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필기자] '다시 새로이 쓰여질 우리의 이야기'
프로축구 K리그 챌린지(2부리그) 대전시티즌이 임시 홈구장으로 활용하고 있는 대전 한밭종합운동장에는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자는 팬들의 이런 격문이 붙었다.
1일 부천FC 1995와 챌린지 34라운드에 나서는 대전 선수단의 마음이 그랬다. 대전은 이날 승리하면 챌리지 우승을 확정지을 가능성이 있었다. 1년 만에 클래식으로 복귀하게 되는 것이다. 먼저 열리는 안산 경찰청-광주FC전에서 2위 안산이 이기지만 않으면 대전은 승점 1점 만으로도 승격을 확정한다.
경기장을 찾은 대전 팬들은 한결같이 대전의 부활을 이야기했다. 본부석 왼편 관중석에서 열렬히 대전을 응원하던 윤만호 씨(45, 대전시 용전동)는 "클래식이니 챌린지니 그런 것은 잘 모르지만 수준높은 팀들과 경기를 치르던 시절이 그리웠다. 재미있고 떳떳한 축구를 보고 싶었다. 꼭 이겼으면 좋겠다"라고 전했다.
프로축구연맹 임직원들도 대거 경기장을 찾았다. 경기장 한쪽 구석에는 대전의 승격 확정을 대비한 시상대가 놓여 있었다. 이미 3경기 전부터 놓여져 있던 시상대라고 한다. 대전이 2위와 승점 차를 15점 이상 벌리면서 조기 우승 확정 분위기가 조성됐기 때문이다.
연맹 직원들은 안산 경기 상황을 실시간으로 확인하면서 대전 경기가 열리기를 기다렸다. 한 관계자는 "일단 상황을 봐야 한다. 안산이 이긴다면 다음 경기에 다시 시상 준비를 해야 한다"라고 설명했다.
대전 구단 직원들은 정신없이 경기 준비를 했다. 안산의 경기 상황은 애써 모른 체하며 부천전에만 집중했다. 구단주인 권선택 대전광역시장까지 경기장을 찾는 등 이날 경기에 대한 관심은 뜨거웠다.
대전 조진호 감독은 마음을 다잡았다. 안산의 상황이 신경 쓰이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조 감독은 착용하면 승리를 안겨다준다는 징크스가 있는 팀의 상징 색상인 자주색 넥타이에 정장을 정갈하게 갖춰 입었다.
조 감독은 "자주색 넥타이를 하던 날 성적이 좋았다. 오늘도 그런 마음으로 입었다. 나를 믿고 따라준 선수들을 위해서라도 오늘 꼭 이겼으면 좋겠다"라는 바람을 숨기지 않았다.
볼보이로 나서는 대전 유소년 선수들 일부는 안산 경기를 스마트폰으로 지켜봤다. 2-0으로 광주가 앞서던 경기는 안산의 추격으로 어느새 2-2 동점이 되어 있었다. 안산의 공격이 광주 수비에 막히자 "(광주가) 골 먹을 수 있었다"라며 가슴을 쓸어내리는 모습들은 대전이 얼마나 승격을 간절히 바라는지를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그러나 경기 시작을 앞두고 대전에 비보(?)가 날아 들었다. 안산이 후반 44분 서동현의 역전 결승골로 3-2로 승리했다는 것이다. 승격 확정을 대비해 모든 것을 준비하고 있던 대전에는 김 빠지는 일이었다. 대전 승리시 시상식을 준비하려던 연맹 직원들의 얼굴에도 묘한 표정이 묻어 나왔다.
원정 응원을 온 부천 팬들은 대전 팬들을 향해 "야~ 안산이 이겼단다"라며 놀리는 구호를 외쳤다. 듣는 대전 입장에서는 약이 오를 수밖에 없었다. 좋다가 만 대전의 90분이었다. 그래도 대전은 이날 부천에 1-0으로 승리하며, 안산에 역전 우승을 내줄 가능성은 많이 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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