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명의기자] 양상문 LG 트윈스 감독은 취임과 함께 한 가지 공약을 내걸었다. 5할 승률을 달성하기 전까지 선수들이 홈런을 쳐도 축하 인사를 건네러 덕아웃 앞으로 마중 나가지 않겠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마침내 지난 9일 잠실 KIA전에서 0-6으로 뒤지던 경기를 따라잡아 연장 10회말 터진 이진영의 끝내기 희생플라이에 힘입어 7-6으로 승리하면서 LG는 61승1무61패를 기록, 승률 5할을 맞췄다. 양 감독 취임 후 정확히 150일이 걸려 만들어낸 값진 결과물이었다.
그러자 관심은 양 감독의 공약으로 이어졌다. 11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두산과의 경기는 LG가 5할 승률을 달성한 뒤 처음 치르는 경기. 양 감독은 "특별히 생각해둔 것은 없다"며 "그냥 자연스럽게 몸이 반응하는 대로 움직일 것"이라고 자신의 공약 실천에 대한 예고를 했다.
홈런이 나와야 양 감독의 마중을 볼 수 있는 일이었다. LG가 8회초 13-2까지 앞서나가는 동안 홈런은 나오지 않았다. 3회말 상대편 두산의 김현수만이 홈런을 때렸을 뿐이었다. 하지만 8회 2사 1루에서 대타로 등장한 최승준(26)이 일을 냈다. 바뀐 투수 김명성의 3구 째를 받아쳐 비거리 130m짜리 대형 투런포를 작렬시킨 것이다.
최승준이 다이아몬드를 돌고 덕아웃으로 돌아오자 양 감독은 엄지 손가락을 치켜세우며 최승준을 맞았다. 5할 승률 달성 후 처음 나온 양 감독의 '홈런 마중'이었다. 최승준은 시즌 2호 홈런을 때려내며 영예의 주인공(?)으로 남았다.
사실 양 감독은 5할 달성 전에도 두 차례 홈런 타자를 마중한 적이 있다. 한 번은 지난 6월13일 '주장' 이진영이 SK 울프를 상대로 3연타석 홈런을 쳤을 때다. 그리고 또 한 번은 최승준이 지난 9월14일 삼성 장원삼을 상대로 데뷔 첫 홈런을 때려냈을 때. 지금까지 3차례 있었던 양 감독의 홈런 마중 가운데 2차례가 최승준의 홈런이었다.
최승준의 첫 홈런 당시 양 감독의 하이파이브는 우규민의 제보로 알게 됐다. 이날 5이닝 2실점으로 승리투수가 된 우규민은 "(최)승준이는 두 번이나 감독님 하이파이브를 받았다"며 "첫 홈런을 쳤을 때도 살짝 나와서 하이파이브를 해주시더라"고 대형 홈런을 때린 후배가 사령탑의 축하를 받는 것에 관심을 보였다.
최승준은 미완의 거포다. LG가 오랜 기간 목말라 한 우타 거포 기대주. 장원삼을 상대로 데뷔 첫 홈런을 쏘아올리며 존재감을 알리더니, 아시안게임 휴식기 동안 벌어진 대표팀과의 평가전에서도 SK 김광현을 상대로 홈런을 때려냈다. 그리고 이날 시즌 2호 홈런으로 양 감독의 5할 홈런 세리머니의 첫 주인공으로 남았다. 거포 유전자를 지닌 최승준의 성장에 LG의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조이뉴스24 잠실=정명의기자 doctorj@joynews24.com 사진 박세완기자 park90900@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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