승리, 시상대 가운데에 섰다.
이번 대표팀은 국민들의 큰 응원을 받지 못했다. 예선 3경기를 모두 콜드게임으로 승리한 것이 오히려 '어린아이 손목 비틀기'라는 비난을 받기도 했다. 사회인 야구 선수들이 참가하는 일본, 마이너리거들이 주축이 된 대만 대표팀과의 비교를 통해 한국만 필요 이상으로 최고의 전력으로 대회에 임한다는 목소리도 높았다.
하지만 쉽지만은 않은 여정이었다. 지난 15일 공식 소집 이후 이날 금메달이 확정되는 순간까지 14일 간, 대표팀 24명의 선수들과 코칭스태프 7명은 극도의 긴장감 속에 목표를 향해 전진했다. 상대가 약하다는 것은 잘해야 본전, 못하면 욕을 먹을 수 밖에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답은 하나 뿐이었다. 금메달이었다.
예선 3경기는 일사천리였다. 22일 태국전을 15-0, 5회 콜드게임으로 이기며 기분 좋은 출발을 한 대표팀은 24일 금메달 경쟁팀 대만마저 10-0, 8회 콜드게임으로 꺾고 준결승 진출을 확정지었다. 25일 홍콩과의 예선 마지막 경기는 12-0, 7회 콜드게임으로 가볍게 치러냈다.
27일 중국과의 준결승전도 쉽지 않았다. 중국이 4회까지 2-2로 버텼다. 하지만 대표팀은 방심하지 않고 집중력을 발휘, 7-2로 승리하며 결승에 올랐다. 결승전 상대는 다시 대만이었다.
예선에서 콜드게임 승리를 거둔 상대. 그러나 결승에서 다시 만난 대만은 전혀 다른 팀이었다. 대표팀은 7회까지 2-3으로 뒤지며 진땀을 흘린 끝에 8회초 4득점, 6-3으로 어렵사리 승리를 거뒀다.
여러가지를 극복한 끝에 일궈낸 금메달이었다. 먼저 금메달이 당연하다는 시선을 이겨냈다. 당연한 것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실망감은 상상을 초월한다. 대표팀 선수들이 그걸 모를 리 없었다. 따라서 대회에 임하는 부담감은 평소 경기의 몇 배가 됐다.
결승전에서는 안방에서 자칫 망신을 당할 수도 있다는 공포심을 극복했다. 7회까지 뒤지던 대표팀. 1회초 무사만루 찬스에서 득점을 올리지 못하며 경기 흐름이 묘하게 흘렀다. 잘 맞은 타구는 대만 내야수의 다이빙 캐치에 모조리 걸려들었다. 마운드에는 예선에서 공략에 애를 먹었던 좌완 천관위가 서 있었다.
하지만 대표팀은 집중력을 발휘하며 8회초 역전에 성공했다. 천관위도 민병헌, 김현수의 정교한 타격 앞에 마운드를 내려갈 수 밖에 없었다. 박병호는 침착하게 볼넷을 골라내 만루를 채웠고, 강정호도 몸을 사리지 않는 투지로 밀어내기 몸에 맞는 공을 얻어내 3-3 동점을 이뤘다. 이어 나성범의 내야 땅볼로 4-3 역전, 그리고 황재균의 2타점 적시타가 이어졌다. 그렇게 경기는 한국의 6-3 승리로 막을 내렸다.
이번 대표팀에 대한 비난의 주를 이룬 것은 병역혜택에 관해서였다. 실력 차가 현격한 상대들과 경쟁해 금메달이 병역면제의 수단으로 전락하고, 금메달의 의미가 퇴색한다는 것. 그러나 대표팀 선수들은 기본적으로 금메달이라는 국가의 명예를 위해 싸웠다.
대표팀 총 24명 중 병역 미필자는 13명. 나머지 11명은 이번 금메달로 명예 외에는 개인적인 이득이 없었다. 김광현은 금메달로 인해 FA 기간을 단축하게 됐지만, 혼자 가장 부담스러운 첫 경기와 결승전에 등판하는 책임감을 보였다. 병역혜택을 얻는 13명은 앞으로 한국 야구의 발전을 위해 더욱 힘쓰면 된다.
결코 거저 얻은 금메달이 아니다. 태극전사들은 금메달에 상응하는 대가를 치렀다. 류중일 감독도 소속팀 삼성을 거의 내팽겨쳐놓다시피하며 대표팀을 이끌었다. 금메달이 확정되는 순간 덕아웃에서 모두가 쏟아져나와 부둥켜안고 기쁨을 나누는 장면에서 그들의 그간 노고를 엿볼 수 있다. 14일간의 짧지 않은 여정을 통해 금맥을 캐낸 류중일호는 박수받을 자격이 충분하다.
조이뉴스24 인천=정명의기자 doctorj@joynews24.com 사진 조성우기자 xconfind@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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