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필기자] 장점은 확실히 이용하고 단점은 최대한 줄이려는 울리 슈틸리케 감독의 성향이 서서히 드러나고 있다.
슈틸리케 감독은 지난 7일 축구대표팀 소집 후 이틀 훈련 내내 과외 선생님처럼 세세한 설명으로 선수들을 이해시키려는 모습을 보였다. 통역을 거치는 번거로움 속에서도 특정 개인에게 다가가서 말을 건네는 등 조금이라도 자신의 의도와 축구철학을 알려주려는 것처럼 보였다.
8일 훈련에서 슈틸리케 감독은 공격과 수비 모두를 아우를 수 있는 훈련에 공을 들였다. 꼼꼼한 성격답게 단 1분도 허투루 보내지 않았다. 생각하는 축구, 창의적인 축구를 강조했던 만큼 다양한 공간에서 대응 방법을 스스로 생각해내도록 하는데 주안점을 뒀다.
골대 세 개를 세운 특이한 훈련 방법이 그랬다. 그동안 A대표팀의 훈련에서는 보기 힘들었던 장면이다. 지켜야 할 골문이 세 곳이나 되니 플랫4 수비라인의 수비 지역은 자연스럽게 넓어질 수밖에 없을 터, 슈틸리케 감독은 "종료 1분 전, 종료 30초 전"이라는 식의 상황을 부여하고 그에 맞춰 수비하는 방법을 세세하게 설명했다. 상황마다 생각하고 대처하라는 의도가 엿보였다.
수비 훈련에서도 공격팀은 짧은 패스만을 고집하지 않았다. 기성용은 자기의 장기인 전방으로의 오픈 패스를 자주 보여줬다. 공간이 있으면 지체없이 패스를 찔렀다. 짧은 패스로 공격 진영까지 전개하는 것도 좋지만 롱 패스로 상대 수비를 한 번에 무너뜨리는 것이 효율적인 상황이라면 롱 패스를 선택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는 것이다.
슈틸리케는 선수들에게 "짧은 시간에 효율적이면서 효과적인 움직임을 찾으라"고 강조했다. 대표팀 소집 기간이 짧은 상황에서 훈련의 능률을 높이려면 계속 생각하라는 것이다. 그래야 지루할 틈이 없다는 것이다. 동시에 훈련에서 다양한 방법을 시도하면 실전에서 할 수 있는 것들도 찾을 수 있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세트피스 훈련에서도 슈틸리케의 의도가 그대로 드러났다. 네 가지 옵션을 설명하면서 높이를 확실하게 활용하겠다는 의지였다. 그동안 코너킥을 전담했던 기성용(스완지시티)을 페널티지역 안으로 보냈고 이청용(볼턴 원더러스)이 키커로 나섰다.
기성용의 신장은 187㎝다. 그를 포함해 185㎝가 넘는 장신자들이 대거 세트피스에 가담했다. 이동국(187㎝)이 골문 앞에서 상대 골키퍼를 현혹하며 페널티지역 쪽으로 뛰어 나와 머리로 볼을 자르거나 기성용, 곽태휘(알 힐랄, 185㎝), 김영권(광저우 에버그란데, 187㎝), 김기희(전북 현대, 187㎝) 등이 페널티지역 중앙에서 골문 안으로 뛰어 들어가며 헤딩하는 방식이다. 상대 수비에게 높이로 부담을 안기겠다는 전략으로 보인다.
스피드가 좋은 선수의 후방 침투를 통한 전술도 있었다. 페널티지역 안에서 흘러나온 볼을 박주호(마인츠05)가 순식간에 잡아 파고드는 것이다. 파울 유도로 페널티킥을 얻으면 더 좋다. 뒤로 흘려서 중거리 슈팅이 좋은 손흥민 등이 잡아 슈팅하는 등 약속된 다양한 플레이를 확실히 주입시켰다.
제로(0)부터 시작하겠다는 슈틸리케 감독은 훈련시 주전을 상징하는 특정 조끼를 지급하기보다는 팀으로 나눠 경쟁심을 유발하는데 집중했다. 누가 더 생각하며 움직이느냐에 따라 주전 자리를 확보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던진 셈이다. 생각하는 경쟁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슈틸리케호다.
조이뉴스24 이성필기자 elephant14@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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