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용재기자] 지난 2010 남아공 월드컵에서 한국대표팀 중 최고의 활약을 펼친 선수를 꼽으라면 단연 이청용(볼턴)이었다.
이청용은 위력적인 움직임으로 한국 공격을 이끌었고, 아르헨티나와의 조별예선 2차전, 그리고 우루과이와의 16강전에서 골을 기록하며 하늘 높이 비상했다. 한국의 사상 첫 원정 월드컵 16강 진출이라는 성과에 이청용은 큰 힘을 보탰다.
이후 이청용은 한국 대표팀의 '에이스'로 군림했다. 소속팀의 프리시즌 경기에서 살인태클로 인한 큰 부상으로 오랜 기간 공백을 가져야만 했지만 부상에서 돌아온 후에도 실력은 그대로였다. 박지성이 국가대표팀을 은퇴하자 이청용은 한국 대표팀의 에이스로 등극했다.
선수라면 모든 경기에서 잘 할 수는 없다. 이청용도 부진했던 경기가 있었다. 그런데도 에이스의 위용은 줄어들지 않았다. 잠시 부진했을 뿐, 지속적으로 슬럼프에 빠진 일은 없었기 때문이다. 한두 경기 부진했던 이청용은 다음 경기에 나서 다시 매서운 활약을 펼쳤고, 한국 대표팀의 에이스 이청용에게 한국 축구팬들은 열광했다.
2014 브라질 월드컵. 남아공 월드컵에 대한 기억이 있기에 가장 기대 받는 선수 중 한 명이 이청용이었다. 그런데 이청용은 부진했다. 이청용은 남아공에서만큼의 영향력을 보여주지 못했다. 조별예선 3경기 모두 나섰지만 공격 포인트는 없었다. 이청용은 분명 브라질 월드컵에서는 부진했다.
선수라고 매번 잘 할 수는 없으며 이청용은 브라질 월드컵 3경기에서 부진했다. '잠시'의 부진이었다. 그런데 브라질 월드컵 이후 이청용의 이름표 뒤에 부진이라는 꼬리표가 계속 따라 붙었다. 소속팀에서 좋은 활약을 하고 있어도 주변의 시선에 이청용은 항상 부진했다.
세계에서 가장 큰 대회, 월드컵이라는 비중과 파급력 때문이었다. 월드컵에서의 부진이 강하게 각인된 것이다. 그리고 이청용의 소속팀 경기를 제대로 볼 수 있는 기회도 없다. 잉글랜드 2부 리그에 소속된 볼턴이기에 TV 중계로도 이청용의 플레이를 보기 힘들다. 그렇기에 이청용은 브라질 월드컵 이후 항상 부진한 선수가 될 수밖에 없었다.
분명한 것은 이청용은 부진하지 않다는 것이다. 월드컵에서 부진했던 것은 맞지만 이후 이청용은 소속팀에서나 대표팀에서도 좋은 모습을 보였다. 이청용은 그대로였다. 모든 선수들이 매 경기를 잘 할 수 없다. 이청용도 마찬가지다. 몇 경기 부진한 것일 뿐이었다. 그 경기가 월드컵이었을 뿐이었다. 상승세를 타다 하락세를 겪고, 또 상승세를 겪는 주기. 모든 선수들이 이런 주기를 갖고 있다. 천하의 메시와 호날두도 피해갈 수 없는 플레이의 기복이다. 운이 없게도 이청용은 하락세의 주기에 월드컵을 치렀다는 것이다.
지난 10일 열린 파라과이와의 평가전에서 이청용은 여전히 빼어난 활약을 펼쳤다. 그러자 이청용 '부활'이라는 말이 나왔다. 일부 축구팬들도 드디어 이청용이 예전으로 돌아왔다고 반겼다. 하지만 엄밀히 말하면 아니다. 부활이 아니라 이청용의 원래 모습이, 평소 그대로의 모습이 나온 것뿐이다. 부활이라는 말은 맞지 않다. 월드컵 이후 이청용은 딱히 부진한 적이 없기 때문이다. 주기의 상승세로 접어들었다고 하는 것이 더욱 맞는 말이다.
이청용은 그대로 있었는데 주변의 시선이 이청용을 부진한 선수로 만든 측면이 강하다. 월드컵에서 부진했다는 이유로, 이청용의 소속팀 경기를 제대로 지켜보지도 않았으면서, 아직까지도 월드컵의 잣대로 이청용을 평가하는 시선이 많았다.
12일 오후 대표팀 훈련이 열리기 전 파주 국가대표팀 트레이닝센터(파주NFC)에 만난 이청용은 의미심장한 말을 남겼다. 이청용은 "월드컵에서 내가 부진한 것은 맞다. 하지만 1~2경기 가지고 선수의 모든 것을 판단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월드컵으로 인해 자신에게 계속 부진한 선수라는 꼬리표가 따라다닌 데 대한 아쉬움이 담겨 있었다. 훈련이 끝난 후 이청용에게 조금 더 자세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이청용은 "나를 제대로 평가할 수 있는 이는 나를 지도하고 있는 소속팀 감독님, 대표팀 감독님, 그리고 나와 함께 뛰는 동료들이다. 나에 대한 평가는 이들의 의견이 중요하다"며 정확하고 냉정한 평가를 감독과 동료들에게 받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이청용은 "내가 부진하다고 평가를 하시는 분들은 나의 소속팀 경기를 많이 보지 못하신 것 같다. 그리고 나를 부진하다고 평가하시는 분들의 의견도 분명 중요하다. 하지만 크게 개의치 않는다. 스트레스를 받지도 않는다. 충분히 그런 평가를 내릴 수 있다. 월드컵이라는 세계에서 가장 큰 대회에서 내가 부진했던 것은 사실이었다"며 자신에 대한 부정적인 평가도 받아들이고 있었다.
월드컵이 끝난 지 3달이 지났다. 과거의 일이다. 이제 이청용에게 새겨진 월드컵 부진이라는 '주홍글씨'를 지워줄 때가 되지 않았을까. 이청용은 과거보다 미래가 더욱 기대되는 선수다. 과거에 얽매여 평가절하될 이유가 없다.
신임 울리 슈틸리케 대표팀 감독 역시 새로운 대표팀을 구성하고 지도하면서 '제로베이스'에서 시작하겠다고 했다. 이청용을 향한 시선, 월드컵 부진이라는 과거는 모두 털어내고, 제로베이스에서 이청용을 다시 바라보자. 이청용은 언제나 그대로였다. 그는 한국 축구에서 없어서는 안 될 중심 선수다. 1~2경기로 이청용의 모든 것을 평가하기에, 그는 너무나 큰 선수가 돼 있다.
조이뉴스24 파주=최용재기자 indig80@joynews24.com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