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한준기자] "유럽과 견줘 플레이 스타일에서 차이가 있긴 하지만 적응에 문제는 없다." 한국전력이 2014-15시즌을 준비하면서 야심차게 영입한 미타르 쥬리치(그리스)가 복덩이 외국인선수로 자리잡고 있다.
신영철 한국전력 감독은 "기량을 떠나 성실하다"며 "항상 먼저 물어보고 팀 연습이 끝난 뒤에도 운동을 더 하겠다고 한다"며 쥬리치의 성실한 태도에 엄지 손가락을 치켜 세웠다.
보스니아 출신인 쥬리치는 한국전력 유니폼을 입기 전까지 줄곧 유럽리그에서 뛰었다. 그는 지난 시즌 세계 최고의 레프트 공격수로 꼽히고 있는 오스마리 후안토레나(쿠바)와 마테이 카지아스키(불가리아) 등과 터키리그 할크방크에서 한솥밥을 먹었다. 이쯤 되면 어깨에 힘을 줄 만도 한데 그렇지 않다.
김철수 코치도 "지금까지 팀에 왔던 외국인선수들 중에서 인성과 자세는 단연 톱"이라고 쥬리치를 칭찬했다. 한국전력은 아마추어에서 프로팀으로 전향한 이후 2009-10시즌부터 외국인선수를 데려왔다. 그런데 첫 단추부터 잘못 뀄다.
구단 첫 외국인선수였던 브룩 빌링스(미국)는 부상으로 정작 단 한 경기도 뛰지 못하고 짐을 쌌다. 대체 선수로 데려온 조엘 슈무랜드(캐나다)는 '무늬만 외국인선수'라는 혹평을 들었다. 밀로스 쿨라피치(마케도니아) 안젤코 추크(크로아티아)가 그 뒤를 이었지만 기대한 만큼 효과를 얻지 못했다.
지난 시즌에는 세 명의 외국인선수가 한국전력을 거쳐갔다. 에디에르 산체스(쿠바)가 팀 적응 문제와 기량 미달로 보따리를 쌌고 쿨라피치가 다시 왔다. 그러나 기대에 못미쳤고 구단은 승부수로 레안드로 비소토(브라질)를 영입했다. 그러나 몸이 완전치 않았던 비소토는 분위기 반전 카드가 되지 못했다.
신 감독은 지난 시즌 맛본 쓴 경험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오프시즌 직접 터키, 이탈리아 등을 찾아 외국인선수를 살폈다. 결국 영입 후보 중 한 명이던 쥬리치에게 한국전력 유니폼을 입힐 수 있었다.
쥬리치는 한국전력 동료들과 손발을 맞춘 지 얼마 안된다. 부상 치료 때문에 운동을 하지 못하다가 2주 전부터 공을 손에 잡았다. 그는 지난해 할크방크 소속으로 유럽배구연맹(CEV) 주최 챔피언스리그에서 뛰다 발목을 크게 다친 적이 있다. 이 때문에 출전 경기수가 적어 몸상태에 대한 의구심도 있었다.
그는 "발목은 이제 완벽히 나아졌다"며 "뛰는 데 전혀 문제가 없다"고 했다. 한국에 온 뒤 재활치료를 꾸준히 했기 때문이다. 그는 "역시 들었던 것처럼 운동량이 많다"며 웃었다.
V리그를 선택한 이유 중 하나는 터키리그에서 함께 뛰었던 선수들로부터 많은 얘기를 들어서였다. 한국전력에서 먼저 뛰었던 안젤코와 비소토에게서 조언을 들었다고 한다. 또한 삼성화재에서 3시즌을 뛰었고 현재 아르카스 소속인 가빈 슈미트(캐나다)도 쥬리치에게 'V리그는 경쟁력이 있고 매력이 있는 곳'이라는 얘기를 들었다.
쥬리치는 할크방크에서 많은 득점과 공격 점유율을 기록하진 않았다. 후안토레나와 카지아스키라는 걸출한 레프트 공격수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국전력에서는 그가 주 공격수 노릇을 해줘야 한다. 전광인, 서재덕, 주상용 등이 있지만 역시 해결사 노릇은 외국인선수 쥬리치의 몫이다.
그는 "리그와 팀마다 서로 차이가 있기 마련"이라며 "팀에서 원하는 만큼 뛸 수 있다. 가빈과 안젤코가 'V리그에선 더 많은 공격을 해야 한다'고 하더라. 어떤 의미로 얘기한 건지 잘 알고 있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또한 그는 "비소토가 말해준 것처럼 정말 훈련량이 많다"며 "그러나 나는 비소토보다 젊다. 팀 동료들과 똑같이 소화할 수 있다"고 밝게 웃었다. 한국전력에서 쥬리치의 통역을 맡고 있는 조해찬 씨는 "힘이 들텐데도 항상 웃음을 잃지 않는다"고 전했다. 인성과 자세는 이미 합격점을 받았다. 이제 코트에서 제 기량을 보여줄 일만 남았다.
조이뉴스24 의왕=류한준기자 hantaeng@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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